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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세상

미오새 2018. 03. 11. 오후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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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세상


꽃분홍색 앞치마, 허리춤에 질끈 동여맨 통영댁,

눈웃음 헤픈 평소와 달리,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조리대에 놓인 쑥과 도다리, 번갈아 바라보더니,

마치, 신랑 신부를 앞에 세우고 혼례를 집전하는 주례자처럼,

근엄한 표정, 원숙한 몸짓으로 이내 요리를 시작합니다.


후한 인심, 언제나 변함없이

무, 다시마를 함께 넣어 우려낸 육수

작은 양은솥에 넉넉하게 붓더니

된장 한 큰 술, 휘 저어 풀고,

아궁이에 불 지펴 한소끔 끓을 즈음,

산만한 분위기 가라앉힌 신랑 도다리군 입장시키고,

다음 순서는 풍미를 돋우는 들러리 사총사입니다.

한 성깔 한다는 마늘,

다부지고 잽싼 손놀림으로 기 죽이 듯 다져 넣고,

약재로도, 향으로도 단단히 한 몫하는 생강즙에 이어

미리 송송 썰어놓은 대파, 청양고추 넣어주니

식장의 분위기도 어느덧 절정에 이르러가고,

이제 다음 순서는, 분단장 곱게 한 새색시, 꽃가마 타고 납시듯,

봄볕 좋은 들녘에서 곱게 자란 신부 들쑥양 입장입니다.


\"신부는 도다리를 신랑으로 맞아, 맛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습니까?\"

묻고 답하는 서약식은 생략하였지만, 확신에 찬 통영댁, 

소쿠리에 다소곳이 담겨 있는 쑥, 여문 손끝으로 조심조심 넣어주니,

넉넉한 마음으로 허물을 감싸듯, 이내 비릿한 냄새 사라지고,

쑥향만 가득 퍼져 나갑니다.


평생의 동반자로 함께 해로하며,

다복한 삶, 누리기를 축원하는 주례사를 끝으로 예식을 마치듯,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마지막 순서를 마친 통영댁,

한 국자 퍼서 맛을 보며 하시는 말씀,

\"생김새도 태생도 다르고 성질마저도 다른 것들이 서로 어우러져

만들어가는 맛깔난 세상이 여기 도다리쑥국 속에 있거늘...

쑥향과 비린내가 어우러져 맛을 내는 도다리쑥국이

사람 사는 세상과 다를게 무엇이더냐? \"


맛있는 세상에 취한 통영댁, 흥에 겨운 가락으로 곡조를 띄웁니다.





**덧 붙이는 이야기.


도다리쑥국은 봄에만 맛볼 수 있는 계절 음식입니다.

그런데, 도다리와 광어는 그 생김새가 서로 비슷하여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도다리와 광어를 구별하는 방법으로는, 생선의 꼬리에서 머리를 향해

눈짐작으로 직선을 그어, 눈의 위치가 선의 왼편에 있으면 도다리,

선의 오른편에 있으면 광어로 구분한다는군요.

그래서, 눈의 위치에 따라 구별하는 \"좌도우광\"이라는 말이 생겼나 봐요.


남녘에서는 홍매화가 피었다는 꽃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래도 봄날은 온다\"는 말처럼 매서운 겨울의 기세를 뿌리치고 봄이 오긴 왔습니다.

이 봄날에 도다리쑥국으로 겨우내 잃어버린 입맛도 찾으시고,

이질적인 재료들이 서로 어우러져 감칠 맛을 내는 도다리쑥국에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의 모습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난 주, 3월 9일 금요일에 전해진 향기메일 \"겨울 가면 봄이 오네\"에서

향기작가님은 인생의 봄을 맞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사색의 향기회원님 모두 작가님의 말씀처럼 준비 잘 하셔서, 의미있고 찬란한 

인생의 봄 맞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일 년 삼백육십오일이 한결같이 꽃피는 봄날처럼 화사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작가님께서 처음 사색의 향기에 모습을 보이셨던 때를  2006년쯤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향기메일을 위하여 독서와 사색,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로 간결하게

정리해야하는 고단하고 외로운 작업을 1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이어 오신 최 연수시인님께 우리 모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응원의 박수를 보내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의 모태가 될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처럼,

작가님의 열정과 노력에서 비롯된, 향기메일의 생각을 깨우치는 글이

세상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를 나름 빌어봅니다.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아침마다 생각의 밥상을 차려 주신 최시인님...!

감사합니다.







댓글 6개

김민재 2018. 03. 13. 오전 09:18

시골밥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대식 백반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오히려 귀한 시골밥상이 그리워 지는 시절인거 같습니다.

미오새 2018. 03. 14. 오후 10:33

* 가족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손맛에 발효식품과 제철재료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시골밥상은 조상들의 지혜가 숨어있는 건강식일 것 같은데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져가는 요즘 세대들에게는 생소하고 별로 구미를 당기지 않는 것 같기도합니다. \"맛있는 세상\"에서 김민재님은 시골밥상을 연상하셨나 봅니다. 공감의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현배 2018. 03. 17. 오후 08:13

도다리와 친구되는 날, 무슨 일이 생겨날까 생각해보니 참으로 이상야릇한 흥분 아마, 내가 그랬나보다

박종영 2018. 03. 17. 오후 10:46

봄 도다리 쑥국, 봄이 있어 더욱 즐거운 맛입니다. 환한 봄이 강산에 고루 퍼지고 겨우내 움추린 생각들이 생기를 찾아 떠나는 봄길입니다. 고운 시심에 마음을 합칩니다. 건승하세요. 미오새님.//

미오새 2018. 03. 20. 오전 10:48

* 겨울 가면 봄이 오네 봄이 오면 꽃이 피네 꽃이 피면 벌,나비 날아드네 꽃길 따라 반가운 님도 오셨다네 반갑습니다, 현배님...

미오새 2018. 03. 20. 오전 10:55

*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서로 화합하며 조화를 이루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독특한 재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길을 시샘하는 바람이 차갑습니다. 심술맞은 바람도 시인님의 시심은 비켜갈 듯 싶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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