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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목 2부 (30편)
김병국 2016. 08. 09. 오후 05:58
3929
김병국 2016. 08. 09. 오후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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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은 가는길에 간단한 취사도구를 사서 차에 실고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고속도로를 진입하자 준석은 처음 그녀를 만날 때가 생각이 났다.
'10년만에 내린 폭설은 도로와 주위를 온통 눈으로 덮어 마치 천국으로 희망을 가득 안은 채 달렸던 이 길을...... 지금은 암 환자가 되어 죽음을 눈앞에 둔 정인이를 태우고 가다니......'
자기가 태어난 곳을 찾아가는 연어처럼 그들도 그들이 처음 만나 사랑을 느꼈던 그 곳으로 찾아가고 있었다.
준석은 힘없이 늘어져 누워있는 정인을 내려다보며 한없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메어지고 설움이 치받혀 오르는 것을 참아야만했다.
혹 정인이가 자신의 나약해지는 행동이 들킬세라 먹먹해지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쓰고 조심하느라 운전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가끔 차창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했다.
그런사이 준석의 눈물은 자연히 마르고 어느새 가을로 접어든 시골 풍경은 붉은 나뭇잎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여기가 어디예요?\" 정인은 자신이 죽어 가면서도 준석을 처음만난 곳을 기억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응, 평창 거의 다 왔어.\"
\"우리가 처음만난 곳으로 가 봐요.\"
\"그리로 가는 거야.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준석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정인에게 사랑을 맺어 주었던 그 눈 웅덩이를 보여 주고 싶었다.
\"보여요? 우리가 빠졌던 곳?.\"
\"응, 저기......\"
‘아! 저기보이긴 한데 저렇게나 망가져 있을까’
준석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정인이 일어나려 할 때 준석은 그녀 가슴을 가만히 누르며 그대로 있으라고 했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주위 경관은 인간의 이기로 훼손되었고 그들이 빠졌던 웅덩이는 도로 확장으로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개발도상국이 발전해 가면서 겪어야 하는 과정 중의 하나지만 지나치게 난립한 공사로 자연을 마구 파헤치는 난 개발은 결국엔 인간스스로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정인은 알고 있는 것일까?
그들 사랑의 흔적이 무참히도 사라졌다는 현실이 불길한 예감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우리가 치료를 하고 다시 이곳으로 와서 그 때 보도록 하자.\"
준석은 정인에게 한 가닥 희망이라도 남겨두고 싶었다.
\"예\" 그녀는 힘없이 돌아누우며 눈을 감았다.
어깨가 들먹이는걸 보니 아마 지금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야, 꼭 살릴 거야, 정인이가 아니었더라면 오늘의 자신이 존재 할 수 있었던가!'
준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정인을 살려야 한다고 어금니를 깨물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평창에서 50 키로 쯤 떨어진 이름 없는 산골 마을이었다.
높은 산이 검푸름의 위용을 보이며 남풍을 감싸 안고 있어 마치 어머니 품속 같이 아늑한 곳이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게르마늄 성분을 함유한 생수가 쉼 없이 흘러내리는 순상지라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준석은 약초재배를 의뢰했던 곳이기도 했다.
또한 수도권에서 오염된 공기가 미치지 못하는 곳이라 이다음 나이 들면 이런 곳에 아담한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겠다고 염두에 두었던 곳이기도 했다.
이곳 마을 사람들은 여름 내내 밭일을 해서인지 얼굴이 햇빛에 검게 그을러 있었으나, 모두가 건강하고 순박해 보였다.
준석은 사전에 연락했던 할아버지 집을 찾아갔다.
을 어귀 좁은 도로위에 차를 세워놓고 길가 집으로 들어갔다.
깡말라 보이는 한 노인이 마루에 걸터앉아 곰방대를 물고 계셨다.
준석은 노인에게 절을 했다.
이곳은 도심의 생활이 미치지 않은 오지 중에 오지였다.
아직까지도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각별했던 곳이기도 했다.
준석은 무릅을 꿇고 공손히 여쭈었다.
“어르신 빈집은 어디쯤 있나요?”
“글쎄, 마침 몇 달 전에 이사간 빈집이 하나 있긴 하지만......”
그 노인은 약해보이는 준석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습니다. 환자가 기거만 할 수 있으면 됩니다.”
노인은 마당으로 내려와 산 중턱을 가르켰다.
“저기 파란지붕이 보이는 저 집인데...”
노인이 가르키는 산중턱엔 나무에 가려진채 파란지붕만이 조금 보일 뿐이었다.
마을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환자에겐 좋을 것 같았다.
“좋습니다. 아주 좋은데요.”
알고 보니 그 노인은 이 마을에서 모든 일을 앞장서서 하시는 강 노인이란 분이었다.
준석은 정인을 업고 오두막으로 올라갔다.
