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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특별한 손님'이다
1. 특별한 손님 기다리기
이 먼 곳과 또 저 먼 곳
그 사이에 섬이 있다
나라고 하는 섬
그 섬에서 보이는 것들
무엇일까
보았으니 그저 무어라 말할 수밖에
보다가 말하다가 또 보다가
그래도 저것은 무엇일까
힘없이 어딘가를 쳐다보아야 하는데
그 누구를 기다리는가
백년이 백 만년이 지났어도
다시 그만큼 지나도
무엇을 기다리다가 사라져야 하는가
그럴지도 모른다
문득 자신이 혼자인 것을 문득 느낄 때
내 안의 이곳에서 바라보는
내 안의 아 저곳엔 누가 있을까
누가 있어 나처럼 보아주고 있을까
이번엔 무슨 말을 하게 될까
끝까지 들어야 하느니 기다려야 하는 것
기다리다 지치면 떨다가
스스로 제힘에 겨워 흔들리기도 하다가
어딘가를 향해 기다릴 수 밖에
어딘가를 향해 사라지기 위해
처음처럼 지금도 특별히 기다려야 하는 것
어제도 내일도 지금의 일부라며
기다리는 일이 나를 만지는 것이라며
2. 심심풀이 전설
하, 심심하다고?
재미 있으니 또 말해 해달라고?
하고 또 한 것
그 같은 걸 또 가지고 놀아달라고?
그 오랜 시간 되풀이 해온 것을 또 하라고?
이번에도 매일 했듯 같은 얘기?
그래도 들어야 하고 또 해야 한다고?
아, 제발 다른 이야기 해줘
아아니, 같은 걸 해줘
당신 이야기니까
또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니까
분명 어제와는 다른 시간이니까
그래 그래, 당신을 위해
나는 매일 어제처럼 새로워져야 하니까
당신 먼저 얘기 해
결국 당신 이야기는 내 이야기니까
우리는 서로서로 이야기해 줘야 하니까
믿고 있죠?
어쩌면 우리가 바다에서 왔다는 전설
변하지 않고 우리를 유혹해 온 전설
세상은 바람이 부는 대로 흐른다는 전설
알고 있나요?
밀면 도망가다가 넘어지고
당기면 울다가 넘어지고
그렇게 일어서 가다가 서던 이야기
할 일 없을 때마다 언제나
전설인 양 들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3. 꿈 먹고 사는 사람들
우리는 서로 알고 있었죠
서로 웃을 시간이 같다는 것을
서로 보아주며 웃어야 한다는 것을
꿈꿀 시간이 되었거든요
꿈 속으로 사라지는 일 얼마나 신나는데요
젊은 날
그 속으로 들어가는 즐거움이라니
하하, 얼마나 더 웃어야 할지요
웃음꺼리 만드는 일이야 쉽죠?
엄마
어디 있어요 엄마
나 배고파
나 꿈고파요 엄마
호호, 웃어요
귀여운 우리 대장
자장자장 웃으며 자장자장
우리 웃음꺼리인가요 엄마?
그 옛날로 가면 웃지 않겠죠?
호호 누가 웃겠니
웃으면 웃으라지 뭐 어떻겠니
먼저 웃으면 되는 걸
4. 꿈 속으로 들어가며
여기가 꿈 속인가요?
어디로 갈까요
어디로
저기
누가 와요
아닌가요?
