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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S라인

백승훈 2012. 12. 18. 오전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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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네트!
혹한의 아침입니다.

고향에서 지낼 때 낚시터에 자주 놀러가곤 했습니다. 겨울이면  혹한의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낚시꾼들은 두터운 얼음에 구멍을 뚫고 송어낚시를 하곤 했습니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낚시를 일러 '자신을 낚아 우주 속에 방생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송어낚시꾼들을 볼때면 '낚시야 말로 잡기 중의 잡기'라 한 어느 낚시꾼의 독백이 더 그럴 듯하게 들리곤 했습니다.
 
 혹시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영화 보셨나요?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흐르는 강물처럼' 은  미국의 은퇴한 교수이자 작가인 노먼 매클린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잊혀지지 않는 인상적인 영화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플라잉 낚시를 하는 모습이 담긴 포스터는 오래도록 내 방 한쪽 벽에 걸려 있었을만큼 내가 좋아하던 그림이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옛 영화 이야기를 꺼낸 것은 TV 뉴스를 보다가 언어의 홍수 속에 사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서 독실한 프로테스탄트 목사인 아버지는  두 아들에게  작문 숙제를 내어줍니다. 그들이 열심히 작문을 하여 제출하면 아버지는 쓸데없는 말들이 많은 것을 지적을 하며  군더더기를 제거하라고 번번히 퇴짜를 놓곤 하지요.  그렇게 하기를 몇 번씩 되풀이 하여  정말로 꼭 필요한 것만 남게 된 뒤에야 아버지는 아들들의 과제물에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줍니다.

 
장차 의사를 꿈꾸었던 러시아의 한 청년은 편지를 쓴 뒤엔 반드시 천칭 저울에 편지의 무게를 달아보곤 했습니다.  그는 가난했으므로 우편요금을 넘기지 않기 위해  편지를 쓰면 저울에 얹어 그 무게를 재어보고 무게가  넘치면 다시 줄여쓰기를 반복했던 것이지요. 정해진 분량 내에 이야기를 마치기 위해 저울에 원고의 무게를 달아가며 아르바이트로 글을 쓰던 청년은 훗날 러시아의 단편소설을 꽃 을 피운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그가 다름 아닌 안톤 체호프입니다.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일은 비단 글쓰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격언처럼 인생에 필요한 것들만 탐구하고 지켜나가기에도 우리네 인생은너무  짧습니다.  말과 글이 장황해질 때 상당부분은 자기변명이거나, 남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안절부절,  혹은 얕은 지식의 자랑인  경우가 많습니다. 
 
날마다 그대에게 편지를 쓰면서 나 역시도 자꾸 말이 많아져서 걱정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가는 일, 누군가에게 나를 건네고 그 누군가를 내 안에 들이는 일, 그것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되도록이면  내 안에서 정제된 생각들만 그대에게 전하려 노력 중입니다.
단촐해진다는 것, 말과 글에서 군살을 빼는 일은 영혼의 S 라인을 만드는 비결이자 참된 인생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니까요.

 
리네트!
오늘도 좋은 하루!

댓글 4개

비꽃 2012. 12. 18. 오후 02:18

글을 쓴다는 건 길고도 답이 없는 길이라고 하던데 저도 요즘은 무작정 제 생각을 풀어놓기보다 생각을 더 많이 하다보니 글을 많이 못 쓰고 있습니다. 벗에게 편지를 쓰다보니 조금은 길어진 편지를 생각하면서도 정작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처럼 글로도, 말로도 다 하지 못하는 것인가 봅니다. 저도 영혼의 S라인을 만드는 일에 노력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으로 느낌표 두개 띄우고 갑니다. !!

백승훈 2012. 12. 19. 오전 10:39

글을 쓰는 일이 어떤 답을 구하는 일은 아니라 해도 어떤 생각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는 일이라면 장황한 말보다는 간결하고 명료해질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글의 성격에 따라서, 혹은 내용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으니 길이의 장단은 그리 중요하지 않겠지만요. 비꽃님의 말씀처럼 정답 없는 것이 글쓰기일 수도 있습니다. 느낌표 두 개의 의미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고맙습니다^^

비꽃 2012. 12. 19. 오후 03:19

공감입니다. 글의 성격에 따라서 어떤 생각을 전할 때는 간결하고 명료하게 뜻을 전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느낌표를 두 개 띄운 이유는 선생의 글을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끼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생각의 깊이를 더해갈 수도 있으며 저의 부족한 부분을 생각하기도 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인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가 더 고맙습니다.

백승훈 2012. 12. 20. 오전 1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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