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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의 풍경

박종영 2015. 11. 22. 오후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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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의 풍경

 

                      -박종영-


쇠붙이의 근본을 다스리는 대장간은 오늘도 뜨겁다
사람이 하는 일 중에 불을 가까이하는 위험한 소임은
언제나 불의 사나이 대장장이가 맡는다
쇠에서 나서 쇠를 먹고 사는 검붉은 녹,
그 녹을 불태워 강한 무쇠로 일어서게 하는 일
단단한 어깨로 불가마 화덕에 녹슨 쇠를 넣고 풀무질을 한다
어느새 발갛게 녹아내린 쇳물이 자글거리고,
이내 불꽃이 튈 때마다 무딘 끝을 벼리는 모루의 매질이 혹독하다
쇠의 단련이 가벼워 물렁물렁해질 때마다
불같은 눈으로 칼끝을 치밀한 시간으로 담금질하는 대장장이 김 씨,
쇳물에서 몸부림치는 낫과 둥근 돌쩌귀와
번득이는 쇠스랑의 얼굴이 하나하나 아픔을 이겨내고
쟁그랑 소리 내며 검은 몸뚱이가 식혀질 즈음,
다시 용암의 화덕으로 쑤셔 넣는 집게의 냉혹함이 아뜩하다
그때마다 발갛게 달구어지고 일그러진 얼굴을 다듬는 정의 매질이,
쇠망치의 질타와 대갈 마치의 다독임으로
꽝꽝하게 조여진 곡괭이와 날렵한 낫과 호미, 
상처는 상처로 닳아져야 빛나는 연장들의 검은빛 웃음이 밝다
불꽃의 투쟁이 끝나고 해 질 녘 대장간 열기가 석양빛으로 식을 때쯤,
숫돌에 맑은 물을 부어가며 낫과 호미 일그러진 얼굴 은빛으로 치장하는
대장장이 김 씨, 녹슨 쇠붙이에 꺾인 세월 세상 사람들이 대장장이라 놀려대도
등꽃 파랗게 깊은 주름의 생애로 날마다 소중한 하루다.

 

댓글 4개

문희 2015. 11. 23. 오후 05:23

대장장이들이 인내와 질서를 부여하였으니 누군가의 놀림이나 깊은 주름은 자랑스럽고 진정한 훈장일 것입니다.

박종영 2015. 11. 24. 오전 10:03

오래된 기억으로 시골 장터 한켠에 자리잡고 낫과 호미 쇠스랑을 마음대로 만들어 내는 요술쟁이 대장간 아저씨의 검붉은 웃음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정겨운 댓글 주시어 감사합니다. 건승하십시오/

안성훈 2015. 11. 25. 오전 10:37

한폭의 그림같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정겹습니다.

박종영 2015. 11. 25. 오전 10:42

비록 허름한 직업이지만 농가에사 가장 긴요하게 사용하는 낫과 호미를 만들어 내는 요술쟁이 대장간 아저씨의 손놀림이 오늘에 와서 추억입니다. 정겨운 댓글 주시어 감사합니다.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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