아 아니군요
그래요 누군가 오기를 기다려요
상상을 하죠
우리 그 무엇을 상상하지 않으면
어찌 살아있겠느냐구요
너 한번 꿈 꾸면
나도 한번 따라 꿈 꾸고
꿈 속에서 똑 꿈 꾸고
꾼 꿈 또 꾸고
또
한번 더 한번
서로 멋대로 한번 더 후후 상상해야죠
예를 들어
나는 무엇을 향해야 하느냐
무엇을 따라 해야 하느냐
고개 끄덕이면 서있다가
또 끄덕이면 없어졌다가
내가 움직이는 것 보이다가
멈추면 사라지는 시간
하, 그러니 나는 어디로 가야하느냐
오래 멈추면 더 숨고 싶은
나의 그곳으로 가야만 하느니
하하, 지금은 이 곳에 앉아
손을 보다가
얼굴을 만지다가
떨리는 손가락 틈새로
그곳을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느냐
뭐 이런 생각을 해보는 거죠
그렇게 처음부터 지금은 마지막이라며
언제까지나 다시 이렇게
되풀이해야 하겠느냐 쳐다보는 거죠
멈출 곳이 여기라는 것을
언제 손가락 길게 뻗어
나는 크게 웃어 사라지겠느냐
한꺼번에 멈춘 이내 몸 같은 것들
가슴 가득 안아 쓰러지겠느냐
그러면 생기느니
다른 곳
다른 곳이 보이는 것이냐
뺨 가까이 보이는 것이냐 물어보는 거죠
그대들이여
하늘인가 땅인가 기다리시라
그대로 하늘이 되고
그 다음 땅이 되도록애
한 곳에 머물러 기다리시라
뭐 이런 생각도 또 꿈 꾸어 보는 거죠
5. 꿈 속의 희망가
이제 곧 만남이 시작될 것이로다
서로 다른 것을 보게 되리라
어제는 어제
어제의 것은 어제의 것
하하
오늘은 오늘
오늘 이 곳은 오늘의 이 곳
자 지금 오는 것을 보시라
저기 오느니
가슴 가슴 활짝 반기시라
가까이 더 가까이 껴안으시라
하하 서로 모르는 것들을 안고
이제 곧 만남이 시작될 것이로다
세상 사람들아 산다는 것은 기다림
새로운 것을 기다리며 웃는 일
기다리다가 또 기다리더라도
그대들이여 슬퍼하지 마라
그들이 다음에 온다고 해서
그제도 그랬던 것처럼
그래그래 어제처럼 슬퍼하지 마라
다른 날
다른 곳에서 올
오호, 다른 얼굴의 그들을 기다려라
이미 세월의 배는 출발한 지 오래
그대의 남은 다른 때를 기다려
마지막 남은 돛을 내리게 될 것이리니
6. 꿈 속의 춤 파티
딩동 딩동
그래 왔다 그가 왔다 손님이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줄 손님
우리의 새로운 것을 말해 줄 그가 왔다
앉을 의자를 준비하라
하이얀 마음 하이얀 몸
하, 하얀 의자를
누가 첫 의자로 가려 하느냐
네가 아니면 나로다
다투느니 자리인가
먼저 앉는 사람은 먼저 사라지는 것
너 먼저 앉겠느냐
그래 너 먼저 사라져라
나는 다음에 사라지리라
네 간 곳을 보고
곰곰히 한 발자욱 늦게 사라지리라
지금은 마지막이라며 사라지는
묵묵히 사라져야 함을 남겨 두리라
나보다 늦게 특별히 초대된 사람을 위해
세상의 이 한 귀퉁이
어차피 그대의 몫이었다며
우리 것이었던 이 빈 자리를 남겨 두리라
그대들도 언젠가는
이렇게 훌쩍 떠나야 하리라고
세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돌아가듯 빈 곳 모두 차지하는 것
하하, 특별히 초대된 사람들만이
제 자리에서 제 모습을 확인해 보는 것
크크 이 세상은
아스라, 착각을 해야 살 수 있다는 것
크크 얼마나 미쳐야
세상을 위해 춤을 추지 않을 것이냐
여기도 머물다가
여기저기 머물다가 사라져야 하는 것이냐
하하, 꿈이란 언제나 깨야 하는 것을
7. 꿈 속의 황제
저기다, 저기 오신다 우리의 황제다
모두 일어나시라 맞으시라
만세, 만세!
우리 황제가 여기 오신다
하나의 의미가 여기에 오신다
모든 것을 끝내주실 군주가 오신다
사람들아 축하의 춤을 추어라
모두 제 자리에서 환호를 올려라
제 노래로 축하의 눈물을 내흘려라
하하, 하늘이여 거기 있으신가
아하, 땅이여 어찌 하오리까
하늘이여 누굴 원하시는가
그가 와야 하는데
우리의 그 황제가 말해줘야 하는데
모든 정답을 그가 다 가지고 있는데
그가 올 것이다
우리를 구원할 그가 올 것이다
저기다 저기 오실 것이라 춤을 추어라
세월이란 오고 가는 것
뒤로 오다가 앞으로 오다가
그대 원하는 만큼 지나가는 것
그대 황제여 오시라
하하, 이렇게 저렇게 오시는구나
하하하, 지금 오시는구나
이리로 저리로
다시 이리로 돌아돌아
이제야 오시는구나
오랫동안 연습하고 또 연습해왔던 것
어떤 말이 필요하겠느냐
얼마나 큰 웃음 혹은 울음
이제 그 무엇이 더 필요하겠느냐
모든 것은 정해져 있었노라
모든 새로운 것이란 모두 있었던 것
다만 얼굴과 시간만 바뀐 것
이미 오기로 되어 있었던 것
언제나 시작이란 이렇듯 있었던 것
하얀 숨결 웃음 주름에 있었다가
붉게 뜨거운 눈물 되었다가
이제 멈추오니 잘 보시라
꼭 한 번 있는 일이오니 잘 보시라
저기 오고 있다
저기
저기 꼭 한 번 온다 잘 보시라
8. 한꺼번에 살기
그대여 그대만 믿네
세상을 위해
행복을 위해
말해다오 거센 목소리로
부디 한꺼번에 말해다오
부디 한 번만 말해다오
이렇게 살아있다고
우리의 말을
누가 그의 말을 대신하는가
그래, 누구의 말도 맞는가?
