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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 참 쓸 데 없다

김계수 2016. 03. 22. 오전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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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 참 쓸 데 없다

 

비는

궁한 지붕과 돌담각 사이로

오이냄새 풀풀풀풀 풍기며

마루 아래나 소마굿간 빈 곳곳에

마른 심술이 먼저 찾아 들었다

잘 사는 지붕에 방아 찧는 소리

못 사는 마당엔 장독 깨지는 소리

형편도 가려 내리던 비는

각자의 살림에 알맞은 소리를 내며

무지랭이 삯일마저 뺏어갔다

 

삯일을 뺏긴 아버지 낮술엔 내가 주모였고

강 건너 새마을 점방 눈 매서운 아재한테

소쿠리에 정구지나 남새를 담아 주고

서너 번은 팔 길이만한 유리병에 술을 빌려 날랐다

자꾸 미끄러지는 고무신만큼 논길은 멀고 미운데

서촌 아재는 한잔 만, 한잔 만, 빌려 드시고는

너거 아버지 또 술 드시나

너거 아버지 또 싸우나

그러면서 왜 미소를 띠는지 참 궁금한 것이었다

빗소리에 살림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아버지와 어머니는 싸움을 멈추었고

간간이 들려오는 황소의 발길질만이

희멀건 막걸리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제 가난도 부유도 구분 못하는

단단한 장막의 아파트에서

토라져 돌아누운 아내의 등을 보며

내 가난한 빗소리를 불러 듣는 것은

씁쓸한 빗소리에 싸움을 멈추고 나누었던

두 분의 대화가 참말 궁금하기 때문이다

 


 


 


댓글 2개

문희 2016. 03. 25. 오후 05:14

편한 잠뱅이 입고 함께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는 기분입니다.^^

박혜경 2016. 03. 26. 오후 12:50

그 전에는 왜 그리 술 먹고 부부싸움을 많이 했는지?...술이라도 먹어야 남정네 속마음을 내 보여서 그런지?...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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