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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목 (죽어도 좋아) 제35편

김병국 2016. 10. 04. 오후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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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노인말로는 여긴 눈이 한번 내리면 무릅까지 쌓여서 3.4 월에도 눈이 녹지 않는다고 했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은 산골 사람들에겐 생활의 불편을 주었지만 준석과 정인에겐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눈은 그들에게 동심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눈에서 노느라 준석은 얼음물로 빨래를 해야 하는 고통과 즐거움도 있었다. 준석은 그녀와 눈사람도 만들고 눈썰매도 탔다. 강 노인이 물푸레나무로 만들어다 준 설피(雪被)를 신고 산속깊이 들어가 눈 속에 빠져 있는 고라니나 토끼 등을 구해 주고 먹이도 주었다. 너무나 기뻐하는 정인을 바라보며 준석은 그 때마다 정인이도 병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몇 번이고 빌었다. 얼음으로 달라붙은 옷을 모닥불에 말리다 옷을 태운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즐거워하는 정인의 얼굴에선 건강미가 흘러 마치 어린아이처럼 장난기 어린 생동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얼굴에 화색이 도는데?\" \"정말요?\" \"응, 이 볼 좀 봐“ 준석은 정인이 볼을 살짝 꼬집어 보였다. 정인의 통통해진 볼을 만져 볼 때마다 준석은 얼마나 흐뭇한지 몰랐다. 그녀는 몇 년 전 겨울 별장에서 처음 사랑을 나눌 때 화장기 없이도 아름답던 그 얼굴과 흡사해 있었다. 하루가 달라져가는 그녀의 모습...... 준석은 정말 하루하루가 신이 나고 행복하기만 했다. '아! 이렇게 기쁜 날이 또 있을까?' 준석은 어린아이처럼 마당에서 '맴 맴' 돌았다. 손으로 비행기를 만들어 윙윙거리며 뛰어다니기도 했다. 한참 신이나 하다 우두커니 먼 산을 바라보는 준석의 표정은 너무나 애처로웠다. 집에 두고 온 딸들이 문득문득 생각날 때면 준석의 가슴은 아려왔다. 그녀의 통증이 가신지 몇 주 지난 어느 날 겨울을 장식하듯 많은 눈이 내렸다. 아랫마을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었고 그들이 살고 있는 오두막은 눈 속에 푹 묻혀 눈이 수북한 지붕만 보였다. 가끔 시내에 나가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사곤 했는데...... 눈이 다 녹을 때 까지는 한걸음도 걸을 수가 없었다. 이따금씩 마을 사람들이 눈을 밟고 지나간 발자욱은 무릎만큼 깊게 파인 채 길이 나 있었다. 방안엔 산에서 캐 온 약재봉지가 매달려 있어 그 냄새는 한약방에 온 듯 했다. 해질 무렵 깊은 산중 하늘엔 붉은 노을이 물들고 눈 속에 고립된 오두막 굴뚝에선 연기가 피어올랐다. 오가는 사람 없고 사람구경을 하려면 1 킬로미터 나 떨어져 있는 아랫마을을 가야 하는 외딴 곳, 눈이 안 올 땐 산에 올라 약초라도 캐련만, 눈이 오니 할 일이 없어 졌다. 그는 고구마 몇 개를 아궁이에 묻어 두고는 방에 들어와 그녀를 마주보고 누웠다. 정인은 준석의 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요즘 미세한 통증도 전혀 없어요. 나! 이제 다 나은 게 아닐까요?\" 그 소리에 준석은 벌떡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고 맥을 짚고 배를 깊숙이 눌러보았다. 복진을 하는 데도 통증이 없는지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가슴 조이며 진찰을 하고 있던 준석은 경직되어 있던 그 부분이 완전히 부드러워진 느낌에 그의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감돌았다. 준석은 다시 그 곳을 지긋이 누르고 물었다. \"정말 안 아파?\" 그녀는 자기가 오히려 여기저기 배를 누르고 “어, 어' 이상하네?” 하며 아무렇지도 안다고 몸을 움직여 보였다. \"정말 안 아프네요.\" 그의 가슴은 마구 뛰었다. 