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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염치한

최인구 2011. 07. 18. 오후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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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염치한 나는 이 글을 죽은 참새에게 바친다. 왜냐하면 참새를 묻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달 전쯤이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불현듯 참새 한 마리가 도로 가장자리로 날아드는 찰나, 승용차 범퍼에 치여 즉사했다. 피는 흘리지 않고 내상으로 죽었다. 곧이어 시내버스가 달려오고 있었다. 동선을 예상컨대 참새는 타이어에 깔려 비참한 형상이 될 게 분명했다. 모든 광경을 목격한 나는 죽은 참새를 구해줄까 말까 망설였다. 하지만 죽은 시체를 맨손으로 잡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버스 도착 3초 전! 쓰레기통에서 꺼낸 과장 봉지에 손을 집어넣고 아스팔트에 누워 있는 참새의 한쪽 다리를 집었다. 싸늘한 느낌이 과장 봉지를 뚫고 싸하게 전해졌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참새를 풀숲으로 집어 던졌다. 으~ 징그러! 차창 밖을 바라보며 나는 제비와 박을 상상했다. 죽은 참새는 살리지 못했지만 압사만은 면하게 해 주었으니 떡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난 참으로 간사한 놈이다. 재물이 든 박 대신 머리에 든 생각부터 갈아 치워야 되지 않겠는가? 머리 검은 짐승아~ 글 / 최인구

댓글 18개

포아풀 2011. 07. 18. 오후 10:24

뭉클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하고... 인구님, 더위에 잘 지내시지요? 몰염치한이라고 생각하는 그 이면의 따뜻함을 느껴요. 몇해전 고양이가 차에 치었더군요. 방금전 제가 준 막이를 맛나게 먹었던 그 검은 고양이가 길가에 피를 흘리며 누워있었지요. 저는 차마 만질 엄두가 나질 않았어요. 누군가 신문에 싸고 헝겊에 또 싼 후에야 겨우 묻어주었지요. 머리 검은 짐승이라지만 때론 연약하고 때론 따뜻하고 때론 강하고... 삶의 모습은 참 다양한 듯합니다.

김문숙 2011. 07. 19. 오전 05:11

두 분 글이 한 짝을 이루는 성 싶습니다 포아폴님 오랜 만에 뵙구요 최인구 님의 시도 오랜 만인 것 같습니다 모두 반갑고요 창조주 하나님의 축복을 보내 드립니다

김현배 2011. 07. 19. 오후 01:41

지나온 일을 성찰하는 것은 분명 오늘을 살아가는 님께 든든한 음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참새의 죽음에 대한 사색으로, 더욱 풍부해지는 감수성입니다. 우리들의 감수성이 살아나야 한다는 내용도 봅니다. 좋은 시 감사드립니다.

별안개 2011. 07. 19. 오후 11:38

\"죽은 참새에게 바치는 글\"이, 마치 세상을 향해 고해성사를 하듯 성스러워요. 왜 일까요? 그냥 한 숨에 읽어 내려갔어요. 배시시 연신 웃어가면서요. 왠지 최인구님의 글에서, 세상살이의 멋과 맛이 뿜어져 나오는걸요. ^-^

김정흠 2011. 07. 20. 오전 08:10

*^^*

최인구 2011. 07. 20. 오후 07:08

어제 오늘 대기가 참으로 맑은 것 같습니다. 그 덕에 제 기분도 정화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포아풀님께서도 화창한 나날 보내시고 계시죠? 그래도 더운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만약 사람 머리가 검지 않았으면 내리쬐는 뙤약볕을 반사하기가 좀 더 어려웠겠죠. 생존에 알맞게 진화된 인간의 모습을 아름답게 이어가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이기적인 생각에서 언제쯤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포아풀님과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늘 아름답답니다. 또 봬요.

