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어느새 매화가 피어

박종영 2017. 01. 23. 오후 11:06
3735

어느새 매화가 피어
                           -박종영-
절기가 입춘 절기임을 알아차린 매화나무
발가벗은 나무 그 까칠한 피부 위로 햇볕이 줄지어
살찌는 바람을 풀어 놓는다.
동박새가 훈훈한 봄 하늘을 물고 내려와
기진한 나무를 정겨운 소리로 다독이고,
밉도록 차가운 겨울바람이 환한 꽃잎 향기 짙은 자리에
미더운 봄기운이 타인의 이름으로 아른거린다.
옷깃을 여미며 잡아당기는
고실 고실한 웃음, 파란 그늘 속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밀어 넣는 흥겨운 붉은 동백,
회색 하늘 불러모아 초라한 길섶에 아직도
무명(無名)한 풍경으로 한들거리며 슬픔을 참는
하늘의 꽃 낡은 억새,
빛바랜 바람개비는 눈물이 된다.
짧아서 찬란하고 그래서 더욱 아쉬운 초봄에
살벌한 꽃으로 피어 다부진 복수초가 기지개를 켜는 시간
오직 한자리 그리움으로 서 있는 설중매,
당신은 누구의 이름으로 고독한가?

댓글 2개

문희 2017. 01. 27. 오전 11:17

한겨울에 먼저 다가오는 봄의 전령들, 부지런한 자연의 주인공들이 세월을 지배합니다. 아버지가 결혼 선물로 주신 매화그림과 한시가 어른거립니다. 매화는 다른 꽃이 먼저 피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한다...

박종영 2017. 08. 04. 오전 10:56

고결한 기품으로 피어나는 설중매의 자존심이 보이는 봄날입니다. 상당히 늦은 답글 죄송합니다. 건승하십시오. 문희님.//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