준석은 눈이 녹으면 그녀를 데리고 서울 가서 검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명했던 뜸을 뜬 자리가 희미하게 흔적만 남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뜸을 뜨지 않은 지도 한참이나 된 것 같았다. 그녀의 탄력있는 몸매는 예전에 자태를 보는 듯했다. 창호지에 비친 눈 내리는 풍경은 마음이 온화하게 가라앉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흐릿한 초롱불 빛에 비친 그녀가 사랑스런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 동안 잊고 있었던 그의 욕정은 걷잡을 수 없이 솟구쳐 올랐다. 아직 완전히 나은 것도 아닌데...... 참아 보려는 그의 의지와는 다르게 점점 더 그것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한번 달아오른 흥분은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몰랐다. 그는 정인을 안고 싶었다. 준석은 자기도 모르게 누워 있는 그녀의 몸을 진찰할 때 보다는 다른 촉감으로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녀는 준석의 그런 느낌을 아는지, 앉아 있는 준석의 무릎을 베고 '이제 다 나은 건가' 하며 애교를 부리듯 그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녀의 몸을 더듬는 준석에게 그녀의 몸 움직임은 그를 더욱 더 유혹하고 있었다. \"사랑하고 싶어요?\" \"응, 나도 하지만 아직은.....\" \"전 괜찮아요.\" \"괜찮을까?\" 점점 더 달아오르는 욕정은 그의 심장을 마구 뛰게 만들었다. 마치 첫날밤 설레는 마음처럼 묘한 기분 이었다 \"나, 이제 안 아파요.\" \"안돼, 안돼.\" 환자와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는지 고개를 내저었다. 준석은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갔다. \"어디 가시게요?\" \"응, 바람 좀...\" 준석은 눈을 맞으며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내며 마당을 돌기 시작했다. 가슴을 쭉 펴고 심호흡을 하던 그는 눈을 두 손에 가득 떠서 얼굴에 비비며 눈으로 세수를 했다. 너무나 차가워 얼굴이 아려 왔지만 그는 몇 번이고 그렇게 하고 있었다. 정인은 창호지 문구멍으로 준석의 그러한 행동을 보고 있었다. 아직 젊은 나이에 얼마나 많은 고통으로 참아왔을까 생각하니 정인은 자신의 몸에 무리가 간다 해도 아니 죽는다 해도 준석을 받아들고 싶었다. \"어서 들어오세요. 감기 들어요.\" 정인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재촉을 해도 들어올 기미가 없자 정인은 문을 아예 젖혀놓고 기다렸다. 추운데 문을 닫으라고 해도 닫을 기미가 없자 그제 서야 준석은 방으로 들어섰다. 준석은 멋쩍은 듯 어깨를 으쓱하며 정인이 앞에 앉았다. 정인은 이블 속으로 그를 끌어드렸다. \"눈이 많이 오는데.“ 그녀와 조금 떨어져 비켜 누우며 말했다. 참을성 많은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번 불이 붙은 본능은 멈추지 않고 내 달았다. \"안아 주세요.\" \"안 돼, 아직은.\" \"괜찮아요.\" 정인이가 그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저...정말 괜찮을까?\" 준석은 말을 더듬으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의 욕정은 도저히 주체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심장은 마구 방망이질을 하고 있었다. 준석의 행동을 문구멍으로 훔쳐 본 정인은 이제 까지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자신의 간호에 골몰해 온 그가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했었다. 그 동안 남성으로서의 본능을 참아 내느라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했다. 그의 희생을 생각하면 이제 이 한번의 사랑으로 자신에게 죽음이 온다 해도 그녀는 그를 위해 이 사랑을 선택하고 싶었다. 정인은 환자가 아닌 여자로서 그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다. 그녀는 얼마 전 지혜가 사다 준 '암을 정복하는 길' 이란 책에서 읽은 글귀가 문득 떠올랐다. 