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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 길을 간다

백승훈 2012. 12. 13. 오전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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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녁 당신이 친구들과 질펀한 술자리에서 주량에 넘치는 술을
마시고 어깨동무를 풀기 싫어 밤새 한몸으로 비틀거렸다 한들,좋은
계절 당신과 그들의 찬란한 여행은 계속되고 한아궁이에서 지은 여
러 끼니를 나누어 먹으며 낯선 풍물에 똑같이 놀란 후 단체 사진을
수없이 찍으며 각별한 우애를 다졌다 한들, 개중 몇이 당신과 고향이
같거나 다닌 학교가 같음을 우연히 알아 평생 같은 편인 운명을 단단
히 믿으며 수시로 밀담과 음모를 나누었다 한들, 당신이 좋아하는 노
래나 영화를 똑같이 좋아하는 어떤 친구가 애초부터 자신과 같은 사
람임을 섬광처럼 느꼈다 한들, 추운 날 따스한 잠자리가 아쉽던 당신
이 또 어떤 친구와 한 방에 들어 옷 속에 숨긴 몸을 다 꺼내 귀한 따뜻
함을 나누었다 한들, 같은 일을 꿈꾸며 같은 일을 앓으며 마침내 꿈꾸
던 일을 다 이루어 이들과 함께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사람 좋은
당신이 한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들, 당신과 사람들 사이의 무엇이
오래 갈텐가 결국 뿔뿔히 제 길을 가야 하지 술이 깨면 조각난 기억을
뒤지며 지난 밤의 실수를 걱정해야 하고, 여행이 끝나면 어느 길목에
선가 손을 흔들며 헤어져야 하고 밝아버린 잠자리를 둘러보며 버릴 것
과 간직할 것을 가려야 하고 밀담과 농담의 틈을 들여다보아야 하고 영
화나 노래 따위는 삶이란 톱질 끝에 흐른 톱밥임을, 게다가 남의 톱밥
임을 깨달아야 하고 결국 어느 누구와도 함께할 수 없는 무엇이 당신에
게 남는다는 것을 뼛속 깊이 새겨야 하지
도대체 당신은 지금까지,당신이 아주 오래 전 말할 수 없이 작은 모습
으로 살아 있는 것들의 세계로 드는 문지방을 힘겹게 넘을 때,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어둠과 고요와 후텁지근함과 축축함과 외로움에서 얼
마나 도망쳐왔는가
유감스럽게 당신에게는 혼자 걸어가야 할, 어둡고 고요하고 후텁지근
하고 축축하고 외로운 길이 적어도 그만큼 남아 있지  삶은 그런 것
결국 당신은 찍소리 못하고 제 갈 길을 가야 하는 거지 그 슬픈 미래를
될 수 있으면 더 늦게까지 잊고 살았으면 하고  고작 바랄 뿐이지.
                           - 이 희 중의 '결국 제 길을 간다' 全文 -
 
리네트! 잘 잤나요?
햇살 부신 창 가에 앉아 그대에게 편지를 쓰는 이 아침이 언제나 설레는 기쁨이길 바랐는데,
나의 편지가 그대에게로 가면  책상 위에 몰래 놓고 간 꽃다발처럼 그대에게 가슴 흐뭇한 감동이길 바랐는데, 
편지의 횟수를 더하면 더할수록 사연은 자꾸만 단조음을 달고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까닭 모를 슬픔이 안개처럼 피어올라 나를 쓸쓸하게 합니다.
 
그대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그대를 조금씩 헤아리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되고 ,
알게 된 그대의 잿빛 우울과 하얀 슬픔, 그리고 크고 작은 상처의 기억들,
그것들이 끌고 온 물빛 그늘과 눅진한 습기에 대해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지독한 무력감으로
자주 주저 앉아야만 했습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인 줄 알면서도 그래도 무언가 그대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있을 거라 믿었는데,
그대는 원래 이쁘고 환한 사람이니까 나의 작은 응원에도 금세 떨치고 일어나 밝은 빛 속을 걸어가리라 믿었는데
그런 나의 생각이 너무 짧았던가 봅니다.    
 