그녀의 따스한 체온이 준석의 등을 통해 전달하고 있었다.
아직은 살아 있다는 증거로 준석에게 희망을 주었으나, 가벼운 그녀의 몸은 그를 더 슬프게 했다.
먼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준석의 머릿속은 복잡한 가운데 정인을 눕히고 민첩하게 움직여 치료의 순서를 정리했다.
빈집은 노인이 청소를 깨끗하게 해놓아서 별로 손댈 곳은 없었으나 도배는 새로 해야 할 것 같았다.
우선 부엌에 들어가 군불을 때고 독삼탕을 달였다.
정인은 피로했는지 풀죽은 듯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정인을 부추겨 않고 수저로 간난 아이처럼 조금씩 떠먹였다.
준석은 정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토끼눈처럼 초롱했던 정인이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듯 흐릿했다.
준석의 눈에도 정인이 눈에도 눈물이 고여 뿌옇게만 보였다.
체질을 바꾸려고 준비한 모든 곡물이며 채소와 약재를 다린 통등을 꺼내 순서를 정해 놓았다.
좁은 방안에 정인이가 누운 곳을 빼고 하나 가득 짐들로 널려있었다.
강 노인이 이불과 짐을 날라다 주고는 방을 대강 정리 해 주셨다.
준석은 우선 중국에서 구해온 홍경천 가루와 홍삼 가루를 섞어서 꿀을 한 컵 넣은 다음 게르마늄 생수를 조금 붓고 단지를 봉했다.
몇 주가 지나야만 발효가 되기 때문에 처마 밑 그늘진 곳에 두었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정인이가 갑자기 배를 움켜잡고 있었다.
준석은 물렁해진 그녀의 배를 쓰다듬으며 복진을 해 보았다.
순간 준석은 온몸에 맥이 풀어지며 등줄기에 식은땀이 뒤덮었다.
이미 그녀의 배에는 복수가 차기 시작 한 것이다.
위암 환자는 거의 그렇듯이 위내정수 (배에 물이 고여 있는 상태) 가 시작되면 위 무력증으로 좀처럼 치료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준석은 반하탕을 연하게 다려두었던 것을 꺼내 정인에게 한 첩 다린 불량을 하루에 5번으로 나눠 먹여야 했다.
그들은 그날 오두막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있었다.
정인은 준석의 손을 끌어당기며 자신의 가슴에 올려놓으며 말을 했다.
“나 부탁이 하나 있어요?”
“여기선 아무 생각 말고 자신과 싸울 각오만 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당신이 주연이를 많이 예뻐했잖아요? 내가 이렇게 병들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당신과 한 달만이라도 같이 살아보는 것과 어린 주연이는 누가 어떻게 잘 키워줄 것인가가 무척 걱정되었어요. 혹 내가 잘못되면 당신이 주연이를 보살펴 주면 안돼요? 네?”
“자기는 왜 잘못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를 못 믿는가보네?”
“아니에요. 난 당신만을 믿어왔어요. 혹시 잘못될 수도 있잖아요?”
준석은 연주와 연지를 생각하며 아이들도 엄마가 없어서 외로움을 타고 있는데 주연이와 같이 자란다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알았어. 당신이랑 주연이랑 우리 모두 같이 살자.”
“정말 ! 아이 좋아라 나 이제 마음이 놓여요.”
정인은 좋아 하며 잠이 들었다.
내일은 정인이를 업고 산바람을 쐬러 산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인이가 뒤치닥 거려 간호를 하며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고 시간표를 짜느라 하룻밤을 지새웠다.
위암에 침 치료는 피해야 하지만 통증으로부터 환자를 진정시키는 데는 필요한 방법이라 생각되어 그녀 머리맡에 침통을 준비해 두었다.
아침햇살이 창문사이로 삐져나왔다.
아침인데도 정인은 피곤했는지 아직도 잠에 취해 있었다.
시간을 보니 기상할 시간이었다.
준석은 정인을 깨워 들쳐 업고 밖으로 나가 잠시 집주변을 둘러보았다.
흙으로 지어진 벽채에 방 하나에 무쇠 솥이 걸려 있는 재래식 부엌, 김칫독을 묻을 수 있는 움막 같은 창고가 하나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흙담에 싸리문이 달린 재래식 화장실도 있었다.
오래된 소나무 몇 그루는 집을 감싸듯 버티고 있었고, 오두막 앞 계곡 건너엔 너른 억새풀 밭이 있었다.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정인이가 시원하다며 감탄사를 보냈다. 물결치듯 이리 저리 흔들리다 홀씨들이 바람 타고 떠다니니 주위는 온통 하얗게 눈이 내리는 것 같았다.
산에서 내려오는 작은 계곡 물이 집 앞으로 흐르고 빨래터처럼 평평한 바위 하나가 계곡을 가로질러 걸터 있었다.
