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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실버라인
리네트!
그대도 이 그림을 잘 아실테지요?
오늘은 당신에게 무슨 이야길 들려드릴까 곰곰 생각하다가 위의 그림을 골랐습니다.영국의 조각가이자 화가인 프레데릭 와츠의 '희망'을 골랐습니다. 눈을 싸맨 채 지구본 위에 앉아 곧 쓰러질 듯 엎드려 있는 젊은 처녀가 혼신을 다해 하프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한 그림이지요. 그녀가 왼 손에 끌어 안은 하프에는 겨우 한가닥의 줄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다른 줄은 모두 끊겨 바람에 나부끼는데 오직 한 가닥 남은 줄만이 떨리며 소리를 내고... 신비로운 어스름에 싸여있으나 한없이 넒은 우주를 볼 수 없는 그녀에겐 하프의 마지막 한 줄만이 유일한 희망이자 생명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얼핏보면 절망이 먼저 느껴지기도 하는 이 그림은 와츠가 평생을 두고 몇 번씩이나 고쳐 그렸을만큼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이 그림의 화제는 '희망'입니다.
그대가 들려주는 세상의 이야기와 꾸밈없이 풀어내는 마음 속의 풍경들이 때로는 기쁨이 되기도 하고 희망을 일으켜 세우는 자극제가 되기도 합니다.조금은 게으르고 무디어진 펜끝을 다시 세우고 글다운 글을 쓰고 싶은 희망의 불씨를 지피게 만들었습니다. 나의 글도 누군가에게로 가서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도 품게 해 주었습니다.
어제는 저녁답에 들길을 걷다가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엔 해를 품은 구름 주위로 은빛 햇살이 눈부셨습니다, 뭉게구름의 가장자리를 따라 순은의 테를 두른 것처럼 빛나던 실버라인(SILVER LINE)을 보며 나는 습관처럼 그대를 떠올렸습니다. 서양에서는 인생 후반부의 아름다운 시절을 가리켜 실버라인이라 부른다 합니다. 정수리를 쪼아대던 햇살이 사선으로 기운 인생의 오후 두 시, 그 어름에서 만난 그대는 '내 생의 실버라인'같은 존재입니다.
나도 그대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인생은 만남이다'란 말이 아니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만남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보고 저마다의 삶의 무늬를 그려갑니다.그저 마냥 즐거운 만남보다는 서로에게 아픈 말도 건넬 수 있는 쓴약 같은 만남이 될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더욱 단단히 여물고 절실한 깨달음이 보상으로 주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결구 삼아 루쉰이 쓴 책의 한 구절을 동봉합니다. 좋은 날 지으세요.^^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본래 땅 위에는 길이없었다. 한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뤼쉰의 '고향'중에서 -
댓글 2개
전 저 그림을 보면서 하프의 마지막 남은 한 줄에서 그녀만이 느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희망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행복해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답니다. 희망은 남은 두려움의 한 부분까지도 떨쳐버릴 수 있을 때 보이는 게 아닐까요.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당당히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답니다. 처음 걷는 길도 앞선 분을 따라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전 하늘의 구름도 참 좋아합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구름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스치듯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 중에 소중한 인연도 그려보며 때로는 그 누군가가 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한다 해도 그것이 저에게 오히려 약이 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그 누군가에는 어떤 의미가 되겠지요... 고운 향기를 전해주시는 선생님께서도 늘 좋은 하루 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비꽃님의 말씀을 들으니 우리가 말하는 희망이란 긍정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같은 말이라도 받아 들이는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니까요. 같은 쇠를 달구어 어떤 사람은 전장에서 사람을 해치는 칼을 만들고 어떤 이는 요리를 위한 주방용 식도를 만드는 것처럼요.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시시각각으로 모습을 달리하는 구름처럼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다보면 어느덧 내일에 닿아 있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한 하루 지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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