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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철은 생각했다.
'소장이 이 일에 개입되었다면 머리가 좀 아프다. 미화라는 계집의 정보를 쥐고 있고 나의 정체를 흘린다면 상당히 불리하다. 일단 소장의 소재부터 확인해야겠다.
종철은 서둘러 천둥소리 모텔로 성큼성큼 걸었다.
엘리베이터는 7층에서 멈췄다.
종철은 습관처럼 자신의 동선을 은폐하는 중이다.
종철은 7층의 상황을 점검한 후 계단으로 서서히 내려가며 전화기를 꺼내들고 문자를 다시 확인했다.
그는 문자에 찍힌 호실 앞에 다다르자 손잡이를 천천히 돌리고 안으로 소리없이 들어가 손잡이를 돌린 상태에서 잠금 버튼을 누르고 손잡이를 천천히 풀었다. 오래된 모텔의 구형실린더 손잡이는 그렇게해서 소리를 죽일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명희는 샤워중이다.
종철은 신속하면서 소리나지않게 잽싼 도둑고양이처럼 방으로 들어가 거울 앞에 놓여있는 명희의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종철은 소장이 오늘 저녁만큼은 집에 들어가지 않으리라 추측했다. 그렇다면 종철이 명희에게 전화했을 떄 반응을 보인다면 소장이 그의 아내에게 만큼은 어떠한 핑계를 대고 얘기를 해두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그 새끼의 동선을 파악해야한다. 오늘 밤을 넘기면 모든 게 끝장이다.'
한때 소장 역시 종철과 한두번의 작업을 했던 터라 종철의 수를 어느정도 넘겨짚고 있다.
명희의 전화기는 다행히 무방비 상태였다. 종철은 통화목록을 확인했다.
소장과 헤어진 시간이 오후가 시작될 무렵.
종철은 12시부터 지금까지의 통화목록을 훑었다.
여섯시 조금 지나서 자신의 통화기록이 없음을 확인한 종철은 속으로 웃었다.
'꼴에 폰관리는 하시는군.'
소장은 종철에게 역정을 내면서 나가서는 다른 길로 방향을 틀었다는 감이왔다.
종철이 소장에게 전화한 시간 이전까지 특별한 내용은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 종철은 여섯 시 이후의 폰 전화부에 등재되지 않은 전화번호 두개를 서둘러 자신의 폰에 입력했다.
종철은 다시 들어올 녹화 장면을 거꾸로 돌리듯이 역순으로 바람처럼 모텔을 빠져나왔다.
종철은 계단을 통하여 내려가면서 입력한 전화번호를 돌렸다.
첫번째 전화는 일곱시 경 걸려왔던 번호로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최선의 선택, 최고의 가치 돈주앙입니다. 여러분을 항상 브이아이피로......\"
돈주앙이라면 남포동의 최고급 레스토랑이다.
그런 곳에서 명희같은 변두리 식당 주인에게 전화할 일이 없다는 걸 확신한 종철은 서둘러 돈주앙으로 향했다.
종철은 한 블럭의 거리가 서울처럼 멀다고 느끼면서 깜빢했던 두 번째 전화번호를 눌렀다.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수신이 불가능한......'
종철은 가던 길을 멈추고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공중전화다. 이 자식이 실제 뭔 상황을 만들게 틀림없다. 지금 돈주앙으로 가서 실마리를 찾는데 허비할 시간이 없다. '
종철은 오래전 소장과 함꼐한 작전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보여준 행동을 따라한 소장을 떠올리며 미소지었다.
'븅신, 세상이 바뀐 줄도 모르고......'
종철은 택시를 잡았다.
뒤에 자리잡은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T -map을 켰다.
\"어디로 모실까요?\"
\"잠시만요. 일단 도로 상황 좋은대로 갑시다.\"
\"네?\"
종철은 T-map 검색창이 뜨자 전화번호 검색을 선택했다.
두번째 전화번호를 입력한 후 길안내를 눌렀다.
G 라는 글자의 목표지점을 알리는 풍선이 뜨고 그 뒤에 써있는 지점은 해운대이다.
\"해운대로 갑시다.\"
그제서야 생뚱맞은 손님에 비위상했던 택시기사는 천천히 가던 차에 악셀레이터를 거칠게 밟았다.
순간 종철의 전화기가 울렸다.
'명희다.'
직감적으로 그녀임을 눈치챈 종철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수신 버튼을 오른쪽으로 당겼다.
\"오빠 안와?\"
\"손님이 안놔주네.\"
\"그럼 천천히 와, 한숨 자고 있을테니까.\"
\"오늘 소장안오나 봐?\"
\"눈치빠르네, 상가집이라면서, 내일 바로 출근할 거래.\"
\"알았어. 나중에 들릴게.\"
종철은 기분나쁜 예상대로 소장의 개입을 거의 확인한 셈이다.
택시가 멈춰선 것은 달맞이 고개의 공중전화박스 앞이였다.
다행히 주차장의 시야가 도로가에 일렬로 확보되어 소장의 차를 확인하긴 용이하다.
소장의 차는 쉽게 발견되었다. 까만색에 진한 썬팅, 덩치를 실어날아야하니까 튼튼한 프레임. 대한 자동차의 지프차 킹콩.
종철은 차를 중심으로 걸어갈 만한 위치의 간판들을 훑었다. 음악다방과 음식점, 카페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지만 종철은 어렵지않게 종철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었다.
종철은 생각했다.
