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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여덟 시에 떠나네

백승훈 2012. 11. 17. 오전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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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엔 빗소리 하염없더니
아침엔 바람의 표정이 토라진 애인처럼 샐쭉해졌습니다.
마치 눈이라도 올 것처럼 낮게 드리워진 구름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아그네스 발챠의 '기차는 여덟시에 떠나네'를 들었습니다.
지난 밤엔 잠자리에 누워 빗소리를 들으며
많은 이야기들을 생각해 두었드랬는데 노래를 듣는 동안
그 많은 생각들이 기차에 함께 실려갔는지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처음 이 노래를 알게 된 것은
신경숙의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통해서였습니다.  
제목에 이끌려서 사들고 나왔던 신경숙의 소설 속에 노래를 신청할 때마다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매번 7시로 바꾸어  신청하는  남녀의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그렇게 알게 된 이 노래가 좋아진 것은 가슴을 저며오는 애절한 멜로디와 함께
노래가 만들어진 슬픈 사연 때문이었습니다.
 
여자는 나치에 저항하여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는 사내를 날마다 기차역에 나와 기다립니다.

기차는 어김없이 여덟시에 떠나가건만 정작 기다리는 사내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영원히 오지 못할 지도 모르는 연인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여심이 담긴 이 노래를 듣다보면
공연히 가슴이 짠해져서 나도 기차역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어집니다.
 
노래 이야길 하다보니 2차대전 때

레지스탕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히틀러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 당시 레지스탕스들은 대부분 연인들로 조직되어 그 결속력이 대단해서
몇 달씩 잡아 가두고 고문을 해도 풀려나면 곧 다시 나치에 저항하곤 했답니다.
그래서 이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던 나치들은 하나의 꾀를 내었답니다.
그 꾀란 붙잡혀온 연인들을 서로 마주보게 하여
하나의 줄로 묶어 가두어 놓는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이니까 처음엔 서로 얼굴 마주보고 있으니 행복했겠지요.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눈만 뜨면 코 앞에 있는 연인의 얼굴이 마냥 이쁠 수는 없었겠지요.
씻지 않아 꾀죄죄한 얼굴, 헝클어진 머리, 입냄새며,코골이까지...
그렇게 몇 달을 묶어두었다가 풀어 주었더니 사랑하던 연인들은
등을 돌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어져 가더랍니다.

'단풍을 제대로 즐기려면 적절한 거리를 두라' 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단풍잎의 상처가 눈에 들어와서  단풍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감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거리두기에 실패하여 등 돌려 멀어져 간 레지스탕스 연인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사람 사이에도 단풍의 완상법인 '적절한 거리 두기'는 필요하겠지요?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꽃 속의 꿀을 빨되

그 꽃은 조금도 상하지 않게 하는 벌의 지혜가 우리에게도 요구되는 것입니다. 

날마다 눈부신 아침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의 먼지 같은 아주 작은 기쁨이라도 드리고 싶어 시작했던 편지가
어느새 내 밋밋한 일상에 푸른 생기를 불어넣고 
나의 하루 중에 가장 귀하고 반짝이는 시간이 되어갑니다.

편지를 쓸 때마다

나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그윽하게 바라볼 수 있는
그 아름다운 거리를 헤아려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댓글 5개

백승훈 2012. 11. 17. 오전 09:56

음악을 함께 옮겨보려 했더니 안되네요.

비꽃 2012. 11. 17. 오후 11:14

음악은 없지만 올려주신 사진과 더불어 글을 읽으니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집니다. 마음에 와 닿는 글 감사합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하게 됩니다. '적절한 거리 두기' 누군가를 알게 되고 그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 한답니다. 그래서 전 최근에 그리움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향기님의 글감을 대하면서 그것이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한 번 더 깨닫게 됩니다. 하루하루를 새롭게 의미 부여를 하며 살아가듯 향기님의 글을 보면서 한 가지씩 더 생각하며 배우게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소중한 시간 속에 또 다른 행복을 찾으며 앞으로도 편안함으로 와 닿는 편지글 읽게 되었으면 합니다. 늘 좋은 하루 되셨으면 합니다.

김문숙 2012. 11. 18. 오전 12:10

고맙습니다ㅏ. 꽃같은 마음 꽃심으로 확실히 돌아온 그 마음

백승훈 2012. 11. 18. 오전 10:58

저의 부족한 글이 비꽃님의 마음에 닿았다니 다행입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날마다 부딪치며 사는 삶이기에 우리는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기도 하지요. 서로에 대한 적당한 거리두기와 배려야 말로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라도 편안하게 수신인이 되어 읽어주셧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맙습니다^^

백승훈 2012. 11. 18. 오전 10:59

반갑습니다. 김문숙 선생님, 여일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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