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리네트에게 쓰는 편지

백승훈 2012. 11. 25. 오전 07:00
3553
당신은 당신 안에서 무엇이 나올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 당신은 자신이 계속하여 본질적으로 안정되어 끊임없이 영속할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당신이 느끼는 그 감정들만이 스스로에게 허용되었으며 자신의 인간성만이 최고라 믿고 있다. 당신은 당신 안에서 어떤 불새가 날개를 펼칠지 모르고 있다. 당신 내부의 세계는 당신도 모르게 닫혀져 있다.
                                        -쌩뗵쥐베리의 사색노트중에서 '당신의 내면' 부분 -
 
리네트!
계절이 자리바꿈을 하기 시작하는 환절의 길목에선 불안정한 대기만큼이나 내 안에도 번지 잃은 바람이 수시로 일어 마음을 다잡기 어렵습니다.  바람타는 마음을 다독이려고 펼쳐들었던  책 속에서 어린 왕자를 만났습니다.  나 자신도 잘 알지 못하면서 나를 온전히 헤아려주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섭섭함으로 마음 괴로울 때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  쌩 떽쥐베리의 이야길 들으며 나도 모르게 닫혀져 있는 내 안의 세계를 누가 온전히 이해해 주길 바라는 일이 헛된 욕심인 줄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리네트!
다시 펼쳐 읽은 어린 왕자 속에서 당신의 편지를 읽었습니다.  쌩떽쥐베리가 스무살에서 서른이 될때까지 젊음과 우정의 십년간을 회상하는 당신의 편지는 두 번을 읽어도 내겐 크나큰 감동입니다. 당신이 기억하는 쌩떽쥐베리에 관한 많은 추억 이야기들을  접하며 나도 당신처럼 누군가를  그렇게 깊이 헤아릴 수 있는 벗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드랬습니다. 특히 왼쪽 손 엄지와 셋째 손가락 사이에 담배 한 개비를 끼고는 동시에 성냥갑을 집는 그의 특이한 몸짓까지 기억난다는 이야기는 나를 깊은 반성에 젖게 만들었습니다. 기실 나는 지금까지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주길 바랐을 뿐 누군가를 기억하고 간직하는 일엔 무심했었거든요.
 
쌩떽쥐베리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레옹 바르트'에게 바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쓰여진 '어린 왕자'는 이번까지 세 번 째 읽는 것이지만 이제 나도 정말 어른이 되어버린 것일까요? 이제야  '어린 왕자'가 제대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신뢰하는 어른이 되어서야 어린 왕자를 온전히 보게 된 것은 지독한 아이러니이긴 하지만.....
 
사막에서 만난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머릿 속으로 그려보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어린 왕자의 별 소혹성 B612호와  어린 양과 가시가 네 개 달린 장미와 사막의 여우와 우물, 황금빛 밀밭과 바오밥 나무들. 임금님의별과 허풍선이의 별, 술군의 별,상인의 별, 점등인의 별, 지리학자의 별과 지구. 그리고 마흔 세 번이나 자리를 옮겨앉으며 해 지는 광경을 바라보던 어린 왕자의 외로움을 생각하는 동안 나는 많이 행복하고 조금은 쓸쓸해졌습니다.
 
뱀과 야생화, 메아리,철로원,약장수를 함께 만나며 나는 지금껏 잊고 살았던 순수한 동심의 한자락을 다시 본 듯도 하였습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야.\"라고 말하던 어린 왕자의 음성이 온종일 귓바퀴를 맴돌았습니다.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것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들 때문임을 그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리네트!
겨울빛에 갇힌 나무들이  아름다운 것은 그 나무 어딘가에 숨겨진 꽃눈 때문이겠지요? 
그대가 계신 그 곳이 아름다운 것은 그대가 거기 계시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댓글 4개

