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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
백원순 2014. 11. 03. 오후 04:51
3701
백원순 2014. 11. 03. 오후 04:51
3701
바람 부는 날
여름 사이
키가 뻘쭉이 커버린 아카시아 가지 끝에
몇 개 남은 잎들이
파르라니 떨고 있다
기다란 가지를 가누지 못해
이리 저리 출렁이고
여름이 끝나자마자
홍열로 빨갛게 된 옻나무 잎사귀는
내게 오지 마라는 눈짓을
가을이 다가도록 보내고 있다
들판 언저리 갈대꽃이
저녁나절 하얗게 눈시울 적실 때
한 해를 말없이 보낸 오동나무는
깊은 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잎을 떨군다
산 아래에
가을 늦게 까지 몸을 비벼 대는 노란 모과는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날
가을산속 어디론가 모습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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