누구도 대신 말할 권리가 있는 것
누구나 서로 말해주고 들어야 사는 것
하고 싶은 말이란 모두 비슷한 것
하면 할 수로 모두 같아지는 것
하하
나 먼저 말하고 싶어
특별히 나도 먼저 말하고 싶어
특별한 이 세상
한꺼번에 특별히 살고 싶어
9. 사라지는 연습
사라지는 조각들을 바라본다
사라지는 시간들을 묵묵히 바라본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나면
뭐하지
뭐하고 웃지
뭐하고 울다가 말하지
어디로 사라지라고
서로 언제 어디로 가라고 말하지
우리
마지막 돌아갈 곳이 어딘지 알고 있지
바다
누구나 돌아가야 하는 곳
꿈이란 깨어져야 한다는 것
알고 있지 돌아가는 순간 깨어진다는 것
그래 우리네 꿈은 다시
하나하나 모두 바다로 돌아가리라는 것
하하, 우리도 꿈 따라 바다로 사라지리라는 것
10. 우리 모두는 특별한 손님이다
벙어리가 되어버린 손님 혹은 우리들
말하고 싶었지만
이제
말할 필요가 없어진 그것 혹은 우리들
할머니의 할머니가 하고 싶었던 것
특별한 손님의 몸부림인가
할아버지의 또 할아버지가 하고 싶었던 것도
하하, 특별한 손님의 몸서리인가
그런가 결국 우리 자신의 울부짖음인 것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이제 곧 같아져야 하는
우리네 소리와 몸짓인 것을
그 모두 서로 바라보며
웃으며 바다로 되돌아 가야 하는 것을
꿈 속에서 꿈만 남은 시간을 보네
이제 누가 올 것인가
아니 언제 바람처럼 사라질 것인가
다음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어 기다리는가
그에게 꼭 말하고 싶은가
특별한 마지막 손님이란 없다는 것을
그래그래 너나 나나 그나
저마다 이 세상에 특별히 초대된
이 아름다운 지구에 특별히 초대된
아하,
우리는 모두 특별한 손님이라는 것을
주) ‘특별한 손님’ : 연극 <의자>(으젠느 이오네스코 원작, 오세곤 연출)를 무용극(안병순 연출, 2007년도)으로 승화시킨 작품 이름. 2011년, 무용극을 보고 쓴 감상문을 시 작품으로 바꿈.
댓글 8개
우리는 모두 특별한 손님이라는 것을, 착각을 해야 살 수 있는 이 세상. 모든 새로운 것이란 모두 있었던 것. 소중한 글 읽고 갑니다.
수고 하셨읍니다 .갑자기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셔서 ----왜 이렇게 한 꺼 번에 다아-----쏟아 놓으시는 건 가요?
갑자기 읽어 내려가다가 메모지 한 장에 한참을 적었어요. 참한 내일이 세상밖으로 떠 보여서요.^^ \"어제도 내일도 지금의 일부라며/ 기다리는 일이 나를 만지는 것이라며\", 맞아요. 김봉길시인님의 시어덕분에, 부족한 제 얼굴을 메만졌어요. 왠지. 가슴결로 울부짓는 그 소리에 귀를 세웠고, \"하얀숨결\"을 고르며 \"웃음주름\"안으로 숨어 들었어요. 진정, 잔잔히 흘러내리는 시어의 샘물을 따라 \" 나 꿈고파요\"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세상살이가 보였어요. 무용극 <특별한 손님>의 \"아름다운 지구에 초대된 특별한 손님\" , 그 구성원중에 한 점이라는 존재의식을 세상밖으로 꺼내보는 지금!
시간과 공간이라는 제약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은 언제나 차원에 도전하며 살고 있지요. 기실 인간의 생각도 내가 먹은 음식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한 조각에 불과한 것인데, 그 생각의 갈래는 참으로 여럿으로 나뉘어지나 봅니다. 현상을 즐겁고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그 끝의 귀결점이 우리가 살아서 닿지 못할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살아서 그 차원 속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위 연극작품을 보았을 때가 생각납니다. 2007년도 한참 더울 때였죠. 한 때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어 행복한 지금입니다. 인간 모두는 지구에 초대된 특별한 손님이기에.
착각... 한 때 착각의 착각이 지금을 만들고 있지요. 새로운 것도 착각인 것처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것. 그것은 행복 뿐이겠죠?
그 끝을 어찌 상상할 수 있을는지요. 다만 끝이 있다고 믿는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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