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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아침비 산책
김봉길 2015. 11. 09. 오전 10:50
4218
김봉길 2015. 11. 09. 오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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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 내리는 비를 따라 나선 아침,
발걸음은 저도 모르게 축축 늘어지는 문래동 아침입니다.
느릿 걸을수록 더 가까이 내리는 비, 우산도 괜히 제 고개를 살짝 뒤로 제킵니다.
살살 입술에 떨어지는 빗방울 헤아리다가 또 가다가 얼굴도 안 붉히고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꽤 오래 전 사춘기 시절에 혹여 가져보았을, 아침 빗속을 천천히 걸으니 쓸쓸하다는, 뭐 그런 거죠.
웃지도 않고 웃는 흉내를 내고 있을 내 얼굴이 어떨지 하늘하늘 떠올려 보기도 하구요.
듬성 구불퉁 주름도 어떻게 웃었을지 궁금하기도 해요.
그랬어요, 잠들 때는 누구나 외로울 거라는 또 엉뚱한 생각도 하고요.
어제 밤에 잘 때도 그랬는데요, 그래서, 외롭게 잠들다가 꿈을 꾸었다니까요.
거기서도 길을 헤맸어요. 축축 걸어 다니며 혼자라는 생각을 꿈에서도 했지요.
그래서 사람은 이나저나 산다는 것 자체가 외로운 거구나 하는 뭐 그런 거요.
살아감인지 살아짐인지 살아냄인지 살아있음인지 뭔지 하는 따지는 것이 싫어서,
아마도, 더 외롭지 않으려 걷고 또 걸었던 것 같습니다.
걷다가 어디까지 걸은 지 거기다 어딘지 모르고 잠을 깼지요.
잠을 깨서, 멍하니 꿈 생각을 하며, 그래 사는 건 외로운 거야, 하는 멍청한 생각을 또 했답니다.
참, 엉뚱하다는 말, 정말 촌스럽지요?
외롭다는, 사람이라는, 꿈이라는, 혼자라는, 걷는다는 뭐 그런저런 말도 우스꽝스럽죠?
비가 와서 그러는 거라구요? 그러면 다행이죠.
엉뚱한 생각을 하는 일이 뭐 하고 싶어 하는 즐거움은 아니니까요.
어쩌면 사람은 엉뚱한 일 하다가 그렇지 않은 일도 하다가,
그러니까 외롭다가 또 아니다가,
뭐 그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는 듯해, 괜히 멍청해질 때가 있다는 생각도 했다니까요.
기우뚱거렸어요.
조금은 비웃는 듯, 비겁하게도, 축축하게 보고 싶은 흐린 하늘이라며 힐끗 보다가 미끌어진 거죠.
옴팍 패인 길바닥에 뭐 꽈당 넘어지지 않은 것이 이상하죠.
그저 우연히 치켜보는 하늘이거나, 그 아침이 나거나, 아니 내 꿈이거나, 그 모두 스쳐간 또 스치는 시간들인데,
고개 숙여 마냥 고마워 해야 할 텐데, 괜히 먼저 밟아보려 했던 거지요.
그런데, 웬 걸요?
발로 축축 밟아, 빗방울 터지듯 밟아 없애려 했지만, 멍청한 나보다 먼저 앞서는 거였어요.
나와 아침비는 처음부터 서로 상관없었으니, 앞으로도 기우뚱 그러자는 건가 봐요.
조금 굵어진 비가 더 축축 내립니다.
우산 더 비켜들고 억지 기침을 해봅니다.
속이 느끼한 듯해 해본 건데요, 뭐 말이 안 돼는 걸 알면서도, 진짜 쓸쓸한지 확인해 보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말도 안 돼는 게, 나처럼 널브러져 있는 게, 빗길마다 너무 많아요.
지금 보이는 것마다, '내가 더 외롭다'며 손들고 저마다 자랑하듯 널브러져 있다니까요.
외로운 척하며, 끝까지 '나를 따라해 보라'고 하는데, 그 이유야 뭐 묻고 들을 것 있겠습니까.
그냥 널브려 두고 스쳐 지나는 수밖에요.
아, 글쎄, 저마다 쓸쓸한 것이 가장 쓸쓸한 거 아니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말해주어서, 이미 오랫동안 내려온 이야기니, 물론 알고 있죠,
스스로 끝까지 외로워지는 건 쓸데없는 또한 더 엉뚱함이라는 거.