비꽃 2012. 11. 26. 오전 12:15

학교 다닐 때 어린왕자를 처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도,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난후에도 몇 번 더 읽어보았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부분을 이야기 하라고 한다면 몇 가지 될 것 같아요. 어린왕자와 여우가 하는 이야기에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과 길들인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길들였기 때문에 나의 것이고 그가 세상에 오직 한사람처럼 여겨지는 것이고, 그를 위하여 마음을 쏟는 귀중한 시간 때문에 그가 더없이 소중한 사랑으로 생각된다는 것입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도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져 있기 때문이다...마음으로 보아야 찾을 수 있다... 누군가를 볼 때 저는 겉모습보다 마음으로 보아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전 의미 부여를 한 만큼 그 누군가는 특별하게 보일 수밖에 없고, 얼굴이 아닌 진정으로 마음을 보고 좋아하게 되었기에 소중하게 생각되고 결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늘 좋은 날들 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백승훈 2012. 11. 26. 오전 07:54

쌩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는 어른을 위한 동화로 쓰여졌다고 합니다. 학창 시절에 읽어도 좋고 나이 들어 읽어도 좋은 영원한 고전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말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은 마음의 눈, 즉 심안(心眼)입니다. 심안을 통해 대상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고 같은 음계를 밟고 있는 듯한 동질감을 느낄 때 우리는 좋은 벗이 될 수도 있고 서로를 가까이 느끼게 되는 것이겠지요. 비꽃님의 말씀에 동감하면서 조금은 더 깊이 나를 돌아보고 내게 오는 인연들에 대하여 마음의 현이 우는 소리에 귀 기울여야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리네트'는 쌩떽쥐베리의 연인이자 친구였던 '르네 드 쏘신느'의 애칭입니다. 두 사람은 십여 년 동안 많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아꼈습니다. 날마다 한통의 편지를 이곳에 쓰면서 나의 편지글을 읽어주는 고마운 분들에게 예쁜 애칭 하나 붙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매일 내 마음의 안섶을 살펴주고, 내가 펼쳐보이는 마음의 풍경을 따라 함께 마음 나누는 벗들에게 정겨운 애칭을 생각하다가 쌩뗵쥐베리의 '리네트'가 생각났던 것이지요. 부연하자면 '리네트'는 지음의 벗에 대한 나의 작은 존경의 마음을 담은 보통명사인 셈입니다. 그러니까 비꽃님도 나의 소중한 ;리네트'이십니다.^^ 고맙습니다.

비꽃 2012. 11. 26. 오후 11:36

같은 사물을 보고도 다른 생각들이 나오는데, 제가 선생님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비슷한 느낌으로 풀어내시는 것과 제가 모르고 있는 사실까지도 알게 되니 좋은 것입니다. 굳이 말씀하지 않아도 왜 선생님께서 쌩떽쥐베리의 연인을 부를 때 쓰는 애칭인 리네트를 쓰실까 어느 정도는 짐작이 되었었답니다. 저도 고맙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예쁜 이름 하나 지어서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선생님께서 부르시는 애칭에 저도 포함해 주셔서 오히려 제가 고마운 마음입니다. 그리고 댓글 올려주신 것을 보면서 제가 쓴 글이 생각이 나서 하나 올려 놓고 갑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어떤 음을 생각해서 쓴 글이었는데, 문득 그 글이 생각났습니다. 물론 부족한 글이지만 어떤 느낌을 가지고 읽으실지는 모르나, 읽는 분들에 따라서 다르게 생각하시겠지요. 어제는 다소 머리도 무겁고 가슴이 답답한 감이 없지않아 사실 글 한줄 쓰지 못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 전환도 하고 들어와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셨으면 합니다.

백승훈 2012. 11. 27. 오전 09:28

비꽃님, 부족한 글에 과분한 칭찬의 말씀입니다. 저 역시도 아무리 애를 써도 글이 써지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은 모든 것 밀어두고 밖으로 나가 풍경 속을 걷습니다. 모든 생각 내려놓고 천천히 걷다보면 다시 하나 둘 생각이 떠오르고 눈에 보이지 않던 흐릿하던 생각들이 돌올하게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거든요. 늘 편안함 속에서 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