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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목(그대 눈꽃이여) 7편

김병국 2016. 01. 13. 오후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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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은 그녀가 살아 있다는 안도감과 반가움으로 긴장이 풀리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그가 서있는 발 아래쪽에서 들려 왔다. 제설 작업으로 인해 이중으로 눈이 겹쳐서 생긴 한길이 조금 넘는, 눈 웅덩이 속에 누운 듯 앉은 듯 비스듬한 자세로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손전등 불빛에 비쳐진 그녀의 눈은 조금 전에 보았던 눈에 빠진 토끼의 눈을 닮아 있었다. \"가만히 일어나서 손을 주세요.\" 준석은 바닥에 엎드려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아찔한 절벽 끝에 매달리듯 걸쳐있는 커다란 눈 웅덩이, 자칫하면 절벽 아래로 떨어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는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 \"손을 잡아요.\" ‘...’ 반 평 남짓한 웅덩이에 빠진 그녀는 그를 빤히 쳐다보다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아! 이게 웬일인가! 오히려 그녀가 그를 눈구덩이로 끌어당기는 게 아닌가. 준석은 순간 섬찟 했다. '여우가 둔갑을 ...' 그는 맥없이 스르르 눈구덩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녀는 준석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해 준석의 밑에 깔리고 말았다. 그녀 몸 위에 올라 있는 준석의 모습은 마치 남녀가 사랑할 때의 모습과 흡사했다. 그녀 몸은 따뜻했다. 당황스런 와중에서도 화장품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준석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귀신이나 둔갑(遁甲)한 여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귀신은 냄새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석은 잠시 편한 상태였다는 기분을 느꼈으나 곧 일어나 앉았다. 눈 웅덩이는 좁아서 그녀와 준석은 가까이 붙어 있었다. 하늘에선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주위가 너무나 조용해서 인지 자작거리는 눈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손전등은 눈 속에 거꾸로 박혀 전등처럼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어두움에 익숙해져 눈에 묻힌 손전등은 그들의 모습을 아늑하게 비춰 주었다. 눈 웅덩이는 초롱꽃 속처럼 옴팡지고 푸른빛을 띠었다. '아! 이것은?... 신계빛?' 준석은 이곳으로 올 때 집에서 느꼈던 신비스런 그 빛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묘한 분위기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숨소리가 가까이, 아주 가까이 들렸다. 그녀 심장의 고동소리는 그의 것처럼 느껴졌다. 준석은 신혼 초 아내와 한 이불을 덮고 있을 때도 이토록 상대방의 심장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 바람 한 점 없는 눈 웅덩이 속에서 그들의 시간은 신비스런 미지의 세계에 온 듯 흥분과 감미로움으로 휩싸였다. 겉으로의 침묵과 내면의 용솟음치는 흥분은 그의 모든 행동을 멈추게 하였다. 준석은 그런 기분이 사라질세라 조심조심 가슴을 조이고 있었다. 사랑이란 순간에 이뤄지는가! 순간이지만 아마 이런 것이 행복일거라고 그는 생각해 보았다. 처음 본 여인에게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그는 자신의 절제된 감정을 의심하고도 있었다. 그녀의 머리 위엔 눈이 쌓여 마치 하얀 미사보를 쓴 카톨릭 신자처럼 성스럽게 보였다. 침묵의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녹은 눈들이 속옷까지 스며들어와 엉덩이가 축축해져오자 준석은 정신을 가다듬고 올라갈 방법을 생각했다. 깊은 산중의 오솔길, 그것도 눈이 많이 와서 다 녹을 때까지는 사람 하나 다니지 않을 듯 한 곳에서 그들은 얼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런 것들은 그렇게 절실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 곳에서 너무 지체 할 수 없었다. 위로 올라가야한다. \"이러다 감기 들겠어요. 올라갑시다.\" 준석이 속사이듯 말하자 정인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를 빤히 쳐다보며 눈이 수북한 눈섶만 껌벅거렸다. \"......\" 그들은 마주 앉아서 위를 쳐다보았다. 바깥이 까마득하게 높아 보였다. 