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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목(대륙으로의 초대) 14편
김병국 2016. 04. 17. 오후 05:32
4535
김병국 2016. 04. 17. 오후 05:32
4535
( 대륙으로의 초대 )
쑥차 잔을 접시에 받쳐 들고 간호사 미스 최가 들어왔다.
\"박한구 란 분에게서 아침 일찍 전화가 왔었어요.\" 하며 책상 위에다 쪽지를 놓고 나갔다.
중국이 문호를 개방해서 한 달 전에 동료들과 중국으로 가서 약재를 둘러보자는 제의에 쾌히 승낙하고 곧장 비자 신청을 했는데 그 비자가 나왔다는 연락이었다.
거대한 대륙, 11억 인구, 갈 수 없었던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중국,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갈 수 있다는 설레임과 신세계를 향한 호기심은 모험심 강한 준석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준석은 무엇보다도 어제에 있었던 정인과의 황홀했던 순간들에 이어 쾌보를 정인에게 먼저 알리고 싶었다.
신호만 가고 받질 않자 준석은 궁금해서 안절부절 이었다.
'혜여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이렇게 궁금한 까닭은 무엇일까?'
준석은 미스 최가 갖다 놓은 차를 마시는 둥 마는 둥 정인이가 무순 잘못이라도 생긴 것인지 궁금하기만 했다.
퇴근 무렵인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자 한 번 더 연락을 하려고 수화기를 들려고 하자 순간,
'따르릉' 직통 전화 벨이 울려 준석은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안도의 한숨과 반가움에 뭐라 할 말을 잊고 있었다.
\"여기 병원 근처 에요.\"
그녀도 준석이 보고 싶어 하루 종일 병원 근처에서 서성거렸다고 했다.
\"마침 잘됐어요. 나도 할 얘기가 있어요.\"
\"어디에 계신가요? 제가 그리로 가지요.\"
그녀가 기다리는 장소로 가는 준석의 마음은 술렁거렸다.
잠시 동안 헤어졌다 만나는 데도 온통 그녀생각...
중국에 간다고 신이 나서 말하는 준석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시무룩해져 있었다.
준석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무엇인가 잠시 생각을 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설레임도 잠시 뿐 그녀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신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도 그녀도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한시라도 떨어져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막 시작한 그들의 사랑에 행여 금이 갈까 두려웠다.
\"배편만 예약되면 지금이라도 갈 수 있어요.\"
침묵을 깨고 들리는 준석의 서글한 목소리에 그녀는 표정이 멈춰졌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준석은 무어라 위로를 하는 것보다 그가 위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별다른 약속 없이 그들은 다시 헤어졌다.
몇 일후 퇴근 무렵에 예약한 티켓을 찾아다 놓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 주 토요일로 일정이 잡혔어요.\"
\"그렇게 빨리 가세요?......\" 그녀는 다음 말을 잇지 못한 채 수화기만 들고 있었다.
그녀의 울먹이는 듯한 쉰 목소린 준석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꼭 필요한 볼일만 보고 빨리 올게요.\" 준석은 정인을 위로했다.
그녀의 마음은 알지만 그의 길은 더 큰 욕망으로 치닫고 이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하나만으로도 한편으론 마음이 든든했다.
그녀와는 언제고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위로를 해 보지만 그도 정인을 두고 떠난다는 것이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그녀의 가정불화를 보아온 준석은 마치 어린아이를 우물가에 내놓은 양 불안한 마음이었다.
중국을 향한 그의 마음은 새로운 삶의 도전이었다.
자료 수집 차 경동시장 약정골목을 누비며 여기저기 약재 가격과 특수한 중국 약재의 효능 등, 너무나 바쁜 나날이었지만 그래도 그녀와는 매일 일과처럼 만났다.
