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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청춘

비꽃 2012. 09. 03. 오전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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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란 무엇일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년 전에 읽었던 외국 시인의 글이 마음이 와 닿아서 노트에
따로 적어둔 게 있었다. 그때는 20대도 아니고 고등학교 2학년 내 나이는 열일곱 살이었다. 그런데 내가
왜 청춘이란 시가 마음에 와 닿았을까 싶어 새삼 다시 찾아 읽게 되었다. 어떤 글을 읽음으로써 순간
떠올리게 된 그 시는 청춘이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 했다.
아무리 나이가 많이 들어도 영감이 끊어져 정신이 냉소라는 눈에 파묻히고 비탄이란 얼음에 갇힌 사람은
비록 나이가 이십 세라 할지라도 이미 늙은이와 다름없다고 했다. 그 반면 팔십 세일지라도 영원한 청춘의
소유자가 될 수도 있다고 표현이 되어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도 희망을 말할 수 있고 불타는 열정과 강인한 의지가 있다면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다. 세월이 지나면 당연히 늙게 되고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삶에 찌들어 때로는 실망하기도 하고 두려움도 있을 것이고 끝없이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꿈꾸는 것도 분명 있었을 것이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꿈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꿈조차 꾸지
못하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꿈을 잊어버리기도 했고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었던 때도 있었다.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일도 몇 번 있었고, 슬퍼도 눈물조차 나지 않았을 때는 감정이 다 메말라버렸다고
생각했고 삶의 의욕 또한 없었다. 갈수록 나의 정신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었으니 아무런 의미도 없이 살아온
세월도 있었다.
사람들이 미래를 생각하며 계획하고 노후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나는 과연 내 미래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
수 있을지 전혀 상상을 하지도 못했다. 현실에 매달린 내가 현재도 아닌 미래의 일을 생각한다는 자체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거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사회생활을 할 때 정기적으로 친구들을 만나 모임을 하면서도 그저 술을 마시고 헤어지면 끝이었다.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던 친구라고 생각했던 내 착각은 몸이 떨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내가 먼저 그들에게 편지를 쓰고 연락을 해도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인생을 잘못 살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핑계로 연락을
못했다고 하면서 1년이나 더 지난 후에 갑자기 결혼소식을 전했다. 그것도 결혼식이 있기 일주일이 남지도
않았을 때여서 실망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막상 결혼식을 앞두고 참석할 친구가 없어 친구를 찾는다는
글을 본 적도 있다. 그래서 나는 필요할 때만 친구인 척하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내가 멀리
있으면서 비행기 왕복표까지 끊어서 보냈는데, 돌아오는 건 고작 오랜 시간을 기다린 나에게 결혼식에 참석해
주면 고맙겠다는 말뿐이었다.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그 친구를 위해 꼭 그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리고 어떤 한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친구의 결혼식엔 일부러 참석을 했다.
그런데 결혼식을 끝내고 지인들과 밥을 먹는 장소에서 간다는 말도 없이 모든 경비를 떠맡기고 신혼여행을
떠나버렸다. 1차에서는 남자들이 부담할 테니 2차에서는 여자들이 부담을 하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2차에 가지도 않고 그곳을 벗어났다. 그리고 단 한 번도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지도 않았다.
그래도 많이 믿었던 친구였는데 어떤 때는 나를 나쁜 곳으로 불러들이고 나서 혼자서만 그곳에서 쏙 빠져나간
친구이기도 했다. 그래도 난 아무런 피해도 보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싶었고 그 대신 인생 공부를 하나 더 했다고
생각했기에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초년에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 순간의 사고로 죽을 고비도 넘겼고 사회생활을 할 때도 정말 값진 경험을 했다. 내 인생을 모조리
바꿔놓을 사건도 있었고 그 일로 실제 죽을 뻔도 했으니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나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실감하며 살고 있다.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다가 미용사가 한 말이
생각났다. 새치가 몇 개 눈에 보이는데 괜찮으냐고 했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에 비해서 새치가 없다고 했다.
그저 몇 개만 눈에 띌 정도니까 일부러 뽑지는 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 미용사는 형제자매가 넷인데 둘은
머리숱도 많고 새치가 일찍부터 많이 생기더란다. 그 반면 머리숱이 적은 둘은 새치도 많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내 머리에서 새치가 언제 보였는지 가만히 생각했다. 새치가 처음 눈에 띈 것은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난
새치 하나가 눈에 보인 순간 나도 어쩔 수 나이를 먹는구나 싶었다. 엄마께서는 일찍부터 새치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40대에 흰 머리카락이 많아서 늘 염색을 하셨다. 엄마와 반대로 아버지께서는 50이 넘어서도 흰 머리카락을
많이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엄마를 닮았다면 늘어나는 새치를 나도 감당할 수 없어 염색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래도 미용사의 말에 안심했다. 몇 개 안 되니까 억지로 새치를 뽑지 말라는 말이
나는 엄마를 닮지 않았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 흰 머리가 늘어난다면 나 또한 담담히 받아들일 것이다. 거울을 보며 눈 아래 잔주름이 생긴 것도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하게 된다. 피부관리실에 다니며 끊임없이 관리를 받는 사람은
다소 얼굴의 주름도 없애고 의학의 힘을 빌려서 시술도 하겠지만, 일부 연예인 중에 연기하는 사람의 얼굴에
웃을 때 자연스럽지 못한 표정을 보면 그분도 의학의 힘을 빌리지 않았나 싶었다. 웃을 때 자연스럽게 잡히는
눈가의 주름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의학의 힘을 빌린다고 하더라도 세월의 흐름은 언제까지나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나도 억지로 내 모습을 감추고 싶진 않다. 보는 사람이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봐 주었으면 좋겠고 마음 또한 순수한
감성을 잃어버리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시도, 소설도 쓰고 싶다. 그러려면 책도 더 많이 읽고
생각의 폭도 더 많이 키워야 하겠고 사물을 다르게 보는 눈 또한 지닐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비록 나이가 들어갈지라도 마음만은 늘 청춘이고 싶기에 언제까지나 지금의 이 느낌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절대 마음은 시들어 버리지 않도록 말이다.
비꽃(瑜眞 이은숙)

댓글 4개

나나 2012. 09. 03. 오전 10:28

오규원 시인님의 '한 잎의 여자'가 읊어지는 비꽃님의 글입니다. 나무와 풀잎과 비와 꽃과 나비ᆢ 그리고 비꽃님이 아름다~~워요^^

김현배 2012. 09. 03. 오후 08:29

인생의 솔직한 성찰 빛나는 시절의 추억 그리고 내앞에 놓인 예쁘고 상쾌한 길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비꽃님

비꽃 2012. 09. 03. 오후 11:00

나나님께서 읊어지신다던 시를 제가 찾아서 읽어 보았습니다. 그 시가 한때 많은 남학생들이 자기 여자친구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고백시로 사용되기도 했다는데 과연 그 시에서 몇 가지가 해당될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아마 나나님께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계실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늘 행복하세요~

비꽃 2012. 09. 03. 오후 11:05

생각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풀어낸 글을 잘 읽어주셨다니 제가 오히려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도 좋은님들의 글을 통해 많이 보고 배우고 느끼고 싶습니다. 늘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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