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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存法 9操 33項 - 이장식장(移葬式場)에서의 한 컷
김봉길 2017. 09. 04. 오전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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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길 2017. 09. 04. 오전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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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生存法 9操 33項
- 이장식장(移葬式場)에서의 한 컷
간이화장터 옆에 쪼그려 앉은 것은 오직 사진을 찍기 위함이었다. 반평 남짓 철판 위, 흙뼈 태우는 프로판가스 소리가 땅에서 하늘로 오르는 날, 산소 사이마다 흐르던 바람이 하필 살랑비가 되던 날이었다.
당신 뼈 강한 연기를 피하려 쪼그려 앉았지만, 고맙게도 코앞에서 오물거리는 개망초 꽃잎 위 잎벌레라니. 그래, 작은 꽃 위에 앉은 더 작은 곤충이라니. 꽃을 떠나지 못하고, 시뻘건 뼛속불에서 천천히 걸어나온 듯 다시 세상을 치켜보는 곤충이라니. 핸드폰카메라 찰칵 소리를 듣는 곤충이라니. 이것을 더 가까이 찍어보려 진한 연기 흠뻑 코 깊이 머금은 또 나라니. 초점을 맞추다 넘어지기도 하는 순간이라니. 꽃과 벌레는 가만 있는데, 무릎 고이 지탱기는데, 하필 이때 웃음이 나오다니. 하하, 지구 안에서는 모두 작다고 생각하다니.
간이화장터 옆에 쪼그려 앉은 것은 오직 사진을 찍기 위함이었다. 꽃과 벌레와 나와 연기와 지구는 서로 무게가 같다며 우기던 날, 이제 뭐 잎벌레보다 더 작을 즐거움을 쓸어안고 크게 웃어 만지던 날이었다.
<에세이>
이장식장(移葬式場)에서의 한 컷
2017년 7월 장마가 오며가며 사람이며 더위 발길을 멈칫거리게 하던 날이었다. 파주 용미리 턱밑 묘역. 이십년 가까이 묻히셨던 장모님과 얼굴은 못뵈었지만 반세기 지난 장인, 두 분이 합장하고 계셨던 산소의 이장식이 있었다. 고향 장흥으로 귀향하는 날, 참석한 가족들 모두 얼굴이며 행동이 평온한 날이었다.
간단한 차례를 마치자, 윗처남이 목메인 소리를 냈다. ‘고향으로 편안히 모실께요!’ 산소지기 몇 분들이 비인지 땀인지 흠뻑 젖시며 분주히 움직였다. 한 시간 가까이 두 분을 모시고 산소를 내려왔다. 장맛비가 얌전히 숨죽이고 있어 발걸음이 가벼웠다.
화장을 위해 산소관리소 마당에 도착했다. 간이식 화장 시설이라 해봐야 반평 남짓 두꺼운 철판과 커다란 프로판가스통이 전부였다. 반 시간 가량, 생전에 나누던 이야기들이 불꽃이 되고 연기가 되었다. 산골바람은 밑으로 향하고, 열기는 하늘로 향하는 사이, 연기를 피해 마당 구석구석 몸을 낮추어 옮겨다녔다.
땅 바닥에 낮게 더욱 웅크려 앉자, 웬걸, 개망초꽃잎들이 뺨에 스쳤다. 하필 이때 마주치는 꽃잎에 있는 잎벌레.꽃잎 향기에 취해 쉬고 있는 잎벌레는, 나를 봤는지 아닌지, 아니 세상을 멀찍이 보는지 꿈쩍하지 않고 있었다.혹여 두 어른의 마지막 여행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건 아닌지, 잎벌레를 보자마자 습관처럼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핸드폰카메라를 켜고 가까이 다가갔다. 살아생전 장모님께 술잔 올리던 순간이나, 오늘 잎벌레를 대하는 순간이 같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숨을 멈추고 몸도 멈추고 가까이, 더 가까이. 초점이 잘 맞지 않아 여러번 찍었다.개망초가 엷은 바람에도 흔들거렸다. 작은 잎벌레를 크게 찍으려 하니, 엉거주춤 무릎을 꿇고 다가가는 모습이란 영랑없이 절하는 모양이었다.
2cm와 5mm가 채 않되는 개망초꽃잎과 잎벌레곤충이 흔들리는 대로, 나도 따라 흔들리다가, 이크, 기우뚱 넘어졌다. 넘어지다 벌겋게 달아오른 것들을 또 보았다. 그랬다. 잎벌레는 저도 모르게 철판 위 시뻘겋게 달아오른 것들을 보고 있었던 모양. 다시 다소곳 무릎 꿇고 연기를 깊게 마시며 몸을 정지시켰다. 핸드폰카메라 찰칵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래, 아마 그럴 거다. 한 백년 지나, 그 어느 누가 세상에 태어나거나 또 사라지거나, 그 많은 개망초가 쓰러지거나, 그래서 잎벌레도 움직이지 않는다손 모두 소리 소문 날리 없을 것. 그러니까, 이들이거나 또 나나 지금 싯뻘건 저 유골이거나, 이 순간 모두는 가치가 같으리라는 것. 물끄러미 핸드폰카메라에 찍힌 개망초와 잎벌레를 보다 괜히 실웃음이 났다. 하, 참, 공연히 또 엉뚱한 생각과 웃음이 서로 간지럼치다니.
산내음과 비안개와 연기와 눈물과 웃음을 섞어 다시 깊이 숨을 들이키다가 괜히 핸드폰카메라 영상을 크게 확대했다. 더욱 커진 개망초꽃잎에 앉은 잎벌레를 향해 내 가슴소리가 튀어나왔다. “야, 너 거기서 뭐하니? 나처럼 하늘에 있는 구름 보니? 지금 순간만이 가장 즐겁니?” 꼼짝 않고 있는 잎벌레에게 지나는 산바람이 말했다. “그래, 즐겁다고 해! 꼭 한 번 일어나는 일이니까.”
하하, 그랬다, 즐거움이란 이렇듯 쓸데없는 시간과 장소에서도 생겨나는 것이었다. 죽은 후도 마찬가지일까? 철판 위, 점점 식어가는 유골이 말했다. 절구를 준비하는 산소지기거나, 산소관리소 마당에 빙둘러 선 가족들이나 개망초에 앉은 잎벌레 사진을 찍던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이 세상은 꼭 한 번 생기는 것의 연속이나니, 숨을 느끼는 그때마다 즐거운 소리를 내시라!”
<자료 공유 : http://senior.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31/2017083101815.html>
댓글 2개
문희
2017. 09. 06. 오전 07:57
누구나 한번 생기는 것 태어나고 세상을 떠나는 것 모두가 같은 입장이지만 다른 숨을 쉬며 살아갑니다. 즐거움의 추구,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마음가짐으로 생각합니다.
김봉길
2017. 09. 06. 오전 11:49
그렇군요. 다른 숨. 그래서 다른 시간들. 인간은 모두 존중받아야 할 근원 요소 중 하나인 듯합니다. 좋은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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