투병 중에 육체관계는 어쩌면 치명적 일수도 있다는 내용이 언뜻 머리에 스쳤으나 지금의 정인에겐 죽음도 두렵지 않았다. 정인은 그에게서 사랑의 기쁨으로 뿜어 나오던 그 뜨거운 절규를, 자신만이 그에게 줄 수 있는 그 사랑의 소리를 듣고 싶었다. 정인도 지난날 그와 같이 느꼈던 사랑의 순간들이 서서히 온 몸에 젖어 들고 있었다. 그의 몸짓 하나 하나에 그녀의 육체는 불꽃처럼 타올라, 너무나 황홀해 숨마저 제대로 쉴 수 없었던 순간순간들...... 멈출레야 멈출 수 없었던 오랜 오르가즘의 연속과 그 떨림의 여운......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모두 일어서서 그를 반기듯, 환희에 젖은 그녀의 육체는 가벼운 깃털이 되어 아득하게 다가오던 그 느낌...... 정인은 준석의 손을 살포시 끌어 당겨 깊숙한 곳으로 가져갔다. \"이러면 안돼, 이러면......\" 준석은 머리를 계속 흔들었으나 어딘가에 숨어 있던 남성의 본능은 미친 듯이 일어서, 그의 냉철한 이성을 완전히 마비 시켜 버렸다. 그는 이미 자신을 통제 할 수 있는 자제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정인은 준석의 가슴에 더욱 파고들었다. 가슴에 살포시 안기는 그녀의 부드러운 촉감은 타오르는 그의 몸에 기름을 부어 버렸다.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아무리 소리쳐도 보는 이 없는 산 속 오두막에서, 가빠진 숨을 몰아쉬며 깊고도 깊은 그들만의 공간이 존재하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는 편안한 행위는 신들의 황홀경 그 자체였다. 오랜만의 시간이라 그들은 너무나 간절히 원했고 서로에 대해, 도취가 되어 몰입하고 있었다. 정인은 그의 눈길만 보아도 흥분이 되었던 예전처럼, 끝도 없이 짜릿짜릿 느껴 오는 몸의 전율에, 연속적인 쾌락의 극치로 몸을 떨었다. 이런 순간을 위해 사랑을 하는 거라고 느끼며 그들의 육신은 온통 동물적인 본능에 빠져 들었다. '아! 이렇게...... 오늘만 살다 죽는다 해도...... ' 정인은 이렇게 그를 품고 차라리 죽어 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불현듯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쾌락으로 똘똘 뭉쳐진 것만 같았다. 때론 격하고 때론 부드럽게 얼마나 사랑을 했던가...... 사랑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어쩌면 죽을 수도 있는 한 여인의 처절한 사랑 앞에 준석은 노예가 되어 있었다. 그녀를 알고부터 몇 번씩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이제 곧 죽는다 해도 그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두막 주변에 피어 있는 눈꽃들을 녹여 버릴 것처럼 방안의 열정은 후끈 달아올랐다. 그들의 열기는 아지랑이가 되어 하늘거리며 오두막 주위로 피어올랐다. 몸이 녹아 물이 되어 버린다 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 이것이 사랑의 극치일까? 새벽녘, 문밖이 훤해져서야 그들은 엉킨 몸을 풀었다. 그들은 이번 정사를 설화수라 이름을 붙여 보았다. 천상에서의 정사인양 황홀감에 눈을 감고 사랑의 여운을 느끼며 그들은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얼마를 잤는지 무언가 타는 듯한 냄새에 준석은 눈을 떴다. 곤히 자고 있는 그녀의 얼굴은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가만히 일어나 냄새를 따라 부엌으로 나가 부지깽이로 이리저리 아궁이 속을 뒤져 고구마를 찾았다. 몇 개는 이미 새까만 숯덩이가 되어있었고, 반쯤 타다만 고구마 2 개를 그릇에 담아 물을 한 그릇 떠서 방으로 들어갔다. 이불 밖으로 나온 그녀의 속옷 입은 몸매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준석은 어제 그렇게 사랑을 했는데 또다시 그녀를 느끼고 싶었다.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이제는 그녀와 육체적인 사랑까지 할 수 있어 그는 얼마나 행복한지 몰랐다. 곤히 자고 있는 그녀를 조금이라도 더 자게 하려고 준석은 고구마 껍질을 벗겨 놓고 그녀를 살며시 흔들어 보았다. \"일어나 고구마 먹어.\" 그녀의 몸은 맥없이 흐느적거렸다. 그녀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한 준석은 다시 흔들었다. \"장난 그만 하고 일어나.