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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무리를 생각하며
천년
풍장의 세월 속
흰 뼈만 남은
달마의 벼랑 끝에
겨우 깃든
제비집 같은
달마산 도솔암
스님은
보이지 않고
암자 홀로
온몸으로
바람의 경을 읽고 있다
-나의 졸시 '도솔암' -
리네트!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가을의 끝자락을 밟아 떠났던 남도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하늘에선 전설처럼 첫눈이 내렸습니다.
길 위에 찍힌 나의 발자국들이 흰 눈에 덮혀 지워져가도 가슴에 남은 여행의 정취는 날을 더할수록 그 향기를 더해갑니다.
남도답사 일전지라는 강진의 고가에 여장을 풀고 참으로 많은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하멜기념관, 병영성, 녹우당, 영랑생가,사의재, 다산초당, 백련사, 무위사,해남 두륜산 대흥사, 미황사, 땅끝마을.....
일일히 손꼽을 수 없을만큼 많은 곳을 밟아 돌며 옛사람의 향기에 취하고 사람에 취해 꿈을 꾸듯 행복한 여정이었습니다.
그 많은 곳을 여행하며 눈에 담고 가슴에 새긴 느낌들을 얼마나 묵히면 향기로운 글이 될런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어느 시인은 평안에 이르는 가장 좋은 방법을 여행이라고 했습니다.
여행이란 지금 자기 자신이라고 믿는 '나'로부터의 떠남이고,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로부터의 떠남이기에
이 떠남을 통해서만이 온전한 나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삶의 자장이 미치지 않는 먼곳으로의 여행이 얼마나 나를 온전한 나로 되돌려 놓았는지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온몸을 감싸고 도는 이 달콤한 여행의 피로감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해야 하는 12월,
법정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남은 날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노력을 하려 합니다.
평소의 내가 궁금하다면 자신의 책상을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그대의 책상 위엔 무엇이 놓여 있나요?
책상 위에 놓여진 몇 권의 책과 쓰다 만 원고들을 들춰보며
오늘 하루만큼은 나 자신에 대해 힐난하기보다는 따뜻하게 격려해주고 싶습니다.
홀로 눈밭 위를 걸으며 잃어버린 설레임을 찾고 싶습니다.
나는 그대에게, 그대는 나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댓글 6개
내 마음 안으로 찾아들어가는 고마운 글감 주셨습니다. 한 해의 마무리를 알차게 해야함을 상기시켜 줍니다. 가끔은 책상위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치워버리고 싶지만 결국 다시 뭔가 올려놓는 마음처럼 비워가며 채워가는게 삶이 아닐런지요. 거듭 새로워지는 마음으로 차분한 하루를 마감하게 합니다. 백시인님의 자신을 찾는 여행이 고운 글감으로 이어져 그 환한 빛으로 좀 더 밝은 세상을 만날 수 있었으면 참 고맙겠습니다. 멋진 여정 오래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윤성완 선생님, 여일하시지요? 한해를 마무리 하는 12월은 까닭없이 마음에 조급증이 일곤 합니다. 가을을 밟아 남도의 끝, 땅끝마을 해남의 달마산 도솔암을 다녀오며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고 허투로 살아온 날들을 반성했습니다. 지난 날은 아름다웠노라고 찬사를 보낼 수 없음이 안타깝긴 하지만 아직 여러 날이 남아 있으니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노력해야겠지요. 눈 많이 내리고 몹시 추운 겨울, 건강하고 무탈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여행에서 잘 다녀오셨군요. 전 요즘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오늘은 어떤 향기나는 말과 행동으로 하루를 보낼까 하면서요... 그러면서 선생님을 떠올리게 되네요. 훌쩍 떠난 여행에서 저도 참 많은 것을 보고 느꼈었는데 선생님의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벅차오르는 그 느낌을 저도 말로 다 할 수 없었는데, 진정 살아 숨 쉬고 있음에 감사하게 되네요. 선생님의 가슴에 새기신 좋은 느낌들을 천천히 풀어내시어요. 분명히 향기로운 글이 되어서 나올 것 같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늘 여행은 많은 것을 내게 일깨워줍니다. 어제의 눈 덮힌 제천의 산과 들과 그 사이를 불어가던 찬바람의 느낌도 어느만큼 시간이 흐르고 나면 향기로운 글로 빚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여행이 행복한 것은 아름다운 인연과의 만남이 숨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
양산에 있는 천성산 내원사에 다녀왔어요.. 잔설이 하얗게 내린 시린 계곡을 걸으면서 들리는 건 찬바람 소리만이 들리지만 묵묵히 지켜내는 빈나무들 사이 햇살의 따스함이 정겹게 반겨주더군요.. 이곳은 비구니승들의 도량으로 지금 대웅전 공사가 한창이었어요. 모두가 떠난 자리 긴 침묵만이 흐르지만 그리운 영상들이 바람곁에 그려지더군요..선생님 새하얀 눈과 함께 기행은 잘 다녀오셨는지... 지난 한해 감사의 마음 전하면서.. 멋진 마무리와 함께 새해 더 좋은 기행길에서 따뜻한 선생님의 모습 기다리겠습니다.
12월의 문학기행 전에 너무도 의미 있는 남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직 가을빛이 남아 있는 남녘의 땅을 밟아돌며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제천 기행에선 못뵈었지만 새해엔 더욱 환한 낯빛으로 만나뵐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따뜻하고 흐뭇한 세모가 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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