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한 점 붉은 입술을 포갠다
한 점 붉은 입술을 포갠다
길 모퉁이 호두빵을 굽는 아내의 옆에 서서
자꾸 오그라드는 내 키를 잡아당긴다
바람 타는 아내의 하얀 목덜미를
높은 궁전으로 바라보니
밀가루 반죽처럼 희고 깔끔하다
검은 쇠붙이 안에서 피시식 익어가는
호두빵의 둥근 웃음이
고집스럽게 한 개씩 튀어나오며
빈곤의 거리를 배부르게 한다
나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떠돌고
전봇대에 붙어있는 구인광고를 한 장 뜯어
전화를 한다
시간당 2,000원이라는 거만한 목소리,
나는 하루를 헐떡이고 돌아와
산맥 같은 아내의 옆에서
언 손에 호두빵 한 개를 동그랗게 쥐고
죄인처럼 손을 비빈다
따스하게 맞이하는 웃음의 평화가 뭉클하다
겨울바람이 등 시린 추억을 따라오는 늦은 거리
낯선 가로등이 하나 둘 사라지고
아내의 흥겨운 눈웃음을
누구든지 사갈 때마다
차곡차곡 채워지는 천 원짜리 지폐
어느 세월은 빌딩으로 우뚝 서겠지,
한 점 붉은 입술을 포개고 싶은 늦은 밤이다
글/박종영
댓글 7개
\"산맥같은 아내\" 라는 표현에서 오래 머물다가 갑니다.
'한 점 붉은 입술을 포갠다'라는 제목에 약간의 호기심(?)으로 읽어본 즉 따듯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숨어있군요. 호두빵의 둥근 웃음으로 온기를 나누듯 따듯한 겨울이기를 바래봅니다.
산맥같은 아내와 하늘호수같은 남편 겨울이지만 저의 마음에 호두빵처럼 둥근 웃음이 찾아 옵니다.
은비녀님의 오래 머물다가 갑니다에서 다시한번 더 머물다 갑니다.
좋은 시 , 삶의 현장이 묻어 있는가슴이 벅찬 시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젊어서 아내와 포장마차를 했었는데 그때 아내의 기름 떼 묻은 손을 비벼주며 느꼈던 애절함이 떠오릅니다.
당신에 글을 접하고보니 저에 어린시절이 그립답니다.아버님이 붕어빵을 굽고 나는 붕어빵에 부스러기를 주어먹던시절이 태산같은 아내. 행복에 미소 . 당신에게 행복이 기다릴겁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