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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웃음

박종영 2014. 08. 23. 오후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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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웃음
 
                      -박종영-
 

저토록 능숙한 흔들림으로
차진 가을바람을 불러모은다지,
붉은 춤사위는 마냥 서툴러서
백옥의 웃음을 던지면서 치마끈 푼다지,
 
조상묘 다스리지 못하고 후회막급하여
무성한 벌 안 훤하게 치장한 다음,
배롱나무 두 그루 한 쌍으로 마주 보게 심고 온 지
어언 몇 세월이 지난 후에,
 
어엿이 자란 아들이 벌초하고 와서 전하는 말은,
\"배롱나무 그것들 몸뚱어리 반질반질하게
할아버지 묘 옆에 심은 것은 하얀 꽃으로 기쁨 손짓하고,
맞은편 할머니 묘 앞에 심은 것은
붉은 입술 탐나게 새색시 웃음 짓고 있더라고\"
두 쌍이 나란히 그리움 건네고 있으니
참말로 벌 안이 아담하고 좋습디다\"
 
그 말 듣고 보니 또 한 번 늦은 성묘가 차올라
나도 붉은 꽃, 빛의 문장(文章)을 오래 기억하는 일이
조상의 은덕 기리는 일이거니,
 
배롱나무 꽃피워 향기 가득한 날,
초가을 선선한 바람불면
그립도록 낯익은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터,
아버지, 어머니 묘소 찾아가서 푸른 웃음 다듬고 와야겠다.

댓글 4개

이창민 2014. 08. 24. 오후 01:16

배롱나무의 웃음으로 성묘길 가는 모습이 선합니다.

박종영 2014. 08. 24. 오후 05:44

처서절기 지나고 선선한 바람에 배롱나무 붉은꽃 흔들림이 아름답습니다. 가을은 누구에게도 보람을 안기는 계절입니다. 함께한 시간 감사드리며 넉넉한 주말시간 되십시오/

안상인 2014. 08. 28. 오전 06:37

가을 장마의 잿빛 흐림에도 웃음꽃을 피우는 배롱나무의 여유와 너그러움을 배움하는 우리이길 바래봅니다. 늘 향필하소서.

박종영 2014. 08. 28. 오전 09:52

7월부터 9월 중순까지 100일 동안 곱게 피어나는 배롱나무, 그 붉은 열정에 마음을 빼앗기는 우리들입니다. 묘소옆에 서 있어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 글에 정겨운 댓글 주시어 감사합니다.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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