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구유로 돌아간 산모
구유로 돌아간 산모
밝은 달빛 아래 포근한 남녘의 섣달 밤, 하얀 병원은 크레솔 냄새를 풍기며 환자의 고통을 잠시 잊어버리고 새벽을 맞는다. 정적을 깨고 택시(70년대 구급차보다 택시 이용이 많았다.)의 경적에 이어 다급하게 울리는 응급 벨 소리, 만년 당직이던 나는 벌떡 일어나 현관을 들어서는 일행을 안내했다.
먼저 체온, 혈압, 호흡, 맥박을 재보니 모두 정상치보다 낮아 쇼크 상태였다. 보호자(시어머니) 설명은 집에서 첫 아이를 분만하고 사흘이 되었는데 아직 태반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뿔싸, 이건 심각한 응급 상황이다. 자택에 주무시는 원장님이 나오셔서 내진(산부인과 진찰)하니 출혈과 염증이 심하단다. 태반이 부패하여 패혈증의 위험이 있어 긴급 수술과 수혈이 필요했다. 수술 승낙을 요청하는데 시어머니는 약으로 고쳐야지, 어떻게 수술을 하느냐며 미루어 안타까운 시간은 흐르고 산모는 사경에 빠져들었다
날이 밝아 남편은 수술과 입원 준비를 해 오겠다고 집으로 떠났고, 환자는 고통으로 수술을 독촉했다. 지체할 수 없는 상황에 보호자 허락 없이 수술을 강행하려 했더니, 혈압이 잡히지 않아 할 수도 없었다. 소식 없는 남편을 원망하며 산모는 의식을 잃었고, 뒤늦게 나타난 남편은 야단치는 우리에게 보리밭에 퇴비 주고 오느라 늦어졌단다. 어처구니가 없어 허탈하기만 했다.
결국, 황혼과 함께 시골 농부의 무지로 산모는 희생되었고, 나는 치료비 받으러 트럭(읍내에 장의차가 없어)으로 따라나섰다. 차가운 주검을 매고 안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남편은 객사 죽음이라 방에 들일 수 없다고 외양간으로 향한다. 주인마님의 횡사를 아는지 황소는 큰 눈을 끔벅이며 자리를 내어준다. 통나무로 만든 구유가 불현듯 예수님을 생각나게 한다.
“주여, 뛰노는 맥박에서 생명의 신비와 존귀를 깨닫게 하소서!”
겨우 약값을 달라는 나에게 핏덩이 아기 우윳값이라도 빼달라는 하소연에 눈물도 보이지 않는 그들이 야속했지만 갓난아이가 불쌍하여 얼마를 건네주었다. 땅거미 지는 비포장도로를 되돌아오며 내 마음에도 흙먼지가 자욱했다.
- 1975년 12월 해남에서 -
댓글 2개
돈 ---돈으로 그리고 체면과 낡은 사고에 발 묶어 귀한 생명을 희생하는 사람들 아내의 생명보다 어쩌면 보리밭에서 나올 수확이 더 컸던지 아니면 주머니가 비었는 데 그리 변명 했는 지 무지의 책임은 결국 좀더 자유를 누리고자 몸부림치믄 우리 지식인의 회개 감어리 이지 않을까 어쩌면 그 속에서 참고 희생당하며 살았던 아기 엄마 생명을 빼앗김이 그녀를 자유롭게 한 것일까요? 생명의 헛된 희생 --참으로 비참 하군요
멀리 떠난 아이의 어머니, 소리쳐 불러봐도 대답없는, 하늘의 별이 된 어머니, 아이는 알 것입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