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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이원국 2014. 03. 28. 오후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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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1.
기도

새벽 샘에 박으로 길은
옹기 동이에 빠진 북두칠성은
울 엄니의 소망이었습니다
형산강 줄기로 도는
칠성 금줄에 걸린 달빛
비나이다
비나이다
점지를 호소한 기도
전설의 삼 형제 바위에 공들인
장지봉 정기 먹은 큰 아들은
여주이씨 23대손, 3대독자 대 이은
울 엄니의 소원풀이
종가의 힘겨운 시름 다 안으셨다
동지섣달  새벽, 성수에 정갈한 몸
새벽 길, 십 오리 걸어
촛불 밝혀 두 손 모은 조아림
운주사 칠성당 삼신 할멈 감동하시와
아들 하나 점지하시니
산고의 비지땀에 세상구경 나온
막내는 울 엄니 보석이었습니다.
2.
집 터
대나무 울은 부대끼며 몸 비비고
빈집은 정적으로 숲을 이루어
주인 잃은 슬픔에 운다
탱자나무 아래
짠지 단지는 식구들의 양식이었다
나란히 뭍인 단지들
아련히 들려오는 시래기 몸 비비는 소리
배추김치
무씨김치
동치미...
정지 문 열고 들어가니
검정으로 화장한 부뚜막
솥뚜껑은 어디로 갔는지
먼지 앉은 무쇠 솥 나란히
정적에 싸여 지키고 있다
참지에 구멍이 쑥쑥 난 방문을 여니
임이 쓰시던 세간은 없고
너덜너덜한 쥐 오줌 얼룩이 그림으로 남아
올망졸망 다섯 자매 생각에 젖어든다
간장, 된장, 고추장 담던 장독대는
사금파리로 변한 옹기들
돌담 의지한 싸리문
만지면 으스러질 수장으로 버텨
기왓장 비집고 돋아나는 잡초는
무성히 주인인 듯 뿌리내려 당당하다
건너 채 행랑
짚으로 씌운 용마루에
이름 모를 버섯이 갓을 쓴
선비 행세는 침묵으로
사랑채에 흘러나오는
아버지 헛기침 소리에 목메어 온다
마구간 채에
쿵더쿵 울리는 방앗소리 이는데
임은 보이지 않고
서까래도, 도리도 썩어
기울어지고 있다.
[東源]

댓글 3개

문태성 2014. 04. 04. 오전 08:22

고향 정취가 아련히 다가와 문득 타임머신을 타고 향수에 빠지게 합니다.

이원국 2014. 04. 09. 오후 03:30

문태성 시인님~ 흔적 고맙습니다 빈집을 보니 선친과 선자님이 그리워 가슴이 메어지던군요 감사합니다^*

박성실 2014. 04. 16. 오후 04:33

아 뭉클하네요 어머니가 남기신 것은 막내라기 보다 기도하시던 마음, 구석구석 가 닿던 손길, 그걸 추어하게하는 마음 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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