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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러브레터 6
백승훈 2013. 01. 20. 오후 02:13
7233
백승훈 2013. 01. 20. 오후 02:13
7233
바람 부는 날
갈대밭에서
고단한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소금끼 배인 이야기꽃 하얗게 피우며
먼 들 건너오는 아낙네들처럼
쉬임없이 수런대는 갈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쌍과부집 늙은 수캐가 해거름에 흘레 붙었다거나
얼금뱅이 소금장수가 마을에서 묵고간 뒤로
여름내 꿈쩍 않던 물레방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는 식의
바람에 떠도는 소문일지라도
아낙네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만 하면
햇살처럼 환한 웃음으로 바뀌곤 했던 유년의 기억이
갈대밭 바람소리로 되살아나는
소래염전
소금끼 많은 그대의 편지 때문이었을까요?
문득 바다의 안부가 궁금해져서 가까운 소래포구에 다녀왔습니다. 비린내 가득한 어시장과 줄느러미 늘어선 조개구이집을 한 바퀴돌아 바다가 잘 보이는 이층 찻집에 앉아 차를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갈대와 억새 우거진 소금밭을 잠시 걸었습니다.
바닷물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갯고랑 사이 하얗게 핀 소금꽃을 밟아 폐염전을 거닐다 보니 마음 한 켠이 쓸쓸해졌습니다. 갈대숲을 건너오는 바람끝은 여전히 맵고 사람의 발길 끊긴지 오래인 소금창고는 비바람에 기울고 허물어져 금세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롭기 그지없었습니다. 영고성쇠가 인연을 따라가는 자연스러운 것임에도 저 풍경들이 내 안에 쓸쓸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직 마음공부가 멀었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그 쓸쓸함이 내가 살아 있음을 증거해준다고 생각하면 그리 우울해 할 일 또한 아님을 압니다.
바람만이 주인인 듯한 쓸쓸하기 그지 없는 풍경 속에서 지난 날의 영화를 따올리기엔 나의 상상력이 턱없이 빈약하고 저 풍경 속으로 들어가 갈대와 한 몸이 되어 바람에 흔들릴만큼 마음이 여유롭지 못한 나는 다만 낯선 이방인의 모습으로 풍경의 언저리만 맴돌다 돌아나오고 말았습니다. 흐린 하늘 속으로 이름 모를 새떼가 날아가고 이내 낀 듯 부우연 서녁하늘에선 온기 없는 1월의 햇살이 갈대숲을 흔드는데...
나는 잠시 길을 잃었던 것도 같습니다.
실은 당신과 안부 없이 지내는 동안 썩 괜찮은 글감 하나가 떠올라 궁글리고 있는 중입니다.
몇날 며칠을 궁리해봐도 마땅히 실마리는 풀리지 않고 생각은 제멋대로 갈라지고 가지를 쳐서 마음만 한껏 어지러웠습니다.
그래서 궁리 끝에 당신의 바다에 핑계를 대고 소래포구를 찾아갔던 것입니다. 소금밭을 거니는 동안 비록 폐허가 되어 버린 소금창고처럼 위태롭기 그지 없는 생각일지라도 지지목을 세우고 기우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바로 세우다 보면 세찬 비바람도 견딜 수 있는 소박한 방 한 칸 같은 작품 하나 완성할 수 있으리란 믿음이 생겨났습니다. 소금밭을 거닐며 내가 고른 생각의 대들보와 다듬은 마음의 서까래들, 그것들이 서로 받쳐주고 맞물려 하나의 집이 되는 날, 그대에게 자랑처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집이 지어질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 집이 완성되는 날, 나는 다시 소금밭을 찾아야겠단 생각을 햇습니다. 소금끼 많은 이 곳에 와서 다시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들판 가득 바람을 몰고 오는 갈대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당신도 함께 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4개
김현배
2013. 01. 20. 오후 05:00
비록 폐허가 되어 버렸더라도 무언가를 믿고 그에 따라 움직인다면 새로운 무언가 만들어진다는 것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게 생겨나는 것이니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백승훈님
백승훈
2013. 01. 21. 오후 12:43
감사합니다.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꿈을 꾸는 일이기도 하지요. 그리하여 만날 때마다 새로워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멋진 일은 없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김문숙
2013. 01. 22. 오후 12:27
글에서도 맛 참 짭잘 합니다. 감사 합니다.
김훈회
2013. 02. 03. 오후 11:56
소래포구 다녀온지가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럿나 봅니다.. 고등학교때 주안에 형님이 계셔서 여러차례 가본기억이 있을 뿐..20여년이 흘른지금에 백시인님이 쓴글과 사진을 보니 폐허가 아닌, 살아 숨쉬기 위한 전초 단계가 아닌가 하는 착각 까지 오네요..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사라져 버릴 뻔한 옛기억을 살려 주셔서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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