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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백승훈 2012. 12. 30. 오후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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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네트! 잘 잤나요?
그대와 내가 잠 든 사이 내린  눈이 천지간을 흰 빛으로 가득 채운 순은의 아침입니다.

어제는 모처럼 시내에 나가 고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아파하지 않을 거라며 오래 전에  스스로 용도폐기 해 버린 사랑을 다시 떠올리게 한 사람. 압화처럼 납짝해져서 다시는 뛰지 않을 것 같던 내 가슴을 마구 설레게 만든 사람. 바람처럼 다가와 안개처럼 스미어 어느덧 내 영혼의 주인이 되어 버린 사람.
 
길을 가다가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라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 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 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 것이다
   - 고정희의<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전문 -

 그 고운 사람을 만나러 가며 내 마음은 어느새 차 안에서 수없이 되뇌었던 고정희의 시를 점점 닮아가고 나는 뛰는 가슴을 꾹꾹 눌러 참으며 꽃다발을 포장하는 동안 꽃집 나무탁자에 앉아 정성껏  카드를 썼습니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죄 짓는 일이 되지 않기를 마음 속으로 빌며 처음으로 잡았던 손의 가느란 떨림, 식사를 하고 차를 타고 바다로 나가 차를 마시고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지난 밤엔 쉬이 잠들 수도 없었습니다.
 
한 점 그늘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이 '하는 짓마다 이쁘기만 한'  그 사람은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 뒤로 끌고 온 물빛 그늘 한자락이 보였습니다. 그 사람이 끌고 온 물빛 그늘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동안, 그 사람의 눈가를 간간히 적시던 맑은 눈물의 의미를 곱씹는 동안  그 사람의 통증이 고스란히 내게로 전이되어 명치 끝이 욱신욱신 쑤셔오며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말았습니다.

 옹이를 가진 나무들이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 듯이 산다는 것은 상처를 기억하는 일이라고, 상처의 기억이란 당장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지만 세월의 바람 속에 놓아두면 아름다운 무늬가 되는 법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 사람을 가슴에 들이는 데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지만 그 한 사람을 비워내는 데엔 한 생애를 다 걸어도 쉽지 않은 일인 것을요.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 사람과 마주 앉아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일, 그 사람이 눈물 지으면 손 내밀어 눈물을 닦아주는 일, 설움이 북받쳐 어깨 들썩이며 흐느끼면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가만히 어깨를 감싸주는 일, 그리하면서 그 사람이 이 아픔을 잘 견뎌 이겨내길 마음 속으로 빌어주는 일 같은 사소한 것 밖에 없단 것을 압니다.
 
그 사람이 스스로 잠들고, 스스로 일어서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힐 때까지 먼 산처럼 그 사람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일이 내 몫의 사랑이라 해도 언제나 그 사람 곁을 지켜주리라 마음 속에 오롯한 다짐 하나 새겨 넣었습니다.  사랑은 내가 바라는 길로 오는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눈길을 따라옵니다. 산 속에서 길을 잃어본 사람은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압니다.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따뜻한 위안인지, 어둠 속에서 보이는 먼 곳의 불빛이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게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그 사람이 알게 되기를 기다리면서....  
리네트! 그 날이 올 때까지 그대도 나와 마음의 키를 맞추고 좋은 벗으로 지켜봐 주시겠지요? ^^

 
오늘도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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