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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무 두엄

박종영 2013. 12. 03. 오전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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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무 두엄
 
                           -박종영-
 
 
양지바른 텃밭 언저리에
석 자 깊이로 적당히 땅을 파고
가을걷이 끝 난 볏짚을 깐다.
 
그 위에 달큼한 가을 무를
촘촘하게 바로 세우고
다시 볏짚으로 감싸고 잘게 부순 흙은 덮는다.
 
이렇게 갈무리를 하는 것은
시원한 무국이나 삼동의 겨울밤
정겨운 군것질로 생무가 일품이어서
정성스레 무 두엄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가을 내내 땅심받아 통통하게
푸른 기운으로 성장한 생명의 양식을 
아삭아삭 삼키며 추억하려는 것이다.
 
깊은 어둠의 땅에서 싱싱한 웃음 한개씩
파냄의 순서를 기다리는 안타까운 질서,
곰곰이 생각하니 가슴안에 하얀 슬픔이 가득하다.

댓글 12개

임영경 2013. 12. 03. 오후 12:56

잘보았습니다.표현력이 아름다워요

박종영 2013. 12. 03. 오후 03:58

감사합니다. 남은 12월 건강한 시간 되십시오 임영경님/

문태성 2013. 12. 04. 오전 10:21

동심을 깨우주신 부모님 심성 닮은 시골농부 박종영 시인님이 보입니다.

박종영 2013. 12. 04. 오전 11:46

하얀 겨울에 먹는 무, 아삭아삭 씹히는 맛으로 삼동의 겨울을 보냅니다 땅에 저장하는 슬기로운 지혜로 우리 오늘에 살아왔습니다. 정겨운 댓글 감사드리며 남은 12월 소중한 시간 되십시오 문태성님/

미오새 2013. 12. 04. 오후 01:17

*박선생님... 아직 무 두엄을 보지는 못했지만, 선생님의 시를 읽으면서 무 두엄의 모습이 그려지기는 합니다. 옛 사람들은 먹거리를 저장하는 방법에서도 그 지혜가 돋보이는 것 같네요. 긴긴 겨울 밤, 속이 출출할 때에는 구덩이 속 무 하나 꺼내어 아삭아삭 씹으며 추억에 잠기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삶의 년륜이 느껴지는 귀한 글 앞에 머물렀던 흔적으로 두서없는 글 남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김현배 2013. 12. 04. 오후 09:58

안타까운 질서에 슬픔이 가득했던 건 어쩌면 모든 삶의 고독을 통찰함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요? 좋은 시 감사합니다. 박종영님

김정희 2013. 12. 05. 오전 01:13

어쩌면 그리 같은 추억일까요 아마도 그때에는 그것이 즐거움이었겠죠 겨울밤 모두가 둘러앉아 무 두엄에 가려고 가위 바위 보하고 아니면 윷놀이로 .. 손으로만든 스케이트 꼬치를 들고 캄캄한 밤을 헤메던날이 어제같은데 ..이젠 이렇게 자판앞에서 밤을 지샙니다 모처럼 친구함께 있는 기분되어 장황한 댓글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박종영님! 즐거운글 올려주셔서..좋은밤 되시길..^^*

박종영 2013. 12. 05. 오전 10:17

어린시절 어머니가 해 준 무 밥을 먹으면 질겅질겅 씹히는 것이 싫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부질없는 것이어서 더욱 추억으로 달려갑니다. 지금도 시골에서는 땅에 김치독을 묻기도 하고 무 무엄을 만들어 먹는다고 합니다. 함께한 시간 감사드리며 정겨운 댓글도 고맙습니다. 미오새님 12월에도 소중한 시간 되십시오/

박종영 2013. 12. 05. 오전 10:19

두엄에서 겨울을 보내는 무가 봄이 가까워 오면 파란 싹이 돋아나 있기도 합니다. 졍겨운 댓글 주시어 감사합니다. 김현배님 건승하십시오/

박종영 2013. 12. 05. 오전 10:22

지금은 전자시대라서 무를 저장하는 방법으로 신문지에 돌돌말아 싸서 김치냉장고에 넣는다고 합니다. 허나 지금도 시골에서는 땅을 파고 무를 묻는다고 하니 옛날의 우리 부모들의 지혜가 추억입니다. 즐거운 댓글주시어 더욱 고맙습니다. 남은 12월, 소중한 시간 되십시오 김정희 님/

정채균 2013. 12. 06. 오후 04:45

요즘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정경이지만 군대시절 취사장에서 가까운 산언덕에 무를 묻어두고 먹었지요

박종영 2013. 12. 07. 오후 11:14

요즘은 전자시대라서 무를 신문지에 싸서 김치냉장고에 갈무리 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봄을 재촉하는 노란 무순을 보면서 지낸 세월이 그립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채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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