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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고백 / 이채 (연작시 10편)

좋은글사랑 2011. 08. 15. 오후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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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고백 詩 / 이채 1 내가 원하는 세상은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사는 것인데 내가 아는 세상은 네가 잘 살면 내가 잘 살 수 없으니 어릴 적 타던 시소가 생각나 네가 내려가야 내가 올라가지 2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이 말이 진리인 듯싶어서 하느님을 담보로 세상을 믿고 사람을 믿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더라 찍힌 내가 잘못이냐 찍은 네가 잘못이냐 하느님! 믿음엔 왜 차용증이 없나요? 3 살다 보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한 두 가지겠는가마는 그 중 제일이 자식 농사더라 직업의 귀천이 없다 해도 있고 돈이 별거 아니라 해도 별거더라 평범하게 살기에도 힘겨운 세상 천금 같은 자식아! 행복하게 잘 살아 주길 바라는 마음 네가 부모 되면 이 마음 알아줄까 하긴 나도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개구리가 아니던가 4 살다가 살다가 사랑하는 당신아! 어느 날 문득 다른 마음 먹는다면 행여라도 나 몰래 그런 생각 가진다면 나의 체온이 식어버린 탓인가요 나의 가슴이 건조해진 탓인가요 바람 앞에 눈 못 뜰 때 눈에 뵈는 게 있으리오만 먼 훗날 세월이 약이라고 약처럼 나를 가루로 만들지는 마세요 5 나이를 먹고 싶어 먹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이만큼 내가 비운 밥그릇 세어 보니 그 숫자에 감개가 무량하네 그래도 한 가닥 위안인 것은 그럭저럭 밥값은 지불한 듯싶어 저만큼 키워놓은 자식이 그렇고 방실방실 웃어주는 아내가 그렇고 두 다리 뻗고 자는 내가 그렇다 6 하루 해 저물면 집으로 돌아가듯 한 해 저물면 고향으로 돌아가듯 한 세상 저물면 흙으로 돌아가리 유명의 별은 못 되더라도 무명의 꽃은 되고 싶었다 별이든 꽃이든 노을 앞에선 누구나 허무한 인생 그러고 보니 욕심 낼 것도, 싸울 일도 없구나 7 빌린 것은 다 갚았는데 빌려준 것은 다 돌려받지 못했네 줄 때는 앉아서 줬어도 받을 때는 서서 받아야 한다는 걸 순진하게, 아니 바보같이 세상 양심이 그런 줄 미처 몰랐네 죽을 때까지 배워도 다 못 배우는 인생 공부 어쨌거나 밑지는 삶이 마음은 편하더라 8 내 마음 움직이기도 어려운데 남의 마음 움직이기는 더욱 어렵지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신의 뜻에 맡길 수밖에.. 그렇다 해도 하루하루 섭섭할 때가 있더라 꿈이여, 당신이 그러했다 사랑이여, 당신이 또 그러했다 사람이여, 당신도 그러하지 않았는가 9 지나가는 아가씨를 힐긋힐긋 쳐다본다고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지 마라 그것이 남자다 몸이 늙었다고 마음마저 늙었으랴 태초에 조물주가 남자와 여자의 사고를 똑같이 만들었다면 신문 기사는 반으로 줄 것이고 세상 이야기는 재미없지 않을까 10 진짜가 가짜 같고 가짜가 진짜 같은 그렇고 그런 것이 세상이라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거짓을 골라내고 나면 진실은 몇 개나 남을까

댓글 3개

김정흠 2011. 08. 15. 오후 12:56

내가 잘 살기 위해서 너를 무너뜨려야 하는 세상 => 1+1=2 , 내가 잘 살고 네가 잘 사는 세상 => 1+1 = 4 에너지가 공명이 되는 순간에는 단순계산보다 훨씬 더 큰 場(장)이 형성됩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특징이죠. 윈윈이나 상생이라는 말보다 훨씬 더 크고 확장적인 !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보다 내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행복을 밖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는 비결이고, 인생을 주관적이고 주체적으로 사는 비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진실, 그것이 되기 위하여 ! 좋은 시 감사합니다.

별안개 2011. 08. 15. 오후 03:28

유독 짠하게 가슴결로 다가서는 , \"중년의 고백\". 세상살이 거짓과 진실사이. 그 독백의 속삭임을 느끼며, 기억속의 어제를 사색해요. \"유명의 별은 못 되더라도 무명의 꽃은 되고 싶었다\"... 단단한 내일을 바라보는 \"인생공부\", 진하게 하고 갑니다.

김문숙 2011. 08. 15. 오후 09:08

중년의 그림자 속에 담겨 있는 더러는 섭하고 더러는 감사 한 꿈과 사랑과 사람의 관계적 약도 때로는 밥 값을 지불한 내가 대견한 흐믓한 웃음 진실과 거짓을 추려 풀어 보는 삶의 고차원 방정식 장편의 고백 잘 읽고 갑니다 남은 여생도 그리 넉넉한 마음으로 진리 부여 잡고 하늘의 빛을 누리신 자로 개선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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