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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심어진 나무
갑자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을 때면 눈앞에 보이는 거울을 들여다볼 때가 있는데
가끔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과 함께 내 마음도 비춰본다. 나 자신도 다 알 수 없는 마음 안에 어떤 것들이
숨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읽을 때면 잠들어 있던 것이 하나둘 깨어나
머릿속으로 그 그림이 그려진다. 때로는 잠을 자면서 꾸었던 꿈이 생각나기도 하고,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이
글로 풀어질 때 스스로 발견되는 것들이 있다.
예전에 생각했다가 잊고 있었던 것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새롭게 떠오른 생각이 내 마음 안에 가득 채워질 때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생각의 씨앗이 어느새 싹을 틔우더니 조금 생각을 더해주면 곧잘 자라서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그 생각의 나무에 어떤 열매가 열릴지는 먼저 꽃이 필 수 있도록 정성을 더해주어야 한다.
바쁘게 하루를 보낼 때는 몸도 마음도 지쳐서 몸만 누이면 잠속으로 빠져들기 일쑤였는데, 요즘처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세상 속으로 눈을 돌리면 이제껏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분명 눈앞에 늘 있었던
것들이지만, 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음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했음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지난달 국화 전시회에 갔다가 화려한 꽃에 날아든 벌과 나비를 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때가 생각이 났고,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카메라 줌을 최대한 당겨서 찍었는데 한동안은 화려한 꽃과 함께 날아든 벌과
나비만을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그러다 많은 시간이 지난 이후, 새롭게 보게 된 것이 있다. 물론 그날 사진을
정리해서 나만의 공간에 올려놓고서 사진 한 장 한 장을 다 보았다. 화려한 꽃들을 사진 한 장으로 편집하면서
뒤로 밀려난 사진이 몇 장 있었는데, 오늘 새삼 그 사진들이 생각났다. 내가 좋아하는 색깔 중의 하나인 노란색이
먼저 떠오르면서 아주 큰 꽃송이, 그 노란색 국화 위에 벌 한 마리가 있었고 그 벌의 다리 한 마디보다 더 작은
하루살이 두 마리가 있었음을 생각해냈다. 그래서 그 사진을 다시 찾아서 보니 분명 내 생각 속에 있었던 사진이
맞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끔은 숨은그림찾기를 하듯이 나는 그것을 즐길 때가 있다. 어떤 나무에서도 나뭇잎에 벌레가 앉아 있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언젠가 그 사진을 올려놓았을 때 누군가는 순수함이 보이는 꽃이라며
꺾기가 아깝겠다는 말을 하신 분이 있다. 분명 그곳에 꽃은 없었는데, 그분은 어쩌면 사진 속에 있는 것을 본 게
아니라, 내 마음에 피우고 싶은 꽃을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한다. 가끔은 나 자신이 숨은그림 속에 있음을 알게
될 때가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보일 수 있는 내 마음을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던 때를 생각하면 한없이 가슴이
아팠지만, 이제는 지난 과거의 일들이 더는 아픔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진정으로 자신을 찾은 것이 아닐까
한다. 끊임없이 나 자신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이제는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면 내 모습이 그대로 비춰 보이는
것처럼 내 마음도 함께 보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 심어진 나무는 더 크게 자라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씩 그 향기가 느껴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
천천히 은은하게 향기가 퍼졌으면 좋겠다. 그러다 하나씩 열매가 맺었으면 좋겠다.
비꽃(瑜眞 이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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