눈송이는 얼굴에 내려와 앉아 녹아 버렸다. 눈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하늘로 자꾸자꾸 날아오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눈이 녹아 물이 되어 눈가에 고였다가 흘러내릴 때까지 서로의 숨결을 느끼며 쳐다보고 또 보았다. 눈(雪) 녹은 물인지 눈물인지 모르지만 그들은 각자의 생각대로 한동안 그러고 있었다. 준석은 집에서 이곳으로 올 때 자신의 얼굴에 와 닿았던 함박눈 한 송이의 느낌을 연상하고 있었다. \"여긴 하나도 춥지 않네요?\" 그녀는 그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런 중에서도 속옷 젖은 느낌은 더해만 갔다. \"일어나요. 이제 올라가요.\" 준석은 그녀의 허리를 치켜세우기도 하고 등에 올라타게도 하며 위로 올려 보내려 애를 썼다. 그녀는 오르려다 미끄러지고 오르려다 미끄러지곤 했다. 눈 웅덩이 주변은 눈이 다져져서 얼음처럼 반질거렸다. 좀처럼 올라가지 못하자 준석의 마음은 다급했다. 이곳에서 빨리 빠져나가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녀를 밀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준석의 손에 다이는 그녀의 뭉클한 히프의 촉감은 준석에게 이상한 충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미안해요.\" “아이” 정인은 쑥스러운 듯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순간 그녀는 또 미끄러져 힘 빠진 준석을 덮쳤다. 이번엔 그녀가 준석의 위에 올라가 있었다. 푹신한 눈 위에 벌렁 드러누워 그냥 그대로 있고 싶은 준석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두 사람은 눈이 마주치자 미안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해서 서로들 낄낄대고 웃었다. 좁은 눈 웅덩이에서 그들은 딩굴었다. \"우리 못 올라가면 어떻게 해요?\" \"음... 저를 믿으세요.\" “네” 그녀는 이미 모든 걸 준석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준석은 잠시 생각하다 눈을 뭉치며 그녀에게 계단을 만들자고 했다. 아무도 없는 눈 웅덩이에서 그들은 다정한 소꼽친구가 되어 눈 계단을 만들고 있었다. 젖은 옷 속으로 냉기가 스며들어 온몸이 떨려 왔다. \"여기가 움직이는 것 같아요.\" 그녀도 옷이 젖어서인지 달달 떨며 말했다. 그녀가 추운지 발을 동동 구르려 할 때, 준석은 긴장을 하며 얼른 그녀의 손을 잡고는 귓속말로 말했다. \"움직이지 말아요.\" 준석의 진지한 표정에서 그녀는 이곳이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겁먹은 얼굴로 준석의 옆에 바짝 달라붙었다. \"조금만 참아요.\" 준석은 그녀를 안심시키고는 계속 계단을 만들었다. \"손이 곱아요.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녹이세요.\" 그녀는 몇 번씩 그렇게 했지만 준석은 단 한 번도 손을 녹이지 않았다. 손이 시려서 감각이 무디어질 때 까지 준석은 계단을 다지고 또 다졌다. 점차 옷이 질척함을 느낄 때 눈 계단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준석은 계단을 밟아 보았다. 무너지지 않아 그는 그녀를 받쳐 주며 먼저 올라가라 했다. 그녀가 첫 번째 두 번째 계단을 밟고 준석은 온 몸으로 그녀를 추키며 밀었다. 올라가는 가 했더니 눈 계단이 무너져 내렸다. 준석은 다시 계단을 만들었으나 또 무너지고 말았다. 그녀는 아까 와는 아주 다른 심각한 표정이었다. \"어떡해요. 어떡하죠?\" \"당황하지 말아요. 이럴수록 침착해야 해요.\" \"...... 네, 제가 올라가면 왜 자꾸 무너지죠?\" \"글쎄요......?\" 준석도 왜 그런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준석은 무너진 눈 계단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눈 계단을 다 만든 준석은 이제는 손가락이 아리고 마비가 되어 구부릴 수조차 없었다. 준석은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듯했다. \"구두를 벗으세요.“ “네?” 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준석을 쳐다보았다. 준석은 확신을 얻은 듯 그녀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구두 벗으세요. 구두가 너무 뾰족해서 그런가 봐요.\" 그녀는 구두를 벗었다. 준석은 자기의 구두를 벗어 그녀 앞에 내 밀었다. \"제 구두를 신으세요.\" \"아뇨, 전 괜찮아요.\" \"빨리 신어요. 동상 걸려요. 어서요.\" 그녀는 준석을 쳐다보면서 그의 구두를 신었다. 구두 속에 남아 있는 그의 체온이 발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자 그녀는 어릴 적 아버지의 구두를 신고 마당을 돌아다니던 기억이 났다. 그녀는 준석에게서 자상한 아버지 같은 포근함을 느끼고 있었다. 준석은 그녀가 벗어 놓은 구두를 밖으로 '휙' 집어 던졌다. \"조금만 있어요. 내가먼저 올라가서 잡아 드릴 게요.\" 준석은 고양이가 그러하듯 손과 발에 힘을 안배하며 간신이 간신히 빠져나왔다. 그는 곧바로 눈에 엎드려 양발을 벌린 채 팔을 뻗었다. 