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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

인형김시월 2012. 01. 07. 오전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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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시 진보의 미래를 좇는 이 나라는
장차 올 그 나라의 그림자이려니,
한결같이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본신은
분신된 우리의 이상보다 훨씬 뛰어난 곳에 있어
혹은 죽을 날이 가깝고
혹은 한창 젊은 나이에 있으며
혹은 태어난지 얼마 안된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단계에 있지만,
거의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러 명의 아이들이
기나긴 시대의 안내자를 따라 같은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중에 걷는 법을 가장 잘 배운 것 같은 아이가 저만치 앞장선 걸음에 
이어서 다른 아이들이 뒤처질세라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사이 그들의 시야에
안내자와 한 아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어딘가 좀 모자라 보이는 그 아이는
안내자에게 걷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다른 눈에 띄지 않을 만큼 한참 뒤처진 곳에서
너무도 안타깝게 잃어버린 어린양처럼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부터 다소 격차가 있었던 선두와 후미의 간격은
더욱 벌어져서
중간에 걷는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 아이들은
스스로 알아서 걷는 것을 곧 힘들어하며
가다가 멈추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안그래도 험한 길,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걷는 요령을 알려줄
안내자 없이 가는 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
남보다 걷는 요령을 빠르게 잘 터득하여
선두에서 씩씩거리는 아이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야 한다며 뒤돌아볼 줄 모르는 내내,
남부럽잖은 배경을 자랑하는 인애의 꽃을 피우고
후원과 봉사의 열매를 맺기 원하는 마음은 마찬가지나 
대저 곤고한 형편에서 그처럼 벋어 나기 쉽지 않은 자들에게
먼저 손 내미는 시간조차 아까워하는 줄곧 겉바른 사람의 길을 걷고
선두에 가까운 아이는
조금만 조금만 더 힘을 내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겠다 하고,
그 모습을 보고 무척 존경스럽고 부럽다고 하면서도
애석하게도 줄곧 산만한 환경에 둘러싸인 관계로
처음부터 안내자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여
중간에 조금씩 뒤처지기 시작한 아이들은
이대로 가다 보면
어쩌면 앞으로 함께 걷는 것이
힘들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그때, 저 멀리 뒤에서 안내자의 손을 꼬옥 붙잡고
피멍 든 무릎에 꽃을 피우며 겨우 따라온 아이가
그 모습을 보고 히죽히죽 웃으면서 말을 합니다.
친애하는 우리의 안내자님께서 말씀하시길,
빨리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랍니다.
얼마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처럼,
얼마나 갔느냐보다 어떻게 걷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될 수 있으면 천천히 걷든지 나는 새처럼 뛰든지
같은 걸음이라도 한 번 더 생각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고
그 뜻깊은 내용을 나누기에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서로 돌아보는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걸음걸음이
유쾌할 수 있도록,
언제든지 안내자와 함께 걷고자 노력하랍니다.
사람이 아무리 빨리 걸을지라도
느린 걸음으로 한 뼘의 하늘을 가로지르는 구름보다 빠를 수 없으며
새처럼 날개를 달고 소리처럼 날아간다 하여도
순식간에 돌고도는 세월의 꼬리 치는 바람보다 빠를 수 없으니
구름과 바람은 그 왔던 곳에서 어디로 얼마나 떠돌던지
언제든지 왔던 곳으로 곧바로 돌아갈 수 있으나
구름따라 바람따라 흘러가는 한평생 정한 때가 되어서야 
순서대로 이를 수 있는 세대와 세대의 간격을 두고
제자리걸음치는 듯한 새 역사 창조의 길에서,
만일에 뭇사람의 지혜가
하나님의 지혜보다 앞선다면
분명히 될 일도 안된다고 합니다.
그것은 마치 번화한 도시의 깊은 밤거리마다
고도비만의 불야성을 이룬 인공의 불빛이
천상의 별빛을 가리는 현상과도 같아,
별이 빛나는 밤은 실로 아름다우나
그 사실을 잊어 먹은지 오래된 도시의 거리는
낭만과 추억을 잃어버린 사교와 놀이의 회색 문화 속에서 
추하게 벌거벗은 감성으로 복잡하게 춤추는 불나방의 세계를 이루어
100년이 지나도 200년이 지나도 가도 가도 세상은 여전히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한 문제를 안고 돌아갈 것이며
정해진 짧은 시간 안에 풀어야 숙제처럼
각자 크고 작은 내용으로 떠안은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문제를 하나하나 풀기 위해서 
애쓰는 이유와 고민하는 목적을 먼저 찾는 것이니,
그렇지 아니하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하였고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과신하는 세월에 속아 사는 그 어느 누구도
정작 그 문제를 푸는 삶의 의미는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안내자를 사이에 두고 따로 또 같이 걸음걸음이
선두에 있는 자에게나
중간에 있는 자에게나
후미에 있는 자에게나
언제든지 안내자는
함께 걷는 모두가 선두가 되어 걷는 요령을 알려주는 것이지,
알았다고 자신하는 저 혼자 막무가내로 앞장선 걸음이 빠르다고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에 먼저 당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목적지에 도달하는 그 모든 시간과 경로가
안내자의 수중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흔들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것이 꿈인지 착각인지 모를 환상 속에서
한겨울에 신비의 꽃 피는 봄의 향기를 좇아 미친 나비처럼
하얀 오선지 위에 오른 음표된 우리에게는
죽어도 아름다운 선율로 이어지는 우리의 걸음을 인도하는 자가
곧 한 걸음 한 걸음 가치 높은 삶의 의미를 깨닫는
처음과 나중된 목적이 된다는 것을......
하지만 아직도
누구보다 뒤처진 입장에 있는 아이의 말을
과연 누가 귀담아들어 줄까요?

댓글 1개

에스더 2012. 01. 07. 오전 07:55

피멍든 무릎에 꽃을 피우고 달려온 아이 이야기이며 죽어도 아름다운 선율로 이어질 우리들의 이야기..... 귀 담아 듣고 있습니다. 좁은문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가슴 졸일, 설레일 수 있는 자가 되기 위해 안내자님의 글을 한자 한자 빠뜨리지 않고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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