어느새 그들은 이제 한시라도 안보면 궁금해서 견딜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준석은 부인 경숙이 가정보다는 교회에 더 치중했던 것이 경숙이 살아생전에 정인과의 사이처럼 친숙하지 못했던 이유라고 애써 위로하며 어느새 정인과의 관계를 합리화 시키고 있었다.
모든 일의 우선이 가정의 화목이란 생각이 들지만, 이미 저세상에 간 죽은 아내에게 그 무순변명을 하며 아이들에게까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잠시 속죄의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사랑이란 그 무게만큼 기우는 저울과 같은 것일까?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정인과의 사랑은 이제 웬만한 추로는 다시 반전시킬 수 없을 정도였다.
며칠 후, 그는 중국에 가기 전날이라 꼭 아이들과 식사를 하고 싶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아빠의 도리를 저버릴 수는 없었다.
오랜만에 쇼핑하고 외식이라서 인지 아이들은 매우 즐거워했다.
새로 산 옷을 입고 좋아하는 딸들, 아빠 손을 잡고 모둠발 뛰며 즐거워하는 연지, 준석은 그 동안 아이들에게 얼마나 등한시했던가!
남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잘 나타내지 않는 성품으로 보아 남들에겐 아무 탈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 부부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남남처럼 보내 왔던가! 부부란 무엇일까?
어떠한 일들이 닥친다 해도 서로 의논하며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은 부부의 근본이거늘 경숙이 살아생전엔 사랑 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해준 것이 준석의 마음한구석엔 늘 걸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 준석의 마음은 또 다른 사랑을 향해 달려가고 주체 못하는 그리움으로 보고 또 보아도 자꾸 보고 싶은 정인이가 있었다.
그녀를 만나는 동안 마음은 늘 뿌듯하고 행복했지만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은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다음날 이모와 딸들이 손을 흔들며 전송을 했다.
자꾸 멀어지고 있는데도 아이들은 손을 흔들고 또 흔들고 있었다.
인천 국제선 터미널에 도착한 준석은 동료들과 만나서 분주히 수속을 마치고 자신도 모르게 두리번거렸다.
잡음 섞인 실내 마이크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준석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정인이가 눈물을 글썽 이며 말없이 뒤에 서 있었다.
순간적으로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코끝이 찡하며 가슴이 메어져 왔다.
준석을 쳐다보는 그녀의 충혈 된 눈에선 눈물이 흥건히 고여 불빛에 반짝거렸다.
그녀의 삐죽거리는 입술은 준석을 더욱 충동질하고 있었다.
준석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지만 눈을 껌뻑이며 눈물을 말렸다.
서로들 아무말 없이 바라만 보고 또 보고만 있었다.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서 그녀의 시선을 애써 피해 몸을 돌렸으나 정인은 어느새 준석의 앞에 와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나를 두고 가지마세요. 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러지 말아요. 너무 그러면 나 중국에 못 가요.\"
동료들과의 약속과 이젠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는 가야만 했다.
승선하라는 방송이 나오자 사람들은 하나 둘 모여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렇게 한마디 말도 없이 그녀가 손에 들려준 종이쪽지 하나만 받아 들고 이별을 했다.
무거운 발길로 사람들 틈에 줄을 선 준석은 그녀를 돌아다보았다.
손수건으로 입을 막은 채 후미진 곳에서 한 손을 높이 들어 흔들고 있었다.
준석과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들먹거리는 것 같았다.
준석이 들고 있던 배표는 반으로 찢겨지고, 사람들 틈에 끼어 밀리면서도 뒤를 돌아보며 정인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후미진 곳에서 아직도 두 손을 계속 흔들고 있는 정인을 발견하곤 그 동안 참고 있었던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말았다.
기백도 있고 대범도 한 그가 지금 왜 이렇게 처참하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일까?
창피한지도 모르고 마스카라자국이 선명한 그녀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그들은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힘든 이별을 하고 있었다.
일행들을 만나 부둣가로 나오자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고동소리는 뚜-웅 하며 탑승을 부추기고 있었다.
