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덕포항에서 2

김문백 2013. 12. 26. 오후 08:17
3514
 
덕포항에서 2
남해안의 작은 포구에서
기상주의보 같은 건
부질없었다
하얀 포말을 넘어 돌아올 만선의 꿈이
떼 지은 갈매기의 날갯짓 속에
해변에서 웅성대는 사이
덕포호 선장의 아낙은
젖은 장화를 끌며 선창을 배회하고
거친 폭풍우의 안부는
묻지 말아라 한다
비바람 넘실대는 날엔 갑판 가득
만선의 깃발 나부끼며 돌아오는 고깃배
부삽으로 은백색 바다를 퍼올릴 때
새벽은 저마다의 작은
함지박에 짙푸른 별을 주워담는다
지나치던 이방인이
구겨진 지전 한 장
굳응살 박힌 손에 얹어주면
옷자락 마구 휘날리는 물보라 속에서
남색 웃음꽃 환히 피는 방파제
한 치 틈새 없이
무심한 금들로 얼룩진 경계선 너머
광활한 바다의 후미진 곳에선
아직도 살아 숨쉬는 꿈이 있었다
고려조의 전설같은 함지박의 그리움
낯선 사람조차 금 그을 줄 모른
성역이 있엇다
덕포항
지금껏 그 포구에 지순한 얼이 남아
떠나간 이웃을 지키는 풀꽃들이
저리도 후덕한 세월 지니고 있을까
덕포(德浦)항의 이름이
그리워지는 시절

댓글 2개

김현배 2014. 01. 01. 오후 09:19

후덕한 자연의 후덕한 사람들 날카로운 삶의 감각에 부드러운 인심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문백님

김문백 2014. 01. 02. 오전 04:43

바닷가에는 아직도 풋풋한 인심 남아있어 좋습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