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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중에서-
누군가 내게 달빛이 너무 고와서 전화를 걸었다고 하면
나도 저리 말하고 싶을 만큼 어젯밤엔 달이 정말 환했습니다.
달빛이 고우면 달빛이 곱다고, 꽃이 피면 꽃이 피었다고
스스럼없이 전화할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겠지요?^
'인생득일지기족의 사세당이동회시지 (人生得一知己足矣 斯世當以同懷視之)란 귀절이 있습니다.
이 뜻을 풀자면 '사람이 평생에 진짜 친구 한 사람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친구란 품고 있는 생각이 같아야 이루어진다'쯤이 되겠지요.
마치 같은 음계를 밟고 서 있는 것처럼 같은 생각을 품고 있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침묵의 행간을 읽을 줄 아는 벗이 있다면 더없는 행복이겠지요.
오래전에 내가 꽃에게 말을 건다고 햇을 때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꽃이 무슨 말을 하니? 꽃에게 말을 건다는 건 결국은 꽃을 핑계로 자신에게 말을 거는 거지?\"
나는 그 친구에게 아니라고 애써 부정하며 꽃이 내게 건네는 수많은 말들을 주워 섬겼지만
마음 한 켠에선 그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꽃을 통해 세상을 보고자 했었던 게 사실입니다.
어느만큼 시간이 지나고 꽃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긴 했어도
나는 아직도 무심으로 꽃을 보는 경지에는 다다르지 못했습니다.
아직은 꽃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눌만큼 내 마음이 순수하지 못하다는 것을 압니다.
늘 꽃마음으로 살아야지, 생각은 하면서도 마음이 그러하지 못했으니까요.
꽃은 식물의 모든 것을 집약하는 식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1년에 꽃을 달고 있는 날이 열흘도 못되는 나무가 꽃나무로 불리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식물의 감각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몇 가지 멋진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어떤 과학자가 식물은 어떻게 느끼는지, 느낌이란 것이 있기나 한지, 또는 감정의 유무에 관해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식물의 내면의 어떤 움직임,감각, 감정 등을 찾아내려고 전극을 식물에 고정시켜 놓고 식물 옆에 앉아 생각했습니다.
\"내가 만약 이 식물을 자르거나, 가지를 부러뜨리거나, 땅에서 뽑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러자 갑자기 그래프를 그리는 바늘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는 단지 생각을 했을 뿐인데 그 식물은 이미 그 과학자의 심중을 헤아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던 것이지요.
식물들이 정신감응적이란 사실을 증명하는 결과였습니다.
꽃들도 사람의 생각을 일고 온몸으로 감응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꽃을 보는 일이, 꽃에게 말을 거는 일이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노동의 새벽을 썼던 박노해 시인이
수감 중에 교도소의 담장 밑에 피어 있는 키 작은 풀꽃을 보고 무릎을 꺾으며
' 한 시대의 거대한 폭력도 끝내 무릎 꿇리지 못한 자신을 단숨에 끌어당겨 무플 꿇게 한
풀꽃의 힘에 대한 글을 썼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것은 의미없는 지껄임에 지나지 않으며 수다에 불과할 뿐이다.
깨달은 자끼리는 대화가 무의미 하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으므로 굳이 대화할 필요가 없다.
의미 있는 대화는 깨달은 자와 꺠닫지 못한 자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고 한 것은 오쇼 라즈니쉬였습니다..
그동안 꽃에게 말을 건다고 하면서도
언제나 나는 사람의 눈으로 보고 사람의 언어로 꽃에게 말을 건넸으니
꽃들이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여겼을까요?
우리도 거의 매일 같이 많은 말을 주고 받지만 그것은
소통을 위한 대화라기보단 일방적인 독백에 가까웠던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하게 됩니다.
사실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은 하나마나한 수다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다(gossip)는 정보전달이나 토론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영장류의 그루밍(grooming)에서 비롯된 것이라 했습니다.
그루밍이란 원숭이들이 서로의 털을 고르며 이를 잡아주는 행위를 말하는데,
실은 이를 잡는 것이 아니라 털을 어루만지며 호감을 표시하고 서로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수다는 내용보다는 끝없이 늘어놓음으로써 분위기를 만들고 친밀감을 늘리는 수단인 셈입니다.
댓글 4개
바쁜 시간 중에도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다음 달 문학기행을 준비하시나 봅니다. 때로는 좋은 것을 보면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쁘게 물든 단풍을 보며 누군가는 눈물이 날 것 같아 전화했다고 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함께 볼 수는 없었지만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며 사진으로나마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벗에게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좋은 것을 보면 닮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하고 함께 나누며 느낌을 공유하며 때로는 그 느낌을 글로 풀어내면서 어떨 때는 풀어내는 글감마저 닮았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비록 직접 뵌 적은 없지만, 글을 통해 보이는 편안함과 제가 생각하고 있는 느낌이 비슷하고 때로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점도 있어서 한순간 팬이 된 것처럼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그래서 때로는 누군가와 글을 통해 나이와 상관없이 글벗이 된 분도 있어서 얼마나 친해졌을까란 생각은 전 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저 어느 순간 친해져 있더군요.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며 의미 부여를 하는 것처럼 또 다른 하루는 어떤 이야기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지, 새롭게 배우게 되는 것 하나에도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전 선생님께 전화 대신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편지를 쓰다 말고 지웠다가 댓글로 대신합니다. 늘 좋은 날들 되셨으면 합니다.
비꽃님, 편지를 쓰려하셨다구요? 이렇게 정성어린 댓글만으로도 고맙고 또 고마운 일입니다.^^ 내가 쓴 이 서툰 마음의 엽편들이 누군가에게로 가서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고 한물결 되어 흐를 수 있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또 있을라구요. 오랜 벗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나의 글을 읽어주심에 거듭 감사 드릴 뿐입니다. 문학기행의 길라잡이를 하다보니 늘 바쁘게 한달이 지나가고 또 다가옵니다. 비꽃님의 따뜻한 댓글이 이 초겨울의 한길르 밀어내줍니다. 고맙습니다.
마음이 좋아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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