준석은 새 희망을 안고 씩씩하게 배를 향해 걸었다.
사람들은 무거운 짐들을 끌고 힘들게 승선하고 있었다.
부둣가에 배를 매어 놓는 녹물이 나있는 둥근 쇠붙이가 그의 발목을 잡듯 멈춰 서게 했다.
밧줄에 묶여있는 배의 웅장함이 거대한 대륙 중국을 연상시키듯 사람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외국에 배를 타고 가는 건 처음이라 배 멀미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학교에서만 배웠던 도깨비 같은 공산당을 만나러 간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선실 번호를 찾아 들어간 곳엔 두 명의 동료가 이미 들어와 서로들 흥분된 듯 목소리를 높이고 얘기를 했지만 준석은 하나도 신이 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간다는 것이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바람이라도 쐬어야 진정 될 것 같아 준석은 갑판으로 올라갔다.
뱃고동 소리가 뚜-웅 뚜-웅 울렸다.
뱃고동 소릴 들으며 준석을 떠나보내는 정인은 괜히 서러운 마음이 들어 눈물이 줄줄 쏟아졌다.
그녀는 한동안 사람들이 빠져나간 부두에서 그렇게 멍하니 서 있었다.
바다 끝 저편엔 석양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준석은 아무도 없는 갑판후미로 나갔다.
스크루가 서서히 거품을 내며 물살을 헤치자 갈매기들은 이리저리 날며 벌써부터 먹이를 찾느라 분주했다.
노을진 하늘엔 붉은 구름이 흐르고 먼 미래의 희망을 안고 그는 수평선 넘어 중국으로의 첫 출발을 내딛고 있었다.
갈매기들은 뒤집히는 물살을 따라 얼마간 배를 따라왔다.
갈매기가 사라지자 정인과도 점점 멀어진다는 생각에 준석은 그녀가 있는 곳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정인씨 ----\"
그는 그렇게 어두워 질 때까지 그녀가 서 있던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물거리는 인천 시내의 야경을 뒤로 하고 준석은 선실로 들어갔다.
그는 동료들과 중국에서 해야 할 일들을 의논하고 각자 분담하기로 하고 준석은 약재 감별과 구매를 담당했다.
얌전한 박한구는 현금보관과 서류 작성을 담당하고 덜렁대는 최동규는 약재 운반을 맡았다.
그들 일행은 만약에 서로 잃어버리면 제일 처음 헤어진 장소에서 만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들은 각자에게 적어준 가이드 연락처를 챙겨 넣었다.
바다 한 가운데로 들어선 배는 울렁거리더니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멀미를 참지 못한 그들은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쐐야 했다.
\"같이 나갑시다, 바람을 쐬면 좀 나아질 거예요\"
\"움직이면 더 할 거 같아요 저는 여기 있을 게요. 두 분이나 다녀오세요.\"
\"저도 여기 있겠습니다.\"
\"그럼 혼자 갈게요. 멀미가 심하면 서로들 끌어안으세요. 1분이내로 멀미를 안 할 겁니다.\"
준석은 그들을 선실에 남겨 두고 갑판위로 올라갔다.
굵은 철봉을 세 줄로 두른 갑판에는 배 멀미를 하는 사람들 몇몇이 나와 있었다.
밖은 칠흑같이 어둡고 눈에 보이는 건 난간의 칸막이로 해 놓은 철봉과 뱃머리에 달려 있는 작은 등불뿐이었다.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준석을 휘 감고, 미지의 공산주의 종주국으로 간다는 모험심에 추위도 잊은 채 준석은 한껏 부풀어 있었다.
식사시간이라는 방송에 사람들은 하나 둘 선실로 내려갔다.
준석도 그들을 따라 식당으로 가는 길에 여기 저기 배 안 구경을 했다.
선실 안은 꽤 넓었으며 카페도 있고 중국 상품을 파는 매점도 있었다.