'소장은 삼겹살과 소주 매니아이다. 심지어 그의 아내 가게에서도 삼겹살을 사가지고 갈 정도이니, 그년이 장소를 선택했을 거야. 그렇다면......'
종철은 그의 형이 말했던 것들을 떠올렸다.
'장소와 이름은 기억나지않지만 취하도록 마시고 일어나니 그녀와 같이 있더라, 술을 마신 장소는 바다 가까운 곳인데 지하로 내려가는 곳이더라.'
돌체라는 이름의 카페에서 지하라는 글자가 붉게 빛나는 것을 확인한 종철은 뒤도 돌아보지않고 성큼성큼 돌체로 향했다.
어두운 불빛이 눈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벌기위해 종철은 아주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서서히 입구를 열자 카운터의 불빛아래 두 사내가 농염한 자태의 여인과 술잔과 함께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작은 홀을 중심에 두고 커튼이 드리워진 세개의 작은 룸과 두개의 문이 닫혀져 있는 큰 룸이 보였다. 큰 룸의 유리창 너머로 여럿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유리창 선팅 틈새로 보였다. 그것은 카페가 변형되어 노래방을 겸하는 것으로 불법이었으나 한국인의 정서에는 그만인 시설이다.
종철은 홀을 가로질러 세 개의 룸 중 가운데 위치한 작은 룸의 커튼을 열고 소파에 앉았다.
건장한 웨이터가 메뉴판을 들고 따라 들어왔다.
\"몇분이세요?\"
\"바람맞았어.\"
\"독주를 드릴까요?\"
\"영리하군. 마담은?\"
\"지금 예약된 손님과 대화 중이신데 싱싱한 애들 있는데요.\"
\"비린내는 싫어. 말 많은 애도 싫고.\"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커튼 너머로 웨이터가 마담인듯한 여인에게 귀에다 대고 얘기하자 그 여인이 종철의 룸을 힐끗 쳐다본다.
종철은 트위터를 열어서 엄지손가락으로 툭툭 쳐 올렸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종철이 최근 취미는 트위터인데 아무도 모르는 사람과 듣는지 보는지도 모르면서 문자를 남기고 문자를 보는 것이 처음에 어색했지만 지금은 담배와 트위터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트위터를 선택할 것이라고 종철은 생각한다.
트위터의 효과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금새 마담이 쟁반을 들고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래 기다리셨죠.\"
\"전혀!\"
\"바람 맞으셨다구요.\"
\"기분 전환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 술, 이 대화, 삼 여자 순서를 생각 중이오. 물론 대화가 불만스러우면 여자 하나를 사겠지만 대화가 괜찮으면 바람맞은 대가로 위로가 될 것이오.\"
\"흠, 오늘따라 멋진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혹시 제가 모셔도 괜찮을까요.\"
\"마담이요?\"
\"네! 부담스러우세요?\"
\"전혀! NEVER!\"
\"다행이네요.\"
\"바쁘진 않소?\"
\"지금부터 바빠지는 시간이긴 한데. 우리 애들이 알아서 잘 할거예요.\"
\"다행이군.\"
\"뭐하세요?\"
\"술마셔요.\"
\"호호, 뭐하시는 분이냐구요.\"
\"일단, 한 잔 하면서......\"
\"어머, 내 정신 좀 봐.\"
마담은 이미 취기가 있던 상태여서인지 대화는 럭비공처럼 다른 곳으로 튀었다.
종철이 물었다.
\"오늘 손님이 많았나 보오. 조금 취한듯해서, 내가 손해보는 느낌이라.\"
\"친구가 손님을 모시고 왔는데 같이 좀 마셨어요. 그래도 말짱하니까 걱정마세요.\"
\"그분들 일찍 가는 바람에 내가 호강이군.\"
\"아직 있어요. 계집애 새로 연애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뭐 그리 심각한 얘기할 거라고 자리를 비켜달래요.\"
종철은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임을 알고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전직 사냥꾼의 화려한 말잔치는 취중여인의 술잔을 더 바쁘게했다.
한 병의 양주가 동이 날 무렵 종철이 일어서자 여인은 종철의 손목을 잡는다.
\"바람맞았다면서요.\"
\"다행히 술, 대화 모두 좋아서 진정되었소.\"
\"제가 맘에 들었다는 뜻이군요.\"
\"분위기가 맘에 들었소. 덕분에 즐거웠소. 진심으로. 일만 없으면 길게 달리고 싶은대, 아쉽소.\"
\"명함이라도 한 장 주고 가시죠.\"
\"전화기를 주세요.\"
마담은 전화기를 종철에게 건넸다.
종철은 마담의 전화기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기고 지갑을 꺼냈다.
마담이 농염하게 말했다.
\"다음에 꼭 오신다고 약속하세요. 그러면 오늘 술은 제가 살게요. 허락해 주신다면.\"
\"다음에 꼭 오겠소. 그리고 술은 잘 마셨소, 안주 값은 치루게 해주시오. 그럼 이만.\"
종철은 10만원 짜리 수표를 테이블 위에 두고 커튼을 젖혔다.
종철은 서둘러 카페를 빠져나왔다. 다행히 아직까지 소장의 차는 그대로이다.
댓글 1개
종철 소장 미화 명희, 무언가 비밀스런 작전명이라도 튀어올 기세였어요. 세상은 잔머리를 돌리기보다는 상황판단을 빠르게 해야하기에, 종철이 숨을 고르며 \"돌체라는 이름의 카페에서\"의 사건 전개가 궁금해지는 오늘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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