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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풍경소리

비꽃 2012. 09. 27. 오전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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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많이 찾는 가까운 산에 올랐다. 휴일이 아니어도 그곳에는 늘 사람들이 많았다. 산을 오르다 보면
늘 빠짐없이 들려오던 색스폰 소리가 웬일인지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어디 볼일이라도 보러 가셨나 해서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혹시 건강이 나빠져서 더는 못 나오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었지만,
산에서 내려올 때는 어김없이 익숙한 색스폰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십 년째 종종 찾게 되는 그 산은 언제 가더라도 마음이 편안하게 와 닿아서 좋다. 그날도 가벼운 걸음으로
산에 올랐는데, 가을이 되니 산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지난여름 한동안 가뭄이 계속될 때는
계곡에 흐르는 물이 거의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가 찾지 않았었는데, 오랜만에 찾은 그날은 계곡물이
끝없이 흘러내리고 있어서 그 흐르는 물만 보아도 마음이 한없이 기쁘기만 했다. 너무나 깨끗하고 투명하게
보이는 물속에는 물고기가 자유롭게 헤엄을 치고 있어서 마냥 신기한 듯 바라보기도 하고, 그 광경을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 계곡을 따라 자리를 잡고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웃게 되었다. 익숙한 길이었고 자주 찾았던 곳인데, 그날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와 닿았다.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절 옆에 자리를 잡고 잠시 앉아서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 한 잔을 마셨다. 텃밭에 심어놓은,
막 싹이 나서 자라는 어린잎을 보며 시골에서 자랐으니 그 정도는 열무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향기
나는 꽃에 벌 나비가 끝없이 날아드는 것을 보며 시골풍경이 그려지는 듯했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밥상에 오르는
것들은 대부분이 집 앞 텃밭에서 나는 것이었다. 바다와는 거리가 멀어서 생선을 구경해 본 적이 거의 없었고
그렇게 채소들을 주로 먹으며 자라다 보니 아직도 밭에서 나는 채소와 나물들을 참 좋아한다. 늘 익숙하게 보고
자라던 것이었는데, 도시로 이사 와서 10년 넘게 살면서는 새삼 눈에 보이는 것들이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참 머릿속으로 시골 풍경을 그려보고 있는데, 60대 넘어 보이는 분들이 내가 앉아 있는 곳으로 오셔서
향기나는 꽃을 보더니 너무나 반가워하시며 향기나는 잎을 거침없이 뜯으시는 것이었다. 그 순간 '그렇게
하시면 안 돼요.'라고 할 뻔했다. 그것은 분명 절에서 사시는 스님이나 보살님께서 드시려고 심어놓으신 것인데
함부로 뜯으시는 분들을 보면서 차마 내가 그러지 마시라고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에
귀를
기울이니 같은 고향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에 어디서 오셨냐고
그랬다가
그분들도 같은 곳을 말씀하시기에 한순간 기뻤지만, 끊임없이 이곳저곳을 아느냐고 질문을 해오는
통에 모른다고
답을 하고서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론 구체적으로 말씀하시는데 내가 그곳을 다 알 리는 없다.
하지만 낯선 도시에 와서 고향 분을 만났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심어놓은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뜯어가시는 분들과 더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리고 서둘러 산을 더 오르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향하는 곳이 아닌 곳으로 오르니 돌들이 많았다. 그래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히 오르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언젠가 난 힘이 들 때 오히려 산을 오른 적이 있다. 왜냐하면, 몸은 비록 힘이 들지만, 마음만은 오히려 더
편안해졌기 때문이다. 그때 내가 얼마나 많이 힘들어했었는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떠오르니 그때와 지금은
나 자신이 심적으로도 너무나 다르게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오르다 보니 절 하나가 더 보였다. 그래서 절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한곳에 턱 하니 주저앉아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조금씩 떠다니는 푸른 하늘을 보면서 조금만 더 있으면 더 짙은 하늘색을 띠겠구나
싶었다.
그러다 내 눈이 향한 곳은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이었다. 풍경을 한참이나 바라보면서 나는 그 풍경이
언제부터
그곳에 매달려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생각에 잠겨 있는데, 벌이 나에게 날아와 자꾸만 맴도는
것이었다.
종종 밖을 나가면 벌이나 나비가 나에게 자주 날아와 앉는 것을 보았는데, 그날은 웬일인지 벌이 더 자주 날아오는
것 같았다. 내가 쓰는 화장품은 거의 향기도 나지 않고 향수 같은 것도 뿌리지도 않는데 왜 벌 나비들이 나에게
자꾸만 오는 것인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람도 거의 없어 잠잠하기만 했던 풍경이 사진을 찍으려는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는 방향대로 잘 잡아서 사진이 찍혀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가 왜 풍경이
움직이는 것인지 나는 알 것만 같았다.

나는 오래전부터 내가 한 마리의 작은 새라고 생각하며 살았었다. 날개가 없거나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새,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싶지만, 차마 날아오르지 못하고 한 곳에만 머무는 작은 새라고 생각했었다. 하늘에
날아가는 새만 보아도 따라 날아가고 싶었고, 죽어서라도 새가 되어서 훨훨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다.
살면서 어느 것 하나도 내 마음대로 하며 살 수 없었던 지난날은 수없이 눈물을 흘렸던 적이 많은데, 어느 순간
눈물이 그치고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살게 되면서 더 이상은 나 자신이 한 곳에만 머무는 작은 새가 아니라,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한 마리의 새가 되어 높은 하늘과 넓은 바다를 향해 날아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쁘게 살면서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꿈을 생각하게 되었고, 새로 이사 온 곳에서 아침이면 새들의 지저귐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내가 새처럼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정말 새처럼 날아가려는
날갯짓을 시작했고 머지않아 바라는 대로 날아오를 것이다.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을 보면서 풍경도 하늘을 나는 비어(飛魚)가 되고 싶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태어난 곳을 향하여 날아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살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높은 곳에 항상 매달려 있는 풍경은
바로 내 꿈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고, 어쩌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다
보면 좋은 기회를 만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고 노력하다 보면 그것이 나에게 행운이 되어 올 수도 있겠다 싶어 나는
천천히 가더라도 내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다음에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날 그 풍경에게
다시 가 보기로 했다. 푸른 하늘을 향하여 꽃 한 송이 올려주고 싶다. 내 꿈을 응원해 주시는 분께도 고마움을
잊지 않을 것이다.
2012. 9. 27 비꽃(瑜眞 이은숙)

댓글 4개

가을바다 2012. 09. 27. 오후 01:11

꿈을 향하여 꾸준히 움직여 나아가는 것은 자신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고 자신을 기쁘게 하는 사랑이기도 하죠.♪ 나날이 건강하시고 보람차소서.

김현배 2012. 09. 27. 오후 10:41

수고로운 노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풍경은 힘들었던 하루를 반영하며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내 마음은 즐거운 생각으로 가득차니 새로운 삶이 내게 준 시간이리라 여긴다 감사합니다. 비꽃님

비꽃 2012. 09. 28. 오전 01:56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꿈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즐거운 추석 명절 되셨으면 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비꽃 2012. 09. 28. 오전 01:58

역시나 마음 한 자락 내려주시네요.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즐거운 추석 명절 되셨으면 하고요, 늘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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