계곡을 따라 산으로 조금 올라가니 커다란 물레가 돌고 있었다.
검으칙칙한 물먹은 물레는 이가 빠진 듯 날개가 한 두 개 떨어져 있었다.
한쪽으로 일그러져 있는 물레방아의 크기로 보아 한때는 꽤나 많은 일을 해낸 것 같았다.
“얼마나 오래 돌고 있었을까?”
준석은 등 뒤에 있는 정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한 30년은 되어 보여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썰미가 있네.”
방아는 제 기능을 상실한 채 고개를 한쪽으로 처박고 있었고 주위엔 온통 잡초가 무성하게 덮여 있었다.
그러나 계곡에서 떨어지는 물의 힘으로 물레는 삐그덕 소리를 내며 계속 돌고 있었다.
‘정인아 빨리 나아서 우리 물레방아 고치자“
“네 빨리 고치고 싶어요.” 정인은 하루빨리 불레방아를 고칠 수 있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준석은 계곡을 따라 내려 왔다.
졸졸 흐르는 물은 맑았고 물벼룩도 살지 않는 것 같았다.
게르마늄물이라 그런지 주변은 오염도가 전혀 없었고 물은 싱싱해보였다.
게르마늄은 원소번호 Ge 32 로서 살아있는 산소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원소이다.
인간은 산소가 없으면 10분이내에 질식사 한다.
그러한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약60조의 세포역시 공기중에 산소로 생활을 해간다.
인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산소공급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산소가 부족하면 생명을 이어가려고 하는 생체의 세포는 변화를 일으켜 무 산소 세포 생활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바뀐 세포의 핵은 암세포의 핵과 동일하다는 독일의 암 연구학자 바르부르크박사(노벨상 수상자)는 확실히 단정하고 있었다.
그동안 정인은 많은 스트레스를 혼자서 감당하느라 몸속에는 많은 무 산소 세포가 생활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준석은 정인에게 게르마늄 물을 많이 먹도록 하고 유산소 운동을 자주 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았다.
공기 중에 아무리 많은 산소가 있다 해도 환자가 스스로 흡수할 능력이 없을 때는 인터페론(척추동물의 면역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자연단백질)은 다른 세포 안에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 종양등에 대응하며 특히 C형간염에 면역반응을 돕는 물질이다.
그러한 물질은 자연에서 약초와 함께 보충하기로 했다.
몸이 좀 좋아지면 주용혈인 중완(中脘), 양문(梁門), 불용(不容), 거궐(巨闕), 위유(胃兪), 위창(胃倉) 등과 배용혈인 족삼리(足三里), 풍융(豊隆), 격유(膈兪), 장문(章門),상완(上脘), 하완(下脘)등에 선별하여 5 분 정도 유침 하고, 공손(公孫) , 내관(內 關), 양구(梁丘), 지기(地機), 족삼리(足三里)에 간헐(間歇) 운침 해 통증을 완화 시키는 방법을 시도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너무 약해진 중환자에게는 오래 유침하면 오히려 더 악화되기 일쑤였다.
족부에 있는 공손(公孫)을 선자(先刺)하고, 팔에 있는 내관(內關)을 후자(侯刺) 하여 원리침(圓利針) 으로 유침(留鍼)하면 통증이 멎을 때 시침을 중단하여야 했다.
통증이 심할 경우엔 무릎 바로 위에 있는 양구(梁丘) 혈에 압통을 느끼는데, 그 곳에 호침(毫針)으로 시침하면 대개 통증은 사라진다.
흔히 중완(中脘)이란 혈이 있는데 위암 환자에게 그 곳을 많이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어 위급하지 않으면 잘 사용하지 않는 곳이다.
수지침도 준비를 해 두었다.
주로 위기맥(胃氣脈)에 자침하여 위의 기능을 호전시키는 방법도 강구해 놓았다.
감란수(甘爛水)를 만들어 약을 다릴 때 사용해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동이에 물을 담아 하루정도 진정시킨 다음 참나무로 휘휘저어 거품이 생기면 그것이 게르마늄 감란수다.
몸이 쇠약한 환자에겐 순해진 그 물이 기를 일으키며 몸을 편하게 해주며 소화력을 상승시켜준다.
댓글 2개
이 정현
2016. 08. 09. 오후 08:25
감사합니다 무더위가 연일 기승인데도 불구하고 재미난 글 올려 주셔서... 사랑이야기에 한의학,인체, 비법, 비방등 다양한 소재에 치료술등 ... 읽으며 감동받았습니다 일상에 시원한 바람 한 줄기 잠시 더위도 잊어 봅니다 건강하세요 부디...
김병국
2016. 08. 10. 오후 07:16
늘 이렇게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복 더위에도 저절로 힘이납니다. 좋은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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