그녀도 자신감이 생긴 듯 그의 손을 꽉 잡고 천천히 계단이 무너지지 않게 간신히 올라왔다. \"휴-\" 절박한 상황에서 해방된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며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서로 끌어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그들은 엉덩이를 뒤로 잔뜩 빼고 방금 빠져나온 웅덩이를 드려다 보았다. 눈 속에 파묻힌 손전등의 흐릿한 불빛은 조금 전 그들의 흔적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준석은 발이 시리다 못해 아파 왔다. 그녀를 차에 태우고 저만 치 떨어져 눈 속에 반쯤 묻힌 그녀의 구두를 둠섬 둠섬 찾아 들고 차안으로 들어갔다. 히터를 최대한 올리고 질척해진 양말을 벗었다. 갑자기 더운 바람이 발에 전해지자 가렵고 아려와 준석은 두 발을 손으로 비비며 문질렀다. \"고마워요. 정말 따뜻했어요. 발이 많이 시리셨죠?\" 그녀는 준석의 행동에 안쓰러운 듯 구두를 벗어서 그의 발치에 놓아주었다. 그녀는 그의 발을 만져 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차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더운 공기 속에서도 옷 속의 냉기로 이가 부딛칠 정도로 달달 떨렸다. \"옷을 벗어요. 감기 걸리겠어요.\" 그들은 흠뻑 젖어 질적 해진 겉옷을 벗었다. 차안은 어두웠다. 처음 만난 사람끼리 속옷만 입었는데도 그들은 하나도 부끄럽지가 않았다. 자연은 분명 인간을 지배하고 본래의 순수한 본능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옷을 말리고 그는 운전을 했다. 눈 터널은 없어지고 구불구불 고갯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제임스라스트 오케스트라' 의 MATTINATA 의 곡은 루돌프 사슴이 끄는 눈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처럼 찰랑찰랑 거렸다. 그 음악은 준석의 마음을 경쾌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잡고 있던 젖은 옷을 한 손으로 잡고 쑥스러운 듯 그에게 가만히 손을 얹었다. 그녀의 따스한 손길이 준석의 마음을 한층 더 포근하게 만들었다. \"왕자님 같아요. 공주를 구출해 썰매를 타고 궁전으로 가는 것 같아요.\" 준석이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정말이잖아요. 눈 웅덩이에서 저를 구해 주셨잖아요?\" \"그런가요. 그럼 정인씨는 공주님?\" 준석이 웃으며 쳐다보자 그녀는 쑥스러운 듯 얼굴이 붉어졌다. 눈으로 범벅이 된 화장기 없는 그녀의 얼굴에서 그는 청순한 매력을 느꼈다. 갸름한 얼굴에 미소 짓는 듯한 눈매, 작지만 오뚝한 코, 도톰한 입술, 긴 속눈썹에 윤기 있는 검은 머리카락은 그녀의 건강미를 나타내 주고 있었다. 처음 만날 때도 보았고 눈 웅덩이에 빠져서 손전등으로 비출 때도 보았는데 어째서 지금에야 사랑스런 여인처럼 아름다워 보이는 것인지 그 이유를 자신이 알 수 없었다. 잠시 아주 잠시지만 그는 가슴속에서 무엇인가 싹트는 것 같았다. 옷을 말리느라 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천진스러워 보였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살짝 살짝 속살이 비쳐 나왔다. 그녀의 속옷 입은 모습, 뽀얀 속살, 가느다란 초승달 선처럼 보이는 도톰하고 둥근 앞가슴, 윤기 있는 머릿결과 어울리는 갸름한 얼굴형, 눈경치에 취해 있던 준석은 또 다른 행복감에 젖고 있었다. 악세레다를 밟고 있는 그의 다리에 서서히 힘이 주어졌다. 차는 가속이 생겨 속도를 더해만 갔다. 눈길에서 달리면 안 되는걸 알면서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악세레다에 힘을 가하고 있었다. “너무 빠른 것 같아요.” 위험하게 눈길을 달린다고 느낀 그녀는 준석을 쳐다보며 말했다. 준석은 긴장을 풀고 길 한쪽으로 차를 세워 싸이드 브레이크를 당겼다. 신경을 쓰고 운전을 한 탓인지 준석은 무릎이 뻣뻣해져 두 다리를 쭉 뻗었다. 피로가 풀리는 듯 하더니 그는 가운데가 이상해져 옴을 느꼈다. 남성만이 가지는 야릇한 감정, 팬티위로 슬며시 솟는 그것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 불룩해 보였다. 준석은 갑자기 ‘쿡‘ 하고 웃음이 나왔다. 어릴적 동네아이들과 그것을 가지고 장난 놀때가 생각났던 것이다. 소변을 보면 누가 더 많이 나가나 내기도 했지만 누구 것이 더 힘있고 큰가를 대보기도 했었다. 옷을 말리고 있던 그녀는 바지가 다 말랐다고 덜 마른 옷을 준석에게 내 밀었다. 그녀는 그의 속옷위로 불룩 나온 남성의 심볼을 본 것 같았다. 얼굴이 붉어진 준석도 자기 옷을 말리고 있는 그녀의 발그레해진 옆얼굴을 보았다. 살짝 살짝 보이는 속옷 입은 그녀의 모습은, 남성으로서의 그를 계속 충동질하고 있었다. 준석은 어색한 몸짓으로 옷을 입으며 불룩한 그것이 신경이 쓰였지만 그렇게 창피하진 않았다.

댓글 1개

이춘영 2016. 01. 15. 오후 09:42

모두의 시가 소설 한편에 다 실릴지도 모르겠네요 ... 잘 앍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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