더 이상 외롭지 않으려, 알면서 또 엉뚱한 일을 벌여야 한다는 거.
순간마다, 순간순간 살아있어 즐거워해야 한다는 거, 뭐 이런 거 말이죠.
그래도 계속 걷는 일이 그 중에 제일 나아요. 걷다가 졸다가 지쳐 쓰러져도요.
어제보다 낮아진 땅 가까이 축축 안기면 되니까요, 비처럼요.
아, 그래, 이제 내가 땅이로구나 하며 말이죠.
오늘 이 아침비도 엉뚱한 일이 생기길 기다리며 축축 더 내리는 건 아닌가 몰라요.
엉뚱함도 외롭다는 말도 또 비도 이제 그쳤으면 해서 잠시 서봅니다.
순간, 멈춘 세상, 참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이 세상은 가장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채, 좀 다른 아름다움을 향해 움직여 가는가 봐요.
우스꽝스럽게도, 그런데, 이 세상 사람들도 모두가 아름다워지고 싶어 한다니까요.
절반은 분명 더러운 곳을 향하고 있었을 텐데, 나만은 아니라며 너나없이 같은 곳을 바라본다니까요.
어떤 땐 아름답게 또 어떨 땐 더럽게,
이런저런 변명들을 해가며, 하늘 위든 땅 속이든 오락가락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러니, 마냥 서있을 수만은 없으니 또 걸을 수밖에요.
이제, 엉뚱한 생각이 아닌, 물론 같은 말이지만, 또 엉뚱한 일을 해야 해요.
잘 때마다 꿈을 꾸거나 말거나,
겨울이 봄여름가을이 오든 가든, 비나 눈이 내리든,
햇살이 따갑거나 달빛이 그윽하거나, 그런 사이마다 씁쓸한 바람이 불든 말든,
그래요, 언제나 엉뚱한 지금, 지금 바로 해야 하는 일을요.
그러니까, 그동안 했던 일 위에 뭐 좀 다른 하나를 얹히는 거 말입니다.
앞만 보고 앞으로만 걷는 거 말구요,
옆으로 뒤로 걷는 것도 말구요,
꼭 먼저 하고 싶은 건요,
잠깐 잠깐 보이는 것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 것이지요.
동그라미 아침비에게, 함께 해주어 고마워!, 인사를 동그라니 해봅니다.
먼저 말을 걸어본지 얼마나 되었는지 참 새삼스러워요.
나도 고마워, 말을 걸어 줘서!, 대답하는 빗소리가 착착 몸에 감깁니다.
빗길을 걷는 아침에게도 고맙다고 해봅니다.
평생 꼭 한 번 생기는 일을 준 아침, 이 얼마나 고마운지요.
그러고 보면,
아침과 비와 땅이며 하늘과 나는 가끔 서로 만나 말을 하고 싶어 했나 봐요.
어쩌면, 이 엉뚱한 지금은
나를 만져보기 위한, 그냥 섣불리 만들어본, 내 작은 꿈틀거림인지도 모르고요.
더 엉뚱한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꿈틀거림요.
안녕!
보이는 것마다 계속 손짓해 봅니다.
웃음도 지어보고요.
차박차박 비와 함께 걸으며 두런두런거리는 소리를 들어요.
빗방울들이 활짝 웃는 소리도 좋아 보이고요.
물론, 뭐라고 뭐라고 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그냥 함께 놀아달라며, 천천히 걸어보는 것 뿐이니까요.
엉뚱함이며 외로움이며 있는 그대로 두고, 빗방울처럼 스쳐 지나는 아침이니까요.
우산 비껴들고요,
내 시간인가 내 비인가 하여,
조금씩 얼굴에 맞아도 좋은 이런 아침이니까요.
안녕!
댓글 2개
김문숙
2015. 11. 10. 오후 09:47
안녕은 무엇을 위한 이별일까요 이런 아침이니까요 그냥 그렇게 끝내셔도 좋은 것도 같은 걸요 제가 아직 시감상을 제대로 할 줄 모릅니다.
황진하
2015. 11. 11. 오전 11:03
아침비도 여러 생각을 들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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