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첫눈 같은 사람이 되어

백승훈 2012. 11. 14. 오전 10:41
5160
 

어딘가에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에
눈풍경 하나 걸어 놓고 첫 편지를 씁니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는 어느 시인의 말을 곱씹으며 
첫눈 오는 날 만나자던 약속이라도 했던 사람처럼
괜시리 달뜬 기분이 되어
그 순백의
차고 정(靜)한 풍경 속에 나를 끼워 넣고 걷는 동안

문득 나도 이 세상 누군가에게
첫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엘윈 브룩스 화이트의 동화 '샬롯의 거미줄'에 보면
무녀리 돼지 윌버가 샬롯에게 이렇게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 왜 내게 잘해주었니? 난  너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는데...\"

그때 샬롯은 이렇게 대답하지요.
\" 너는 내 친구잖아.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야.
 나한테는 네가 가장 근사한 돼지야!\" 
만약 그대가 내게 윌버와 같은 질문을 하셨다면
아마 나도 샬롯과 똑같은 대답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친구가 된다는 것,

어쩌면 그것은 서로에게
먼 산 같은 사람이 되어주는 일일 것입니다.

돌아보면 늘 그 자리에서 우리를 지켜봐주는 먼 산처럼
서로에게 든든한 배경이 되는 일입니다. 

남자와 여자라는 자웅이체의 태생적 그리움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동류항으로 묶일 수 있을 때,
그 눈물겹고도 따뜻한 인간의 자리에서 만날 때, 
우린 서로에게 근사한 벗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잎을 다 떨군 뒤에야
자신의 길을 보여주는 겨울나무처럼

헛된 욕심일랑 다 내려놓고
내 안의 진솔한 이야기만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오래도록 내 안에서 궁글려온
수줍은 나의  언어들이 그대에게로 가서

언제나 첫눈처럼 그대를 기쁘게 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댓글 7개

chickensoups 2012. 11. 14. 오전 11:47

그 아름다운 첫눈의 기쁨을 받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테지요.

백승훈 2012. 11. 14. 오후 12:25

아마 그럴테지요^^

김영호 2012. 11. 14. 오후 05:02

저도 주위 모든 분들께 기쁨이 되는 사람이고 싶네요. 잘 읽고 갑니다.

비꽃 2012. 11. 15. 오전 01:51

마음에 와 닿는 글에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그 누군가에게 편안한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늘 좋은 날들 되셨으면 합니다.

백승훈 2012. 11. 15. 오후 01:48

바람처럼 꼭 그리 되실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백승훈 2012. 11. 15. 오후 01:49

비꽃님도 좋은 날 되세요^^

김문숙 2012. 11. 30. 오후 07:45

첫눈 같은 그야 말로 첫 눈 같은 이야기 감사 드립니다. 눈과 비가 썩여 오기에 의정부로 향하던 길을 돌이켜 왔지요. 따스한 커피향으로 시를 읽으며 혹 누군가 저 어두움과 비에 척척히 젖어 울고 있진 않는 지 맘 걸리는 아픈 날 입니다. . 더욱 평강 하시기를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