\" 그래도 일어나지 않자 준석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일으켰다. 순간 준석은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그녀는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온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아뿔사 ! 준석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눈을 뜰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정인아. 왜 이래 정인아 ! \" 당황한 준석은 이리저리 방안을 뒤져 침을 찾아 그녀에게 꽂았다. 말이 씨가 된다고 설화수의 정사라 했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아무리 아름다운 설화도 녹으면 물이 되어 버리는 것을!...... 잠시 후 그녀가 눈을 떴다. 준석은 침을 뽑고 콩알만큼 남은 웅담과 사향을 조금 떼어 먹이고는 그녀를 안고 있었다. 정인은 힘없는 눈으로 준석을 쳐다보며 말했다. \"기운이 없어요.\" \"정인아! 미안해 내가 그만......\" 준석은 자책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조금 전 까지 날아갈 것만 같았던 그의 기분은 무거운 바위를 안은 채 한없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준석은 그녀를 자리에 눕히고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지난밤 그들의 사랑이 너무 격렬해서 일까?. 아니면 아직 병중이라 그런가? 조금 전 당황해서 서둘다 엎어진 그녀의 바구니에서 작은 책 한 권이 나왔다. '암을 정복하는 길' 이란 책제목에 그는 시선이 갔다. 이 책을 언제 샀을까? 준석은 첫 장을 넘겼다. '정인씨! 희망을 잃지 마시고 힘내세요. 빨리 나서 선생님을 기쁘게 해 주세요? 지혜' 라고 쓴 글이 눈에 들어왔다. 준석은 책의 내용을 대충 살펴보았다. 환자가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과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 해서는 안 되는 금기 사항 등이 적혀 있었다. 책장이 접혀져 있는 것을 보고 준석은 그만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고 있었다. 병중에 육체관계를 하면 몸에 치명적인 면역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대목과, 장시간 지속했을 때는 심장에 무리가 가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대목에서 그는 그만 책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준석은 왜 그런 사실을 잊고 있었던가. 육체의 쾌락에 눈이 어두워 미쳐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인가!? 그녀는 아직 사랑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그는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하고 있었다. '아 아! 이 미련한 사람...... 바보 같은 여자......' 준석을 위한 그녀의 깊은 마음에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는 그 동안 수집 해 놓은 약초를 달이며 이 약을 먹고 다시 힘이 나게 해 달라고 정성을 다해 달였다. 제발 통증이 재발되지 않기만을 간절히 빌며 준석은 정성스럽게 달인 약을 사발에 담아 방으로 들어갔다. 정인은 언제 잠에서 깼는지 눈을 뜨고 있었다. 준석은 약을 식혀 가며 수저로 그녀의 입에 떠 넣었다. \"좀 어때?\" \"아프진 않아요. 그냥 힘만 없어요. 조금 쉬면 괜찮을 거예요. 너무 걱정 마세요.\" \"그래 다른 생각하지 말고 누워 있어. 다 알면서 왜 그렇게 무모하게......“ “그래도 행복해요” 정인은 그의 손을 힘없이 잡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금새 또 잠이 들어 숨소리가 고르게 들려 왔다. 준석은 그녀의 간호에 정성을 다했으나 이틀을 더 누워 있었다.

댓글 1개

송 은철 2016. 10. 04. 오후 10:59

흥미롭게 잘 읽고 갑니다 감ㅅㅏ합니다 최고의 사랑 갈ㅊㅐ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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