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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러브레터 5

백승훈 2013. 01. 19. 오후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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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떴을 때 왜 당신 생각이 났을까요?
늘 당신 생각을 하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새삼스럽게 당신이 생각나다니.... 참 이상한 일이지요?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정수기에서 물 한 컵을 받아 마시고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지요. 밤새 참았던  갈증보다 당신이 훨씬 궁금했지만 나는 휴대폰으로 가는 눈길을 애써 참고 있었지요.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꼭 그래야만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당신의 문자메시지 와 있을 것만 같아서, 당신의 마음 한자락이 밤새 휴대폰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만 같아서 자꾸 가슴은 콩닥거리는데 차마 열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그 설레임을 좀더 즐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당신은 문자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휴대폰을 여는 순간, 한껏 부풀어 올랐던 나의 기대는 바람 빠진 키다리 인형처럼 속절없이 주저 앉았지만 그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내가 다행이라고 말한 것은, 만약 당신의 마음 한자락이 내게 와서 밤을 지새웠다면, 그리하여 오지 않는 답신을 기다리느라 당신이 잠을 설쳤다면 나는 당신에게 많이 미안해졌을테니까요.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섭섭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내가 늘 당신을 생각하듯이 당신도 내가 늘 궁금할 꺼라 믿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을 원망하진 않아요. 햇빛 속에 서 있는 나무도 제 몸이 드리운 그늘로 인해 절반은 빛의 반대편에 머물 수 밖에 없는 것처럼 그건 내가 거느려야 할 그늘 같은 것이니까요.
 
어제는 늦은 외출을 했었습니다.
딱히 외출을 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바람을 타서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의 가게에 들러 차 한 잔 마시며 객적은 농담을 주고 받다가 돌아오는 길에 눈발이 흩날렸습니다. 끊임없이 차창으로 달려드는 눈발들을 와이퍼로 밀어내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마음이란 것도 저 흩날리는 눈발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눈발처럼 누군가에게 나를 건네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와이퍼로 차창에 달라붙는 눈발을 밀어내듯 누군가의 마음을 매정하게 뿌리친 적도 있었습니다. 시야를 가로막던 눈발도 짐에 돌아왔을 땐 자취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벌판으로 뽀얗게 몰려가던 눈발들은 흔적도 없고 쌩한 바람만 천지간에 사납게 불었습니다.  당신이 보낸 마음도 밤사이 저 눈발처럼 휘발되어 사라진 것은 아닌지......
 
그래요.
서로를 알아가면 알아가는 만큼 자꾸만 자신을 감추게 되나 봅니다.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거기에 맞추어 자꾸 자신을 꾸미게 됩니다. 가면도 오래 쓰고 있으면 또 하나의 얼굴이 된다는 말처럼 그렇게 자신을 자꾸 꾸미다 보면 어느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는 스스로도 어느 것이 자신의 참모습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살아가면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불행한 일은 없겠지요. 아니 불행하진 않다해도 나는 그것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무덤덤하게 넘길 수 있는 별스럽지도 않은 일이 내겐  특별한 일이 되고 견딜 수 없는 일이 되는 것을 보면 나는 생래적으로 별난 사고를 가진 별난 인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도 난 그 별스러움이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그게 나이니까요.
 
한동안 나는 여기에 오래 머물 것입니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겹겹의 천을 두르고 두거운 가면을 벗어 버리고 벌거벗은 나를 만날 것입니다.  내 안에 꼭꼭 쟁여두었던 말들을 방목하고 나는 바람의 자유를 만끽할 것입니다. 언제나 당신이 생각 나겠지만, 때로는 당신 생각이 사무쳐서 나를  간간히 잃어버리기도 하겠지만 아파하지 않고 그 고통을 즐기겠습니다.  어디에 있다해도 당신 안에서 살 수 밖에 없는 나라는 것을 누구보다 당신이 잘 아시잖아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당신.  
  
 

댓글 6개

felucca 2013. 01. 20. 오전 09:49

어제 테마기행으로 남이섬과 남양주 종합촬영소를 다녀왔습니다. 발달장애 2급의 스물세살 보라를 데리고 다녀왔는데 조마조마 마음을 졸이며 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무든 동행하신 분들게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따뜻한 배러를 오늘 이른아침 전주의 고모부 문병가는 길에서 접하니 행복합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백시인님과의 문학기행이 기다려집니다^^

사색향기 2013. 01. 20. 오전 10:08

옷이 날개라 <허만옥> 디자이너의 옷으로 입어보셔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옷인데, 그 옷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만병통치약이 될 거예요.

백승훈 2013. 01. 20. 오전 10:42

펠루카님, 보라와 아름다운 겨울여행을 하셨군요. 겨울 남이섬은 낭만 그 자체인데 ...^^ 전주 잘 다녀오세요^^

백승훈 2013. 01. 20. 오전 10:43

호오라! 허만옥님이 디자이너셨군요.^^ 만병통치약이 되는 옷이라니 입진 못해도 귀경이라도 하고 싶어집니다.^^

김현배 2013. 01. 20. 오후 05:11

당신을 위한 고통을 즐기는 것 태어남과 같이 바람불고 비 퍼부어대는 날 지극한 쾌락으로 돌아오는 것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백승훈님

백승훈 2013. 01. 21. 오후 12:45

누군가를 기억하고 생각하며 그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면 비록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가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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