휴게실 안에 있는 TV 에선 외국 영화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꿈에 부푼 모습들로 미지의 세계인 공상당의 본거지 중국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다.
1층, 2층, 3층, 층별로 등급이 매겨져 있고 이따금씩 해군 복 비슷한 하얀 옷을 입은 선원들이 왔다 갔다 했다. 식당은 백 평정도 되어 보였고 벌써 그 곳엔 식판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준석은 식당 한켠에 비어 있는 자리로 음식이 담긴 식판을 들고 가서 앉았다.
금테 두른 모자를 쓴 선장인 듯 보이는 사람이 준석의 옆자리에 앉았다.
식당 선원이 식사를 갖다 놓으며 중국말로 뭐라 하는 것이 마치 욕을 하는 것처럼 들렸다.
식사를 하라는 뜻 같았다.
선장의 식사는 반찬이 다양하고 푸짐해 보였다.
선장은 옆에 있는 선원에게 한국말로 요즘 배가 자주 아프다며 몹시 거북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 사람이었다.
옆에서 보니 너무나 괴로워하는 그를 보다 못한 준석은 언제부터 그랬냐고 물었다.
의아한 듯 준석을 쳐다보던 선장은 그의 얼굴에서 신뢰감을 느꼈는지 자기의 고층을 얘기 했다.
선장의 미간은 몹시 찌그러져 있어 너무나 고통스러워 보였다.
준석은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좀처럼 삼능침을 꺼냈다.
선장은 준석을 경멸하듯 몸을 잔뜩 뒤로 젖히고는 거부하는 자세였지만 준석은 사정없이 선장의 손을 움켜잡았다.
준석의 강한 힘에 앞도당한 듯 선장은 그만 항복하고 말았다.
선장의 손에 사관을 따주고는 주머니에서 가루봉지를 꺼내어 선장에게 보여주었다.
“이것은 제가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약입니다. 독성을 제거하는 물질입니다. 위염과 장염에도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
준석은 여행을 다닐 때는 늘 가지고 다니는 비상약을 서슴없이 선장의 수저에 가득 담아 건네주었다.
선장은 서슴없이 받아 입에 툭 털어 넣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잠시 아주 잠시였는데 선장은 트림을 하며 이제 좀 시원해진 것 같다며 준석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했다.
“배가 편해 졌어요.”
선장이 꾸부렸던 허리를 펴자 좀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제법 위엄이 있어보였다.
\"운동 좀 하셔야겠습니다. 위장병에는 몸을 움직여 줘야 좋아요.\"
\"네에, 고맙습니다. 여기선 운동하기가 좀 그래요.\"
\"배 안에서라도 왔다갔다 해보세요.\"
\"예, 그렇게라도 운동을 해야겠네요. 그런데 그 약을 구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가져온 게 얼마 없어요.”
“참, 생선을 좋아하시는지 한 마리 내오라 할까요?\"
\"아니, 괜찮습니다.\"
선장은 준석에게 선장실로 한번 들르라며 명함을 주고 사라졌다.
식사를 마치고 휴게실로 가다 식사를 하러가는 동료들을 만났다.
그는 동료들에게 선장 만난 얘길 했더니 자신들에게 좋은 징조라며 기뻐했다.
식사를 마치고 선실로 내려온 그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선원인 듯 한 건장한 사람이 준석을 찾아왔다.
선장님이 찾는다며 선장님 숙소로 안내받았다.
비교적 넓직한 침대에서일어나 준석을 맞이했다.
선장은 속이 많이 좋아졌다며 고마움을 표시 하며 까만 봉지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준석의 앞에 내밀었다.
댓글 2개
지연
2016. 04. 17. 오후 10:44
감사히잘읽었읍니다
김미정
2016. 05. 03. 오후 07:40
읽고 또 읽으며 준석의 감성마저 읽게되었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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