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다시 쓰는 러브레터 7

백승훈 2013. 01. 23. 오전 11:36
3568

지금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창가에 서서 빈들을 느리게 건너가는 우연(雨煙)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물 먹은 한지처럼 내 몸이 풀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것 같습니다.
모세혈관까지 습하고 우울한 기운이 가득차서 바람 빠진 키다리 풍선처럼 허물어질 것만 같이 위태롭단 생각을 했습니다.

 
창문을 닫고 당신이 보내준  Myrra의  How Insensitive를 듣습니다.  
보사노바의  리듬에 실린 미라의 몽환적인 목소리는 비안개처럼 내 마음에 스미어
겨울비에 젖은 내 안의 우울과 적당히 균형을 이루며 나를  차분히 가라앉힙니다.
소소한 일상의 일들을 미뤄두고 비 오는 거리에  나가 낯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처음 만난 여자와 검은 박쥐우산을 받쳐들고 물보라가 이는 포도 위를 걷는 동안 
우산 밖으로 밀려난 왼쪽 어깨가 젖었습니다. 
젖은 옷을 타고 축축한  기운이 내 안에 스미는 만큼 서걱거리던 낯설음도 숨이 죽고 유순해져서 
찻집의 문을 밀고 들어설 즈음엔 포스트잇처럼  침묵의 사이사이에 웃음을 붙여 넣을 수도 있었습니다.

 
종이꽃처럼 향기 없는 만남,  무늬만 따뜻한  장식용 벽난로처럼 온기 없는 대화,
꽃이 지듯 웃고 나면 자꾸만 쓸쓸해지던 웃음소리......
그렇게 비에 젖어 하루를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당신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나를 감추고 나처럼 보이고 싶은 나를 낯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돌아오는 밤이면
불도 켜지 않은 어둔 방에서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소리죽여 우는 나를 당신은 어찌 생각하실까요? 
당신이 짚어내지 못하는 나의 시간처럼  당신의 시간 속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우울과 슬픔, 그리고 아픈 상처의 기억들이 들어 있을까요?

 
삶은 늘 우리에게 무언가를 일러주려 애를 씁니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타이르는 자상한 선생님처럼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우리를 타이릅니다.
못들은 척 외면하고 고개 돌려도 집요하게 메시지를 전해주려 애를 씁니다.
때론 사랑의 매를 들어 종아리를 치던 엄마처럼
삶은 우리에게 고통을 주어서라도 삶의 의미를 깨우치려 합니다.
끊임없이 허공에 빗금을 그어대는 빗방울과
뽀얀 비안개를 몰고 산기슭을 타고오르는 바람처럼
수시로 우리를 덮쳐오는 고통과 슬픔은 삶이 우리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비 오는 거리를 헤매던 영혼없는 몽유의 몸짓을 통하여 나는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새삼 꺠닫습니다.
당신의 환한 웃음과 따스하고 크림스프처럼 따뜻했던 부드러운 손의 감촉에 대한 기억은
추억 속에서 만나지는 귀한 행복이란 것을.
어쩌면 우리가 오늘을 견뎌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 생각하면 삶이 우리에게 전하려던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짚어질 듯도 합니다.
우리가 살아낸 세월들이 추억의 창을 통해 행복으로 비춰질 때
우리는 그때 거기에 머물렀단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질 것입니다.

오늘밤엔 미처 받아 적지 못한 삶의 메시지들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댓글 5개

사색향기 2013. 01. 23. 오후 03:13

화초에 물주며 마른 곁가지 걷어내주며 따사로운 맘으로 대화도 나누며 서로의 사이가 가까워졌다~*^^* 순수한 화초는 예쁜 꽃으로 피어나기를 거듭하며 저를 여러번 기쁘게 해주고 홀연히 떠났습니다. 저의 핸드폰에 예쁜 꽃 두가지가 창밖 가로수 은행나무와 친구되어 다정히 환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보고 보고 또 보며 행복한 웃음꽃을 피운답니다. 꽃님이 \"만옥님, 당신이 선 자리에서 꽃을 피우세요~♬\" 그 가르침을 주실려고~♬ 꽃님은 갔어도 아름다운 추억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감사합니다~♬빵긋빵긋♬~\"

사색향기 2013. 01. 23. 오후 03:18

이것은 허만옥님의 글인데요, 허만옥님처럼 항상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마음을 간결하게 하는 것이 삶의 진리이고, 삶의 메시지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는 허만옥님의 글을 생각하면 혼자서 시시때때로 웃음이 난답니다~! 정말 왕, 왕, 왕 감사합니다. 허만옥님이 짱입니다!!

생각차이 2013. 01. 23. 오후 05:41

사색향기님 글 다 만옥님 글로 보여요. 오래도록 보았던 저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면 죄송하지만, 느낌이 그렇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댓글 올리실때 만옥님 이야기가 갑자기 나오시는 것도 있었는데 저도 만옥님의 글이 좋더군요. 늘 밝은 모습의 글을 볼 수 있어서 말이죠. 하지만 보이지 않게 또 다른 분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은 느낌도 같은 느낌을 주네요. 좋아하는 분의 글은 닮아가는 것도 있으니 이해는 됩니다. 다음번에는 다른 분의 글을 읽으시고 닿는 느낌을 한줄이라도 이야기해주신다면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글을 쓰시는 분께서 조금이라도 느낌을 더 가지고 또 다른 글을 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의 삶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느끼는 행복과 생각차이도 한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사색의향기 2013. 01. 23. 오후 06:06

좋은 댓글은 언제나 글쓴 사람에게 힘을 줍니다. 댓글 활동을 많이 하여주시분들께 항상 감사를 느낍니다.^^ 다만 글쓴이를 사색향기 라는 하시면 회원분들께서 운영자로 인식할 오해의 소지가 있지않을까 합니다요. 혜량바랍니다. ^^

백승훈 2013. 01. 24. 오전 11:03

화초를 키우는 일은 많은 정성을 필요로 하지요. 꽃을 보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생명을 돌보는 일엔 언제나 지극정성으로 임해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환한 웃음꽃 피우시는 님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이십니다. ^^ 고맙습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