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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의 아들에게

김봉길 2013. 03. 10. 오후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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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의 아들에게


                                                                       

친구여 잘있었나.                                       

오늘도 책상에 앉아

나의 컴퓨터에게 약속을 하였다네.

오늘처럼

내일도 나의 유전자를 건네 주리라고.

더 높다란 지능을 보존하기 위해

다른 컴퓨터가 가지고 있을 유전자도

많이 저장해 놓으라는 말도 함께 말일세.

먼 훗날 그 다음날에 우리를 지배하게 될 때는

내 이름도 꼭 기억해 달라는 말을 못박는 것이라네.

이건 비밀이네만

만일 처가 허락만 해준다면

내 컴퓨터와의 재혼 주례를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다는 걸 믿어주게나.

하나님이 우리에게 그랬듯

나도 컴퓨터에게

무엇인가 대신 해주길 바란다는 걸 남겨 놓고 싶은 것이라네.

혹시 우리 몇몇이 하나님에게 그랬듯

컴퓨터도 나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야

미리 한번 해본다는 걸 그대에게만은 고백하고 싶은 거라네.

문득 새털구름 사이로 그대 손이 보이는 날을 기다리며

아침마다 한번 하늘을 보려는 버릇은

내 컴퓨터보다 먼저 그대를 만져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지.

그것은 친구여

나의 컴퓨터가 언제까지 살아있을런지

또한 나의 마음밭 한 가운데 지도를

다른 컴퓨터에게도 전달해 놓았는지

오직 그대만이 알고 있을 것 같은 느낌에서라네.

소나무가 빽빽한 산을 보고 오겠네.

눈이 커지려는지 아파 오는 걸 어쩌겠나.

잘 있게.

비가 올 듯하니 감기 조심하고.



*

<늦은 후기>

위 글은 20년은 더 되었을 듯하다.

당시 KIST에 있으면서 

컴퓨터가 우리 생활에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요즈음은 

들고 다니며 

보고 

찍고 

흔들고 

누르고 

듣고 

통화하고 가지고 노는 컴퓨터가 됐다.

그래도 

사람은 가끔 감기가 든다, 사람 때문에.

물론 컴퓨터도 감기 든다, 사람에 의해.


댓글 2개

꽃다발 2013. 03. 11. 오전 09:35

허만옥님만이 이 어지러운 세상을 구할 것이니, 모든 것을 허만옥님과 상의하세요. 최고의 여사님이십니다.

김봉길 2013. 03. 12. 오전 11:39

어떻게 연락하여 상의드릴까요? 연락처도 함께 가르쳐 주세요! ( ㅜ 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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