최인구 2011. 07. 20. 오후 07:16

늘 젊은 감각으로 세상과 만물을 바라보며 올리시는 글 잘 읽고 있답니다. 김문숙님! 예전부터 궁금한 게 있는 데요 혹시 한은총 이라는 명사는 어떤 분의 존함인가요, 아니면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건가요. 제 딴엔 사랑하는 아드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봤는데... ㅎㅎ 반가운 마음에 여쭤봅니다. 언제나 한없는 은총이 가득하길 기원 드립니다.

최인구 2011. 07. 20. 오후 07:23

김현배님! 반갑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일요일 저녁 개그콘서트의 감수성 이라는 코너를 보시나요? 저는 다른 건 빼고 그 코너는 꼭 봅니다.^^ 풍부해지는 감수성을 위해서 말입니다.^^ 지나온 일을 성찰하면 부끄러운 게 너무 많아서 걱정입니다.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지 않으려면 인격수양에 더 매진해야할 듯합니다. 김현배님 무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시원한 등목처럼 늘 활기찬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최인구 2011. 07. 20. 오후 07:33

별안개님! 필명이 참 예쁘십니다.^^ 별안개님 말씀처럼 죽은 참새를 보며 세상을 향해 고해성사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그 날 바로 쓰려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언젠가 이 시를 가지고 단편 소설을 한 편 써 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참새에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밤하늘에 초롱초롱한 별들과 새벽 호숫가에 피어난 물안개처럼 항상 자연과 어울려 생동하시는 별안개님을 만나 뵙게 되어 무한히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최인구 2011. 07. 20. 오후 07:34

김정흠님께서 속삭이시는 무언의 울림 잘 경청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정상근 2011. 07. 21. 오전 08:34

저도 비슷한 기억이..어느날 집으로 돌아오는 큰 길에..죽은 새 한마리.. 손에 집어들었는데 아직도 따뜻한 체온..행여하고 가슴 맛사지를 했지만,,이내 차가워져버고.. 옆에 있던 딸아이..\"아빠..징그러워\".. \"나도 너도 죽으면 이렇게 싸늘하게 식은 몸둥이만 남게되\"..그리곤 학교담장을 장식한 숲속에 참새를 놓아두었던...

박성실 2011. 07. 21. 오전 11:09

재물이 든 박 대신 머리에 든 생각부터 갈아 치워야 되지 않겠는가? 머리 검은 짐승아, 왜 저 뜨끔하죠? 더워서 그런가? 헤헤 잘 지내시죠? 반가운 분 오셨길래 몇 자 적어요. 어찌 지내셨나요? 볕은 사계절 같을진데, 왜 어느날은 뜨겁고, 따갑고, 따사롭고를 오갈까요? 요즘 인구님의 날씨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주몽의 활 2011. 07. 22. 오전 01:29

정말 그렇군요, 벌레 한마리에 참새 한 마리에는 사랑이, 그런데 지금 한참 힘들어하는 그런 친구, 선배님, 여성, 그러면서도 인간 그런사람이 그런사람들하고 너무나가 고통속에서 죽어만가고 있는데 아무도 나 몰라라 하는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사람보다, 인간보다 더 귀한 동물들을 논하는 이런 세상이 전 정말로 싫습니다. 감수성, 인간에게도 못느끼는 감수성 정말 필요 없습니다. 무엇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우리 현실에 사람들 엄마, 아빠라고 다 엄마, 아빠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인구 2011. 07. 22. 오전 10:27

안녕하세요? 정상근님! 어느 날 일산 장항동 근처 도로를 지나는데 갑자기 까치 한 마리가 차 앞 유리창으로 날아들어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운전석 위쪽으로 까치 날개자국이 마치 화석처럼 남아 있더군요. 한데 죽은 까치 보단 사람을 놀래키고 유리창에 흠집이 낫다는 것에 혼자 툴툴거렸습니다. 나중에 지나서야 그때의 잘못을 반성하게 되었죠. 정상근님은 마음이 따뜻한 분이신가 봅니다. 어루만져 주고 험한 곳에 내버려두지 않으셨으니 말입니다. 함께 얘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인구 2011. 07. 22. 오전 10:50

