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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러브레터 10
백승훈 2013. 02. 07. 오후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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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2013. 02. 07. 오후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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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서점엘 갔습니다.
사람의 습성이란 참으로 묘해서 늘 시선 너머의 세계를 그리면서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이중적인 태도를 지닙니다.
낯선 세상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지만 그 유혹이 뒷춤에 감춘 위험은 몸을 움추리게 하고 우리는 익숙한 것들이 주는 편안함에 안주하려 펼쳤던 날개를 스스로 접기 일쑤입니다. 혹자는 그것을 열정이 식어가는 징조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용기의 부재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어느 쪽이든 그것은 쓸쓸한 일입니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에세이집 \"나는 내일을 꿈꾸지 않는다\"를 샀습니다.
오랫만에 들른 터라 사고픈 책들이 제법 많았지만 책을 고를 시간도, 지갑도 비어 있어 두 권의 책을 사는 것으로 나의 책방 나들이는 끝이 났습니다.
어쩌면 나는 이 두 권의 책을 읽는 동안 많이 행복하고 조금은 우울해질 것입니다.
책을 통해 다른 이의 삶을 엿보고 나와 다른 생각을 읽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깊은 생각과 지혜, 그리고 놓치고 산 삶의 진실을 알아가는 일은 언제나 나를 흥분 속에 몰아 넣습니다. 책이 세상을 구원하거나 삶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걸 모르지는 않지만 그 글들을 읽는 동안 내 자신이 새로워지는 것을 느끼는 일은 내 삶에 활력소가 됩니다. 허튼 농담이나 주고받으며 무료함을 때우는 일보다는 그게 훨씬 나답고 가치 있는 일이라 믿으니까요. 하면서도 내가 우을해 질 수 밖에 없는 까닭은 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적어냈을 그 책들을 읽으며 나는 또
습관처럼 나 자신을 많이 반성하고 자책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이 밥이 되고 옷이 되지는 않는다 해도 꽤 오랜 날을 글을 끄적여 온 나로서는 그들이 세상 속에 내어 놓은 책들을 마냥 우호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습니다. 저들이 이리 공들여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뭘했나 하는 자과감과 무력감으로 수시로 주저 앉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종종 나를 나무라곤 하셨지요. 나의 나태함과 가벼움에 대해 못마땅해 하곤 하셨지요. 어쩌면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고 혀를 끌끌 차면서 내게서 마음을 접은 적도 많았던 것을 압니다.
절집을 짓는 목수들은 못 하나 박고 세 번 절하는 일타삼례(一打三禮)의 목수처럼 정성으로 쓰지 않고 습관적으로 글을 써대는 나의 태도를 나무라던 당신, 내가 건네는 마음의 엽편들을 그저 글쟁이의 문자놀이로 생각하고 글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하신 적도 많았지요. 결국 구차한 변명이 되겠지만 딱히 정좌하고앉아서 쓰는 글만이 진정성이 담긴 글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그동안 보여줬던 내 마음의 풍경만큼은 오롯이 당신에게 전하는 내 붉은 마음이었으니까요.
오직 당신만을 위해 나의 생각들을 모으고 긴 편지를 쓰는 일은 나의 큰 즐거움이었지만 사랑할 수 없는 대상을 향한 혼자만의 독백, 그 허망한 감정의 소모전은 진정 당신이 바라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아픔을 감추기 위해 수다스러워졌던 이야기와 미사여구로 가득찬 향기 없는 말들, 당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늘 나 자신의 외로움과 괴로움, 삶의 고단함을 감추기 위해 분망했던 순간들이 이 밤 큰 부끄러움으로 나를 덮쳐옵니다.
비상을 꿈꾸며, 다시 한 번 날아오르기 위해 심호흡을 해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날개를 펼쳐 바람을 모으고 좀더 멀리 날기 위해 한 번 더, 몸을 움추려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겐 시간이 필요하고, 어쩌면 당신에게 조금은 소홀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언제 어디에서 어느 모습을 하고 있어도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실 당신, 당신으로 인해 행복했던 시간이 외로움에 대한 내성을 약하게 만들어버려 쉽게 주저 안을지도 모르지만요. 비록 거리에 부는 바람은 세상을 꽁꽁 얼려버릴 것처럼 맵지만 바다는 진작부터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곧 봄이 올 것입니다.
해마다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격려가 절실한 시간입니다.
남쪽 바다에서
댓글 2개
최인구
2013. 02. 08. 오전 11:36
백승훈 님~! 늘씬한 포즈의 아릿다운 여인을 보며 오늘은 또 어떤 사랑의 메시지가 담겨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서점에서 이 책 살까, 저 책 살까 망설이는 모습도 살짝 그려졌구요^^ 꼭 의미를 발췌해 평가하지 않아도 편지 속에 담겨진 진솔함에 가슴 한켠이 찌릿해지는 맛이 일품이라고 할까요.. 백승훈 님, 혹 남쪽 바다에서 새 해를 맞이할 계획이신가요?? 부럽습니다.. 그리고 늘 행복이 가까이 할 거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문숙
2013. 02. 08. 오후 05:45
감사합니다. 설명절 행복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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