그대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결국 저마다의 길을 간다는 것.
제아무리  친밀해져서 마음을 나누었다 해도 결국은 혼자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목숨보다 귀한 사랑을 잃고도 꾸역꾸역 밥숱가락을 밀어넣는 자신을 발견하던 청춘의 그 어느 날처럼.
그저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는 것 외엔 달리 해 줄 게 없다는 것,
과연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알면서도 일부러 외면하고 모르는 체, 잊은 척하며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때로는 친구들 틈에 끼어 헛웃음을 웃기도 하고, 가끔은 취생몽사를 꿈꾸기도 하지만  
속이 쓰려오는 갈증으로 잠을 깬 숙취의 새벽, 거울 속에서 조금은 낯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아직도 길이 한나절 남아 있음을 인정해야 할 때, 찍소리 못하고...
우리는 제 갈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하여도 우리는 마지막 희망의 끈 하나만은 놓지 말아야 합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던 그 어느 날처럼, 뒤에서 잡아주던 사람이 여전히 손을 놓아도 잡고 있으리란 믿음이
 우리를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했던 것처럼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눈길이,
누군가 응원해주고 있다는 그 믿음 하나가 얼마나 사람을 기운나게 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잖아요. 
그래요.
결국 제 길을 가는 게 인생이라 해도 난 언제까지나  그대를 지켜보며 응원해줄 거에요.
리네트, 그대도 그럴테지요?
 
오늘도 좋은 하루!

댓글 4개

비꽃 2012. 12. 13. 오후 07:40

슬픔과 외로움이 묻어나는 글이네요. 그래요 사람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누군가를 사랑한다해도 온전히 함께 있으면서 온전히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은 없을 것 같거든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하지 않을까요. 누구나 아픔없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과거의 일은 이미 지난 일이니 과거 속에 묻어두고 꿈을 꾸며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싶습니다. 그 누군가가 마음으로나마 응원해주는 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힘이 나지 않을까요. 의미 부여를 하기에 따라서 하루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듯 늘 미소를 머금고 밝은 모습으로 대할 수 있었으면 싶습니다. 늘 행복하셨으면 싶습니다.

백승훈 2012. 12. 13. 오후 10:21

결국 제 길을 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조금은 슬프고 외로운 존재임을 인정해야 하는 일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게 순순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일이 훨씬 편안하고 자유로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꽃님의 말씀대로 누군가 자신을 지지했주고 있다는 믿음이 외로움을 견디고 이겨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늘 행복한 날 짓는 복된 나날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침항기 2012. 12. 14. 오전 09:39

시인님에 '그 사랑' 받고있는 그녀는 너무 행복하겠어요~~ 모든 사람은 사랑을 주거나 받으며 살아가겠지요^^ 단지 상대의 사랑의 깊이를 잘 알지 못하는 것 밖에는.. 사랑의 깊이는 측정이 어렵기에 사랑을 갈구하고 외로워 하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이란 내가 사랑하는만큼 또다른 누구에게 그만큼의 사랑을 받고 있는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사랑의 에너지 흐름에 법칙'에 따라서요(글쓰는 이의 이론입니다)~~ 지금 이순간 이승철의 '그사람'이라는 노래가 떠오르네요~~ \"그사람날웃게한 사람 그사람날울게한 사람 그사람따뜻한입술로내게 내심장을찾아준사람 그사랑지울수없는데 그사랑잊을수없는데 그사람내숨같은 사람 그런사람이떠나가네요 그사람아사랑아아픈가슴아 아무것도모르는사람아. 사랑했고또사랑해서 보낼수밖에없는사람아..내사랑아~ 내가슴너덜거린데도 그추억날을세워찔러도 그사람흘릴눈물이~ 나를더욱더아프게하네요~ 그사람아사랑아아픈가슴아 아무것도모르는사람아~ 눈물대신슬픔대신 나를잊고행복하게살아줘..내사랑아~ 우리삶이다해서 우리두눈감을때 그때한번기억해 그사람아사랑아아픈가슴아~ 아무것도모르는사람아. 사랑했고또사랑해서 보낼수밖에없는사람아. 내사랑아내사랑아내 사랑아~~~\" 비와 함께 이 노래의 애절함을 전합니다.

백승훈 2012. 12. 14. 오전 09:50

아침향기님의 댓글이 저를 흐뭇하게 합니다. 제 글 속의 그녀는 아침향기님일 수도 있습니다.^^ '사랑의 에너지 흐름의 법칙'이란 흥미로운 이론이군요. 살아가면서 주고 받는 것이 어찌 사랑뿐이겠습니까마는 그 주고 받음에 있어 계량적 형평을 따지다 보면 때론 상처를 받기도 하고 더 깊은 외로움에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존재의 근원적 외로움을 인지하고 사랑을 한다면 좀더 여유롭고 편안하게 사랑할 수 있지 않을가 싶어 적어본 글입니다. 이승철의 노래는 너무 슬퍼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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