성실 님! 늘 안녕하시죠? 성실 님 방문에 뜨끔하며 반가웠답니다. 링컨이 남긴 유명한 말 중에 ‘마흔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저는 이 말을 상기하며 가끔 거울을 봅니다. 그동안 저의 얼굴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욕심쟁이! 아부쟁이! 난봉꾼! 등등 못된 건 다 들어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겠죠.^^ 성실 님 표정은 분명 선하실 거라 여겨집니다. 앰브리카이를 읽으면서 느꼈다고나 할까요. 항상 선한 얼굴로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최인구 2011. 07. 22. 오전 10:58

주몽의 활 님! 세상을 향해 성토하고 싶은 게 많으신가 봅니다. 사회 부조리에 맞서 싸운다는 건 대단한 용기와 끈기가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네요. 뭐라 변명할 수 없을 만큼. 주몽의 활 님! 그래도 우리가 사는 공간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겁니다. 희망이 피어나는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미오새 2011. 07. 22. 오후 05:25

*인구님.. 참새에게 교통질서를 가르칠 수는 없을 것이고, 야생동물의 안전을 위하여서는 힘을 가진 인간들이 먼저 조심하고 배려하는게 순서일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현장을 목격하셨네요. 참새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억울한 죽음일 것 같아서, 그 참새도 마지막 순간에 \"짹\"소리를 남겼을 것 같아요. 불의의 사고로 생명이 끊긴 참새를 풀밭에 옮겨 놓고, 제비와 박씨를 연상하며 보상을 기대하는 심리는 인구님만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화 된 심리일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참새에게 바치는 인구님의 글에서 한 줌도 안되는 미물이 인간의 속성을 대변했던 참새시리즈가 생각납니다. 오래전에 유행했던 참새시리즈에서 세태따라 변하는 인심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여기에 옮겨봅니다. 참새 두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있었는데 포수의 총을 맞은 참새 한마리가 떨어지면서 하는 말은? 삶이 각박하긴 했어도 인심은 야박하지 않았던 우리 어머님들의 시대에 살았던 참새는 \"내 몫까지 살아주오\"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물질의 풍요를 누리면서도 심성은 왠지 사나워져만 가는 이 시대,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참새는 \"쟤도 참샌데..왜 나만 쏘시나요, 짹\" 이런 말을 남기면서 떨어졌다는 참새시리즈... 인구님 스스로는 몰염치한 이라고 표현하였지만, 세상의 가치에 변질되지 않은 순수의 감성이 참새에게 바치는 글속에 숨어 있어요.

최인구 2011. 07. 22. 오후 09:59

미오새님! 오늘 하루 희뿌연 대기에 갇혀 있다가 자유로이 허공을 나는 한 마리 새를 만나니 입가에 미소가 살짝 머금어 집니다. 고향에 가면 어릴 적 시냇물에서 미역 감던 동무가 그리워지듯 사색의 향기에 오면 오랫동안 교우해온 누군가가 생각나곤 합니다. 재치 있는 유머와 입담으로 반겨주시니 늘 고맙기도 하구요.^^ 며칠 전 성남 사는 친구와 피맛골에서 대포 한 잔 했습니다. 저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고 집과 거리는 한참이지만 일부러 약속 장소로 택한 건 쾨쾨하고 눅눅한 냄새 풍기는 학사주점이 그리워서였습니다. 안주도 시설도 보잘 것 없지만 그곳이 자꾸만 당기는 이유는 뭘까요? 주점 벽면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더군요. 누구와 사랑했고, 누구와 다녀갔고, 누구와 헤어졌고······, 딱히 눈에 띄는 명언은 없었지만 어설프게 써놓은 글자들이 그냥 푸근하게 느껴졌습니다. 미오새님께서 남기신 참새시리즈 이야기와 정성어린 조언들도 저에겐 푸근하기만 합니다. 어디서 술 한 하자고 권해도 신비주의로 일관하실 테니 마음으로만 술잔을 건네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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